"첫 손주도 못 안아보고 간 우리 아빠"…묘역 찾은 5·18 유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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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기념일인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80년 5월 당시 희생당한 유족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당시 고3이던 중태씨의 학비에도 도움을 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며 생활력도 강했다.
하지만 이들 가족에게 80년 5월23일 비극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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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생자 왜곡·폄훼 없애려면 헌법 수록돼야 해"
(광주=뉴스1) 이승현 기자 =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첫 손주를 품에 안아보지 못하고 갔어요 우리 아부지는…"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기념일인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80년 5월 당시 희생당한 유족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이들은 하얀소복을 입고 옷소매로 차오르는 눈물을 닦아내거나 묘비를 한없이 어루만졌다.
하얀 꽃을 올려놓고 '보고 싶다'며 중얼거리는가 하면 한동안 멍하니 묘소를 바라보기도 했다.
하얀소복으로 눈물을 훔치던 김복자씨(64·여)는 아버지가 당시 100일 된 첫 손주를 품에 안아보지도 못하고 갔다면서 그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아버지 김동진씨는 동네 곳곳에서 총소리가 들리던 터라 혹시 모를 생각에 가족들에게 아무도 밖에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손주를 보고 싶을 만도 했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다음에 보자고 한사코 약속을 미뤄왔다.
그러나 가족 중 한명이 일을 보기 위해 금남로로 향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아버지는 버선발로 뛰쳐나갔다. 그게 어머니가 본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아버지는 며칠 뒤 신군부 탱크에 치여 처참한 모습으로 가족들 품에 돌아왔다.
김복자씨는 "아버지는 말도 안 되는 모습으로 구루마에 실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들었다"며 "마을 입구에서 장례를 치르고 아버지를 보내드렸는데 충격을 받은 아버지의 형제는 그 영향으로 일찍 돌아가시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그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아버지의 묘소를 찾을 땐 항상 아들을 보여주려 데리고 온다"며 "우중충하니 비도 오고 다들 눈물을 흘리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묘비를 둘러보던 김중태씨(60)는 돌아가신 형님이 열심히 살던 가장이자 청년이었다고 회상했다.
형님 김상태씨는 광주 북구 금호고 인근에서 부식가게를 하며 아내와 초등학생, 유치원 남매를 거두는 평범한 가장이었다. 당시 고3이던 중태씨의 학비에도 도움을 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하며 생활력도 강했다.
하지만 이들 가족에게 80년 5월23일 비극이 찾아왔다.
장사를 하려 양동에서 라면 7박스를 산 뒤 자전거에 싣고 가게로 향하던 김상태씨는 인근에서 들려오는 총소리에 자전거를 세운 뒤 무작정 도망갔다.
하지만 점점 총소리는 가까워져 왔고, 가게 인근 상가 건물로 들어가려는 순간 계엄군의 총알이 뒷목을 관통했다.
김씨는 "이맘때만 되면 형님 생각에 마음이 먹먹해진다"며 "본인보다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던 형님이 보고 싶다"고 눈시울이 붉어졌다.
유족들은 하루빨리 5·18정신이 헌법에 수록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동진씨의 손자 김정의씨(36)는 "남편이, 아버지가, 자식이 죽은 그 마음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 없다"며 "이런 아픔을 가지고 사는 분들과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을 아직도 왜곡하고 폄훼하고 있다. 더이상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서는 헌법 전문에 수록돼 그들의 희생을 기억하고 의미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중태씨 또한 "올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했지만 자유민주주의 등 추상적인 이야기만 하고 헌법 전문 수록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며 "진정성을 보여주려면 헌법 전문 수록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pepp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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