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로 보험금 청구 어렵다? “대리청구인 미리 지정하세요”

부산에 사는 박모씨 아버지는 급성심근경색 진단을 받고 병원에 입원했다. 박씨는 거동이 어려운 아버지 대신 아버지가 가입한 보험사에 보험금을 청구했다. 그러나 보험사는 박씨에게 보험금 청구 권한이 없다며 정상적인 위임을 받아오라고 했다. 금융감독원도 민법상 의사무능력자(환자)의 위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박씨는 법원에 아버지의 성년후견인이 되기 위한 법적 절차를 알아봤다. 가정법원에 성년후견개시심판청구를 해야 하고 결정까지 최대 6개월이 걸리며 인지대와 송달료와 같은 소송비용이 필요하다는 안내를 받았다.

반면 치매보험 가입자인 오모씨는 실제 치매에 걸렸을 때 보험금 청구가 어려울 수 있다는 주변 이야기를 듣고 큰딸을 대리청구인으로 지정했다. 이후 오씨가 치매 진단을 받자 오씨의 장녀는 보험금을 청구하고 어머니의 치료와 간병에 집중할 수 있었다.

금감원은 18일 박씨와 박씨 아버지처럼 보험가입자가 중대한 질병에 걸려 보험금을 직접 청구하지 못하고 있다는 민원이 다수 발생하고 있다며 미리 대리청구인 지정 제도를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대리청구인 지정은 보험계약자가 치매, 중병 등 의사를 표현할 능력이 없어져 보험금을 직접 청구할 수 없을 때를 대비해 가족 등이 보험금을 대신 청구할 수 있도록 미리 정하는 제도이다. 보험가입자의 가족이 성년후견인 지정을 받아 보험금을 청구하는 것보다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대상은 계약자, 피보험자, 보험수익자가 같은 보험 계약이다. 대리청구인은 계약자의 배우자 또는 3촌 이내의 친족이어야 한다. 보험 계약자는 가입할 때 혹은 보험 기간 중에 신청서류를 보험사에 제출하거나 지정대리청구서비스 특약(무료)에 가입하면 된다.

금감원은 그동안 치매보험을 대상으로 고령 계약자의 지정대리청구서비스 특약대리청구인 가입을 의무화했다. 제출서류 요건 완화, 보험사의 안내 강화도 추진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피보험자가 치명적 질병 상태에 해당할 때 보험금을 지급하는 치명적질병보험(CI보험)도 대리청구인 지정 제도가 활성화하도록 보험사에 영업 조직 교육 강화 등을 지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희곤 기자 hul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