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모란트, 스스로 걷어차고 있는 2순위 신화

김종수 2023. 5. 18.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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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재능들이 모여드는 NBA 신인 드래프트에서 2순위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첫 번째로 지명받지는 못했지만 당해 최고를 겨룰 혹은 최고 다음의 기대주로 인정을 받았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살짝 가려진 또 다른 주인공이다’는 표현이 붙여지는 이유다. 많은 시간이 흐르면서 2순위의 희비도 종종 엇갈렸다.


1순위는 물론 자신보다 뒷순번에 지명된 선수들에게 커리어에서 밀려버리며 자존심을 구겨버린 샘 보위같은 케이스도 있지만 1순위 못지않은 혹은 이상가는 업적을 남긴 2순위 신화의 주인공들도 적지 않다. 빌 러셀, 제리 웨스트, 얼 먼로, 게리 페이튼, 제이슨 키드, 케빈 듀란트 등이 대표적이다. 먼 훗날 이들의 뒤를 이어 이름을 올릴 또 다른 후보로 주목받고 있는 선수가 있다. 다름아닌 멤피스 그리즐리스의 희망으로 불리는 ‘비스트’ 자 모란트(24‧188cm)다.


1995년 창단한 멤피스는 약체 이미지가 강하다. 최근 2시즌간 정규시즌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는 했지만 그같은 돌풍이 플레이오프에서까지 이어지지 않았고 창단 이후 하위권에서 머물던 시간이 훨씬 길었기 때문이다. 파이널 우승, 컨퍼런스 우승은 아직 한번도 없고 디비전 우승 2번이 전부다. 팀을 대표할만한 걸출한 프랜차이즈 스타도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모란트가 지명된 2019년 드래프트는 멤피스 팬들 입장에서는 잊을 수 없는 해가 됐다.


비록 세간의 관심은 온통 ‘날으는 냉장고’ 자이언 윌리엄슨(23‧198cm)에게 쏠려 있었지만 모란트 역시 대학 시절 폭풍 성장을 거듭하며 차세대 스타 후보 중 한명으로 평가받았던 자원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1순위에 대한 아쉬움은 있었다. 모란트가 즉시 전력감으로 기대를 모았다면 자이언은 역대급 스타가 될 떡잎을 인정받고 있었던 이유가 크다.


하지만 해당 선수들이 프로에 데뷔하면서부터 멤피스 팬들은 누구도 자이언을 지명하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지 않았다. 자이언이 대학 시절 괴물이었던 것도 맞고 프로 무대에서도 몸 상태가 건강할 때의 경기력은 매우 위력적이었으나 활약상만 놓고보면 모란트도 못지않았기 때문이다. 자이언이 부상으로 첫해부터 제대로 경기를 소화하지 못하는 사이 모란트는 바로 두각을 나타내며 펄펄 날기 시작했다. 신인왕도 그의 몫이었다.


보통 포인트가드는 폭발적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득점을 주도하는 에이스 유형과 넓은 시야, 빼어난 패싱센스를 통해 팀 전체 흐름을 이끌어가는 사령관 유형으로 나뉜다. 팀 또한 그들의 성향에 맞춰 색깔이 입혀지는 경우가 많다. 모란트같은 경우 아직 나이가 어린 관계로 어떤 유형으로 발전할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은 전자에 가깝다.


신장은 188cm에 불과하지만 윙스팬이 201cm에 이르고 무시무시한 점프력에 바디밸런스까지 안정되어 있는지라 엄청난 림어택 능력을 보여준다. 동료의 패스를 공중에서 받아 몸을 비틀어 이중동작으로 앨리웁 덩크를 성공시키는 모습은 흡사 한 마리 날아다니는 짐승을 연상케 한다.


운동능력 좋은 가드들이 그렇듯 모란트 또한 돌파 후 림어택을 즐긴다. 조금의 빈틈이라도 발견됐다 싶으면 수비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레이업슛을 올려놓거나 덩크슛을 꽂아 넣고 속공상황에서 따라붙는 수비수들을 스피드로 제쳐버리며 슬램덩크를 작렬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발이 매우 빠른데다 순간 움직임까지 좋아 일단 한번 가속이 붙으면 움직임을 따라가기가 쉽지 않다.


거기에 더해 플로터 역시 점점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어느 정도 거리에 들어왔다 싶으면 반박자 빠르게 던질 때가 많은데 직접적인 림어택을 예상하고 있던 수비 입장에서는 혼돈이 올 수밖에 없다. 던질 수 있는 거리도 넓은 편이며 슛 타이밍도 들쭉날쭉 한데다 체공능력까지 좋아 묘기성 플로터도 자주 보여준다.

 


데릭 로즈를 연상시키는 슈퍼 슬래셔로 이미지를 굳혀가고 있지만 그렇다고 모란트가 자신의 공격만 보는 일방통행형 스타일은 아니다. 대학 시절부터 코트를 넓게 보는 시야나 패스 센스 등은 인정받았던 선수답게 프로에서도 질 좋은 패스를 통해 팀 전체의 컨디션을 끌어 올려주는 플레이를 자주 보여준다. 혼자 북치고 장구만 치는 타입이 아닌 동료들과 함께 하는 합주도 즐길줄 안다.


헤지테이션, 다양한 종류의 크로스오버 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지라 자신 쪽으로 수비수들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빈곳의 동료를 봐주는 시야가 상당하다. 일단 돌파가 워낙 위력적인지라 움직이기 시작하면 수비 동선도 함께 따라갈 수밖에 없는데 그런 상황에서 킥아웃 패스가 들어가던가 아님 빈 공간으로 날카롭게 찔러준다.


다른 능력치에 비해 슈팅, 수비 등에서 살짝 아쉬움의 목소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 부분 또한 매 시즌 발전하고 있다. 거기에 더해 미드레인지 점퍼 시도도 점점 늘고 있다. 수비 또한 경험이 쌓이면서 성장중이다는 평가다. 올시즌 정규리그에서는 61경기에서 평균 26.2득점, 8.1어시스트(5위), 5.9리바운드, 1.1스틸로 전방위 활약을 펼쳤다. 팬들은 모란트가 ‘멤피스의 데미안 릴라드’같은 존재가 되어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분위기였다.


적어도 최근까지는 그랬다. 하지만 얼마전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이른바 권총 사건이 그것이다. 차세대 스타에서 사고뭉치로 전락한 것은 물론 개인과 팀에게도 심각한 타격이 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4일(한국시간) 모란트의 친구가 인스타그램 라이브에 올린 영상이 문제였다. 차 안에서 친구들과 랩을 하며 놀던 모란트가 권총을 쥔 모습이 영상 속에서 공개됐다. 카메라를 들고 있던 친구는 서둘러 화면을 자기 쪽으로 돌렸고 게시물 또한 삭제했으나 이미 영상은 전세계로 퍼진 뒤였다.


분위기는 모란트에게 안좋은 쪽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번 총기 사건도 문제지만 두달전 비슷한 일이 있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당시 덴버의 한 클럽에서 술에 취해 총기를 노출했던 모란트는 NBA 사무국으로부터 8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모란트 또한 실수를 인정하고 공개사과와 재발방지를 약소했다.


그런 상황에서 또다시 비슷한 일이 벌어진 셈인지라 소속구단과 NBA 사무국은 물론 팬들까지도 큰 충격과 함께 실망감을 표현하고 있다. NBA 사무국은 중징계를 예고하고 있으며 구단에서도 자체 징계가 내려질 공산이 크다. 이번 사건은 모란트와 구단에게 엄청난 피해로 돌아올 것으로 예상된다.


모란트는 멤비스와 5년 최대 1억 9,400만 달러(약 2,600억 원)의 계약을 맺었는데 다음 시즌부터 적용된다. 그런 상황에서 첫 시즌부터 적지않은 기간을 결정하게 됐고 이로인한 비난 및 이미지 손실 또한 적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음료 회사 파워에이드도 모란트를 모델로한 광고를 전부 내리는 등 당분간은 부가수입마저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


본인이 자초한 일인지라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다. 한창 커리어를 뻗어나가야할 시점에서 잘못을 돌아보지 않는 어리석음과 팀내 간판 선수로서의 책임감이 결여된 행동이었다는 지적일색이다. 1순위 자이언이 부상과 다이어트 이슈로 주춤하고 있는 가운데 2순위 모란트는 자신이 파놓은 구덩이에 스스로 빠져버리고 말았다. 스타는 실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는 말이 새삼 실감나는 대목이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사진_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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