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G인 줄” 무지개색 돌기 가득 달린 이 생명체, 정체는?

박선민 기자 2023. 5. 18.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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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잉글랜드 콘월주 남부 팔머스 앞바다에서 발견된 무지개바다민달팽이. /Vicky Barlow 인스타그램

노란색, 분홍색, 보라색, 흰색 등이 형형색색으로 섞인 희귀 민달팽이가 영국 해안에서 발견됐다.

16일(현지 시각) 영국 BBC 방송과 일간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지난 6일 잉글랜드 콘월주 남부 팔머스 앞바다에서 무지개색 민달팽이가 발견됐다. 사진을 보면, 분홍색 몸통에 촉수처럼 보이는 기관이 가득 달려있다. 노란색, 보라색, 주황색 등 여러 색이 섞여 있어 마치 공작새의 깃털을 연상케 한다. 더듬이 끝부분은 흰색으로 솟아있다.

이 화려한 무지개색 민달팽이는 비키 바로우라는 여성이 발견했다. 바로우는 당초 거미게를 찾고 있었다. 여러 바위를 들어 올리며 탐색을 이어가던 중, 이 민달팽이가 붙어있는 걸 봤다. 바로우는 “해초로 뒤덮인 거대한 바위를 집어 들었는데 밝고 특이한 물체가 눈에 들어왔다”며 “정말 아름다웠다. 영국에서도 이런 종이 발견될 수 있다니 놀랍다”라고 했다.

무지개색 민달팽이는 화제가 됐다. 현지 언론은 물론 미국 CBS 방송에도 보도됐다. 트위터,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에도 사진이 다수 공유됐다. 네티즌들은 “행운이 깃든 민달팽이” “CG인 줄 알았다” “너무 아름답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 트위터 계정에 올라온 사진은 하루만에 조회수 13만회를 넘겼다.

지난 6일 잉글랜드 콘월주 남부 팔머스 앞바다에서 발견된 무지개바다민달팽이. /Vicky Barlow 인스타그램

◆ 순식간에 인기 스타 된 무지개색 민달팽이, 정체는

삽시간에 화제가 된 이 무지개색 민달팽이는 ‘무지개바다민달팽이’ 또는 ‘바바키나 아나도니’라고 불린다. 일반적으로 스페인, 포르투갈, 프랑스 서해안 등 바닷물이 비교적 따뜻한 곳에 서식한다.

촉수처럼 보이는 기관들은 사실 아가미다. 무지개바다민달팽이는 이 아가미 돌기를 이용해 숨을 쉰다. 여기에 소화선이 있어 소화액이 분비된다. 머리 가장 앞에 달려있는 더듬이는 구촉수다. 장애물 등을 감지하는 기능을 한다. 또 뒤통수 쪽에 튀어나와 있는 건 촉각이다. 보통 냄새 맡는 역할을 한다. 단지 화려하고 아름답게만 보였던 기관들이 각각 제 기능을 하고 있었던 셈이다.

전문가들은 얕은 바다에서 무지개바다민달팽이를 발견하는 것은 매우 희귀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지역 비영리단체 ‘더 락 풀 프로젝트’의 해양 생물학자 벤 홀트는 “깊은 바닷속에서 가끔 잠수부들에 의해 발견되기는 하지만, 이처럼 해안 바위에서 포착된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이어 “바위 웅덩이는 밀물이 드나들기 때문에 무지개바다민달팽이가 살기 적절하지 않은 환경”이라며 “이는 지난 5년간 잉글랜드 남서부 해변에서 관찰된 해양 생물의 대규모 변화 중 하나로 보인다”고 했다.

국립생물자원관 생물다양성총괄과 길현종 연구관도 이날 조선닷컴에 “작년에도 한번 목격된 적 있었는데 이번에 더 크게 화제가 된 이유는, 얕은 바다에서 관찰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원래 무지개바다민달팽이는 깊은 바다에서 생활한다. 어떻게 올라왔는지는 모르겠지만, 물이 들어왔다 빠지길 반복하는 바위 웅덩이는 적절한 생활 환경은 아니다”고 했다.

지난 6일 잉글랜드 콘월주 남부 팔머스 앞바다에서 발견된 무지개바다민달팽이. /Vicky Barlow 인스타그램

◆ 국제적으로 드물게 보고된다는데… 국내에서는?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무지개바다민달팽이는 갯민숭달팽이에 속한다. 바다를 뜻하는 ‘갯’과 몸에 있어야 할 것이 없다는 ‘민숭하다’를 합친 단어로, ‘패각이 없는 바다 달팽이’를 의미한다. 갯민숭달팽이는 전 세계적으로 약 3000 종이 알려져 있고, 한국에는 약 400 종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선명하고 화려한 색채를 갖고 있어 눈에 확 띈다.

빨간꼭지도롱이갯민숭이. /국립생물자원관
불꽃도롱이갯민숭이. /국립생물자원관

무지개바다민달팽이는 갯민숭이달팽이 중에서도 큰도롱이갯민숭이에 속한다. 이들은 대체로 바닷물이 따뜻한 곳에 서식한다. 얕은 바다에서는 찾아보기 힘들고, 10m 이하 수심으로 들어가야 관찰할 수 있다. 히드라나 산호 등 자포동물을 먹으며 살아간다. 개체 별로 다르지만, 독을 가진 경우도 있다.

등쪽에 아가미 돌기가 가득한 모습이 마치 짚으로 만든 비옷 ‘도롱이’와 비슷하다고 해서 이 같은 이름이 붙었다. 무지개바다민달팽이와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형태를 가진 갯민숭달팽이는 국내에서도 종종 관찰된다. 빨강꼭지도롱이갯민숭이, 오색도롱이갯민숭이, 불꽃도롱이갯민숭이, 갈색버들잎갯민숭이 등이 그 예다. 각각 제주 서귀포, 전남 신안, 거제 홍도, 강릉 경포에서 목격됐다. 모두 무지개바다민달팽이처럼 특징적인 아가미 돌기를 가득 갖고 있다.

다만 무지개바다민달팽이는 국내에서 관찰된 적 없다. 원래 주요 서식지가 대서양이기 때문이다. 길 연구관은 “원래 한국 바다에서는 잘 서식하지 않는 종”이라며 “다만 다른 종류의 갯민숭이달팽이는 국내 수심 있는 바다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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