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분 내 적 탄도미사일 탐지”…해군 대탄도탄작전·대잠전 훈련 및 도산 안창호함 내부공개 [르포]

구현모 2023. 5. 18.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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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가덕도 앞바다에 짙은 해무가 취재진이 탄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 사이로 내려앉았다.

해군은 지난 16일 세종대왕함에서 이같은 대잠전 훈련과 북한의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발사를 탐지하는 대탄도탄작전 훈련을 실시했다.

대잠전 훈련 상황에서는 적 잠수함 탐지뿐만 아니라 적이 어뢰를 발사한 상황을 가정한 회피기동 및 홍상어 등 세종대왕함에 탑재된 대잠유도무기로 대응하는 과정도 숙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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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 SLBM 발사징후 포착.”

부산 가덕도 일대를 항해하던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에 울린 경보음이 훈련의 시작을 알렸다. 상급부대로부터 북한 SLBM 탑재 잠수함이 활동 중이라는 첩보를 입수한 상황. 세종대왕함의 두뇌 격인 전투지휘실(CCC)에는 발사 예상지점 및 탄착 예상지점 등 스파이 레이더로 실시간으로 탐지된 정보들이 전면부 모니터에 표시됐다. 다른 화면에는 우상향하는 그래프를 통해 탄도탄의 고도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SLBM 탐지된 순간부터 레이더가 탐지할 수 있는 최저고도를 지나 소실되기까지 3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지난 16일 가덕도 인근 해상에서 세종대왕함(DDG)과 해군 대잠작전헬기(LYNX)가 항공 대잠전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해군 제공
해군은 지난 16일 세종대왕함에서 이같은 내용의 대탄도탄작전과 적 잠수함 공격에 대응한 대잠전 훈련을 실시했다. 북한의 SLBM 탑재 잠수함 위협에 대응하여 탄도탄 감시·대응태세를 점검하고 입체전력을 활용한 대잠전 능력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훈련은 북한 잠수함이 기지를 이탈해 미식별 중인 상황을 가정해 1단계 대탄도탄작전과 2단계 대잠전으로 나눠 진행됐다.

1단계 상황을 통해 적의 탄도미사일 발사 상황에서 우리 측 감시자산이 이를 어떻게 탐지하는지 보여줬다.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경우 1시간 가까이 탐지하기도 하지만 단거리 탄도미사일의 3∼5분 짧은 시간 내 모든 탐지와 추적이 이뤄진다. CCC 내부가 푸른색의 약한 조명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도 실제 상황 발생 시 단 1초도 낭비하지 않기 위해서다. 푸른색 조명이 밝은 곳에서 어두운 곳으로 갈 때 일시적으로 사물이 보이지 않는 암순응 현상을 최소화시켜주기 때문이다. 

2단계 상황은 함정 내 수중정보실에서 적 잠수함으로 추정되는 미식별 접촉물을 탐지하면서 시작됐다. 미식별 중인 잠수함이 함정 인근에서 식별된 일촉즉발의 상황이 펼쳐지자 세종대왕함에 탑재된 링스(Lynx) 해상작전헬기가 긴급출격했고, 인근 해역에서 비행 중이던 P-3 해상초계기도 이동해 왔다. 함정 우현에서 나타난 초계기는 잠수함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100m 이하로 낮게 비행하면 ‘능동 소노부이’ 4발을 투하했고 해상작전헬기에서는 디핑소나를 투하됐다. 능동 소노부이는 수중에서 음파를 발생시켜 수중접촉물을 탐지하는 휴대용 소나(음파탐지기)이고 디핑소나는 긴 봉을 물속에 투하해 수중의 소리를 청취하는 탐지기다.
지난 16일 가덕도 인근 해상에서 항해 중인 세종대왕함(DDG)의 전투지휘실에 김성필(대령(진)) 세종대왕함장이 대탄도탄전 및 대잠전 훈련을 지휘하고 있다. 해군 제공
적 잠수함 탐지뿐만 아니라 적이 어뢰를 발사한 상황을 가정한 회피기동 및 홍상어 등 세종대왕함에 탑재된 대잠수함유도무기로 대응하는 과정도 숙달했다. 이번 훈련을 주관한 김성필 세종대왕함장은 “우리 세종대왕함은 적의 다양한 위협에 대비해 실전과 같은 강도 높은 교육·훈련으로 최상의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라며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이 도발하면 단호하고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해군은 이날 진해 군항에 정박 중인 도산 안창호함(KSS-Ⅲ) 내부를 언론에 공개했다. 도산 안창호함은 국내 최초 독자 설계·건조된 3000톤급 잠수함이다.  
잠수함 내부를 들여다보니 승조원들의 작전 및 근무여건도 눈에 띄게 개선됐다. 다른 잠수함들은 여러 명이 침상 하나를 함께 사용해야하지만 도산 안창호함은 50여명이 승조원들이 침상 하나씩 쓸 수 있을 정도로 거주공간이 확보됐다. 내년부터 승선하게 될 여군들이 생활할 수 있는 3인실도 갖추고 있었다. 실제로 이달 말부터 도산 안창호함에서 근무하게 될 여군들을 선발하게 된다. 1993년 첫 잠수함 장보고함(1200t급) 취역 후 31년 만에 잠수함에서 ‘금녀의 벽’이 허물어지게 되는 것이다. 
도산 안창호함은 기존 잠수함과 비교해 수중 작전 기간도 늘고 소음저감 기술도 향상됐다. 또한 수평 발사체계를 이용해 유도탄과 어뢰, 기뢰 등 다양한 무장을 운용하고 있으며, 아직 실전 배치가 되지 않은 안무함을 제외하고는 탄도유도탄(SLBM)을 발사할 수 있는 유일한 잠수함이다. 은닉성이 뛰어나고 보복능력도 갖춘 덕분에 이지스 구축함인 세종대왕함과 더불어 ‘해상기반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 전력으로 꼽힌다. 
지난 16일 가덕도 인근 해상에서 해군 대잠작전헬기(LYNX)가 디핑소나를 투하하고 있다. 해군 제공
김형균 도산안창호함장은 “도산안창호함은 대양작전과 장기작전 수행에 최적화된 세계적 수준의 잠수함으로서 강력한 해양강군의 핵심축이자, 전방위 위협에 대응하는 국가 전략 무기체계”라며 “승조원 모두가 최고도의 결전태세를 확립하여 전략적 비수로서 우리 바다를 굳건히 지키겠다”고 밝혔다.

부산=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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