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北 SLBM을 '잡아라'…최첨단 이지스, 세종대왕함을 타다
우리나라선 北 탄도미사일 탐지 최전선…1척 상시 작전배치
2009년 4월 미일 이지스함 제치고 무수단 미사일 탐지하며 데뷔
취재진 탑승한 상태로 탄도미사일 추적·대잠전 훈련 직접 벌여
탄도미사일 레이더 정보 실시간 분석·공유, 초계기·헬기 통해 잠수함 격침
시스템 업그레이드 아직 안 돼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은 없어 아쉬움
해군 "SM-6 세종대왕급에도 탑재 추진"…이지스함 6척 보유 전망
"알림, 정보에 의하면 현 시간 SLBM 탑재 잠수함을 포함한 적 잠수함 다수 미식별 중이며, 신포 일대 SLBM 발사 징후 포착."
부산 가덕도 앞바다에서 항해하던 우리 해군의 세종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에 비상이 걸렸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북한 잠수함을 포함해 여러 척이 감시망에서 사라진데다 실제 SLBM을 발사하려는 징후가 포착돼서다.
CBS노컷뉴스 취재진은 지난 16일 부산 해군작전기지에서 광개토(KDX)-Ⅲ 세종대왕함에 직접 탑승, 낮밤과 평일·주말을 가리지 않는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탐지·추적하고, 적 잠수함을 찾아 격침시키는 훈련 모습을 직접 지켜봤다. 훈련이지만 동시에 실제 상황이기도 하다. 시도때도 없이 날아가는 탄도미사일을 탐지하는데다 바다에서 매일 작전을 하는 해군 특성상 실제 상황과 훈련의 구분이 큰 의미가 없어서다.
헤파이스토스의 방패 '이지스'…상시 작전배치, 北 미사일 최단 시간 탐지
지금이나 냉전 때나 세계 최강 전력을 자랑하는 미 해군 항공모함 전단을 이길 방법이 마땅찮던 소련은 장거리에서 대함 순항미사일을 대량으로 퍼붓는다는 방법을 찾아냈다. 물론 미 해군도 가만히 보고 있을 리는 없어서 다수의 미사일과 전투기를 동시에 포착하고 요격할 수 있는 전투지휘체계를 만들어 군함에 탑재하는 해결책을 찾았다. 그리스 신화에서 헤파이스토스가 만들었다는 방패의 이름을 딴 '이지스' 시스템이 탄생한 계기다.
세종대왕급은 이지스 시스템을 본격적으로 적용한 미 해군의 알레이버크급 구축함을 기반으로 건조했으며 2008년에 취역했다. 현재까지 세종대왕함, 율곡 이이함, 서애 류성룡함까지 3척이 취역했는데 해군의 함 운용은 기본적으로 1척은 작전, 1척은 대기 또는 훈련, 1척은 정비(수리)가 기본이다. 즉 이지스 구축함 1척은 항시 동해 등지에서 작전배치 중이다. 이유는 물론 북한 미사일 때문이다.
원래 미사일로부터 함대를 지키는 방공 임무를 위해 만들어진 알레이버크급의 AN/SPY-1D 위상배열 레이더는 수백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떨어진 탄도미사일의 발사도 탐지할 수 있는 우수한 성능을 가졌다. 세종대왕함 자체도 2009년 4월 북한이 동해로 발사한 무수단 미사일을 미국과 일본의 이지스함을 제치고 발사 10여초만에 처음으로 탐지하면서 실전에 데뷔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때마다 한반도에 4대가 배치돼 있는 공군의 그린파인 레이더와 함께 세종대왕급이 이 미사일의 탐지를 담당한다. 뿐만 아니라 1천여개의 표적을 동시에 탐지 추적하며 20여개의 표적을 동시에 공격하고, 해성-2 순항미사일로 지상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 미국 항공모함 전단에선 지휘관이 탑승하는 기함(flagship)은 따로 있으므로 이지스함은 함대방공을 주로 맡지만, 우리 해군에선 필요에 따라 7기동전단장이 탑승해 지휘하는 기함 역할도 한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건조·진수·취역 당시 기준 최신 버전이었던 베이스라인 7.1을 기반으로 했던 세종대왕급은 BMD(탄도미사일 방어) 능력이 없어 탄도미사일을 직접 요격하지는 못한다. 이는 당시 알레이버크급과 일본의 공고급 이지스 호위함(일본 해상자위대가 구축함을 부르는 명칭)도 마찬가지였지만, 둘 다 추후 업그레이드를 통해 BMD 능력을 갖췄다.
세종대왕급의 후계함인 KDX-Ⅲ 배치-Ⅱ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은 지난해 7월 진수됐는데, BMD가 통합돼 있는 베이스라인 9.C2를 채택, 여기에 SM-6 요격미사일을 탑재해 탄도미사일 요격 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킬 체인(시한성 긴급표적 선제타격),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대량응징보복체계(KMPR)까지 '3축 체계'를 바다에 떠 있는 이지스함 한 척이 모두 실행할 수 있는 셈이다.
또한 2022년 8월 1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김명수 당시 해군참모차장(현 해군작전사령관)은 "성능을 개량해서 SM-6를 배치-Ⅰ(세종대왕급)에도 탑재하는 것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따라서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세종대왕급 또한 BMD 능력을 갖추게 될 전망이다. 그러면 기동성이 높고 북한의 탐지 범위 바깥에서, 미사일 방어는 물론 아무 때나 미사일을 쏴 공격할 수도 있는 '해상 기반 3축 체계'를 갖춘 이지스함을 6척 보유하게 되는 셈이다.
SLBM 포착 뒤 잠수함 찾아내 격침…"최상 전투준비태세 유지, 도발시 단호하고 강력히 응징"
대잠·대공 경계태세를 올린 세종대왕급의 전투지휘소(CCC)에 긴장감이 감돈다. 전술집행관이 함장에게 전투배치를 건의하자 "총원 전투배치!" 구령과 함께 함에 타고 있는 200여명의 승조원들이 일사불란하게 각자 맡은 위치로 움직인다. SPY-1D 레이더가 집중 탐색을 시작하자 잠시 후 레이더 작동수가 모니터에서 발사체를 포착한다. 신포 앞바다에서 미사일이 북동쪽으로 발사됐기 때문이다.
취재진이 지켜보던 모니터에도 미사일의 고도 등 레이더가 포착한 각종 수치가 분석돼 자동으로 표시되고 있었다. 이같은 상황은 오산 공군기지에 있는 탄도탄 작전통제소(KTMO Cell)에도 실시간으로 공유되며 합동참모본부에도 보고된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우리가 가장 빨리 알고 대비할 수 있도록 최전방에서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 SLBM을 포착했다는 것은 바꿔 말해 그 미사일을 발사한 잠수함도 어딘가에 있다는 뜻이다. 더군다나 그 잠수함이 아니라도 다른 잠수함이 더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겨우 한시름을 돌렸던 CCC에 함수(뱃머리)에 달린 소나에서 수중 미식별 접촉물 보고가 올라오자 다시 긴장감이 감돈다.
세종대왕함의 연락을 받고 인근 바다에서 날고 있던 P-3 해상초계기가 100m 이하 고도로 내려온 뒤 '떨어뜨리는 소나'인 능동 소노부이를 투하해 잠수함을 찾아내기 시작한다. 동시에 세종대왕함에 탑재돼 있던 링스 해상작전헬기가 출격, P-3가 포착한 미식별 접촉물 위치로 이동한다. 링스 헬기는 줄에 매달아 바다에 담그는 소나인 디핑 소나를 전개, 잠수함의 정확한 위치를 찾으며 범위를 좁혀 간다.
비슷한 시각 상급부대에서는 '인근 해역에 아군 잠수함 활동은 없다'고 세종대왕함에 통보해 온다. 해당 미식별 접촉물이 아군 잠수함이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게 아니니 좋은 소식이 아니다. 세종대왕함은 문제의 접촉물에 대해 수중 통신을 통해 즉각 수면으로 부상하라고 통보했지만 날아온 대답은 어뢰 공격이었다.
가짜 소리를 내 적 어뢰를 속이는 어뢰음향대항체계(TACM)을 가동시키고 전속으로 기동해 어뢰를 피한 세종대왕함 입장에선 가만히 있을 이유가 없다. 이미 디핑 소나로 위치를 포착한 적 잠수함에게 '청상어' 어뢰를 내장한 대잠 미사일 '홍상어'가 날아간다. 잠시 후 수중정보실에서 요란한 폭발음이 들리고 수면에서도 기름띠와 함께 뭔가 흔적이 보인다. 적 잠수함을 격침시켰다는 뜻이다.
김성필 함장(대령(진))은 "적의 다양한 위협에 대비해 실전과 같은 강도 높은 교육 훈련으로 최상의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언제, 어디서, 어떠한 상황에서도 적이 도발하면 단호하고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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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노컷뉴스 김형준 기자 redpoint@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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