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적 잠수함 출현에 "총원 전투배치!"…이지스함·초계기로 '격멸'

허고운 기자 2023. 5. 1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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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16일 가덕도 인근 해상서 대탄도탄작전 및 대잠전 훈련 실시
세종대왕함서 미사일 탐지·추적… '홍상어'로 잠수함 격침 성공
지난 16일 부산 가덕도 인근 해상에서 해군 구축함 '세종대왕함'과 대잠작전헬기 '링스'가 항공 대잠전 훈련을 하고 있다. (해군 제공)

(부산=뉴스1) 허고운 기자 = "대잠·대공 경계태세 발령! 총원 전투배치! 대잠·대공 전투준비!"

지난 16일 오후 부산 가덕도 인근 해상에서 경계 작전을 수행하던 해군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DDG-991·7600톤급) 승조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탑재 잠수함이 기지를 이탈해 활동 중이란 훈련 상황이 부여되면서부터다.

세종대왕함은 '적'으로 식별된 표적에 한해 교전이 가능한 상태로 무장운용태세를 조정했다. 이어 북한 탄도미사일의 작전구역 내에 스파이(SPY) 레이더의 집중 탐색구역을 설정하고, 탄도탄 탐지작전을 시작했다.

잠시 뒤 세종대왕함 전투지휘소(CCC) 레이더 작동수는 레이더 시스템 컨트롤 모니터에서 '미상'(未詳) 발사체가 북동쪽 방향으로 날아가는 걸 포착했다. 함내엔 "현 시각 미상 발사체 접촉. 대유도탄 방어태세 1단계 설정. 전(全) 대공 무장 즉각 사용 준비"란 내용의 방송이 울려 퍼졌다.

세종대왕함은 미상 발사체 추적을 유지하며, 레이더에 포착된 제원을 공군 탄도탄 작전통제소(KTMO-Cell)로 전송했다.

대탄도탄작전 훈련은 포착된 세부 제원을 분석하고 미상 발사체의 비행궤적·특성을 식별해 관련 작전개소에 전파하는 것으로 마무리됐으나, 연이어 대잠수함전 훈련이 전개됐다. 세종대왕함 수중정보실에서 바닷속 미식별 접촉물을 탐지한 것이다.

이에 세종대왕함은 인근 해역 상공을 날던 P-3 해상초계기와 교신하며 미식별 접촉물 예상 지점으로 유도했다. 세종대왕함으로부터 연락 받은 '링스' 해상작전헬기도 이동하기 시작했다.

지난 16일 부산 가덕도 인근 해상에서 항해 중인 해군 구축함 '세종대왕함 전투지휘실에 김성필 함장이 대탄도탄전 및 대잠전 훈련을 지휘하고 있다. (해군 제공)

잠시 후 나타난 P-3는 고도를 100m 이하로 낮추고 능동 소노부이를 바다로 투하했다. 능동 소노부이는 수중에서 음파를 발생시켜 수중 접촉물을 탐지하는 휴대용 소나다.

P-3의 음향 조작사들은 분석 장비에 표시된 정보를 분석, 수중 미식별 접촉물의 위치를 찾아냈다.

링스 헬기도 공중 정지 상태에서 기체와 연결된 디핑 소나를 물속으로 내려 보내 미식별 수중 접촉물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다.

이와 동시에 우리 해군은 상급 부대로부터 인근 해역에 아군과 우군 잠수함 활동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미식별 수중 접촉물을 향해 "즉각 수면 위로 부상하라"고 권고하는 내용의 수중 통신을 발신했다.

그때 세종대왕함에선 어뢰 추진기로 판단되는 수중 소음이 청취됐다. 북한 잠수함이 어뢰를 발사한 추정되는 상황이다. 세종대왕함은 즉각 어뢰음향대항체계를 발사하면서 전속(全速)으로 회피 침로로 기동했다.

세종대왕함은 링스 헬기에 "적 잠수함을 향해 '청상어' 경어뢰로 긴급 공격하라"고 지시했다. 세종대왕함에선 입수 목표점과 발사 셀을 선택한 뒤 '홍상어' 대잠 유도무기도 발사했다.

잠시 뒤 수중정보실에선 폭발음이 청취됐다. 함상의 견시(見視)는 부유물과 기름띠를 확인했다. 적 잠수함을 격침한 것이다.

지난 16일 부산 가덕도 인근 해상에서 항해 중인 해군 구축함 '세종대왕함'과 비행 중인 P-3 초계기. (해군 제공)

해군은 이날 훈련을 통해 북한의 위협에 대비해 구축 중인 '해상 기반 한국형 3축 체계'를 시험했다. 현재 해군은 북한의 핵·미사일 공격 징후가 명백한 경우 이를 발사 전에 제거하는 '킬 체인'과 탄도탄 탐지·추적 임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앞으로 대량응징보복(KMPR)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의 모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체계를 발전시킬 계획이다.

해군에 따르면 '해상 기반 한국형 3축 체계'는 △한반도 주변 바다 어디서든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고 △북한의 탐지권 외곽에서 기동함으로써 생존성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육상기지 운용이 제한된 상황에서 바다에서 KMPR 체계를 가동할 수 있다.

해군은 이 같은 해상 기반 한국형 3축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이지스구축함(DDG)과 차기 구축함(KDDX), 중형급 잠수함(KSS) 등을 지속 확보해간다는 방침이다.

해상 기반 한국형 3축 체계의 핵심전력 중 하나인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은 스파이 레이더 기반의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해 최대 1000㎞ 거리 밖에서 1000여개의 공중표적을 동시에 탐지·추적할 수 있다. 이 가운데 20여개는 동시에 공격하는 것도 가능하다. 또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은 함대지·대함·대공무기를 탑재해 다수 표적에 동시 대응할 수 있다.

현재 세종대왕급 이지스함은 이날 훈련에 참가한 세종대왕함을 비롯해 '율곡이이함'(DDG-992)과 '서애류성룡함'(DDG-993) 등 총 3척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차세대 이지스함(광개토-Ⅲ 배치(Batch·유형)-Ⅱ)인 '정조대왕함'(DDG-995)은 작년 7월 진수했으며, 시험평가를 거쳐 내년 말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이날 훈련을 주관한 김성필 세종대왕함장(대령(진))은 "우리 세종대왕함은 적의 다양한 위협에 대비해 실전 같은 강도 높은 교육·훈련으로 최상의 전투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며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도 적이 도발하면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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