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국내 암호자산 규제 엄격…해외같은 사건 발생 가능성 낮아"

14일 가상자산(가상화폐) 거래소인 서울 빗썸 강남센터 시세 현황판에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가격이 표시돼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 우리나라 암호자산시장은 상대적으로 규제가 엄격해 해외와 같은 암호자산 관련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국은행은 18일 'BOK 이슈노트-글로벌 주요 사건을 통해 살펴본 암호자산시장의 취약성 평가 및 시사점'에서 글로벌 암호자산시장에서 발생한 주요 사건을 평가하고, 국내 암호자산시장의 현황과 취약성을 점검했다.

지난해 글로벌 암호자산시장은 알고리즘형 스테이블코인 테라USD와 루나의 급락, 암호자산 대출 플랫폼 셀시우스, 헤지펀드 3AC, 암호자산거래소 FTX의 파산 등이 발생하면서 전통 금융시장과 유사한 취약성을 드러냈다.

테라USD, 루나의 급락은 가격 안정 메커니즘의 실패와 지속적인 신규 자본 투입에 의존하는 지속불가능한 영업 모델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셀시우스는 자산·부채 만기 불일치와 유동성 리스크 관리 실패로 파산했다. 투자자로부터 예치 받은 이더리움을 즉시 인출이 불가능한 방식으로 운용함에 따라 고객의 급격한 예치자산 상환 요청에 대응하지 못한 것이다.

3AC는 암호자산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를 바탕으로 과도한 레버리지를 이용해 비트코인투자신탁(GBTC)에 투자했다가 파산했다.

FTX는 관계사와의 불투명한 내부거래 수행과 고객예탁금 전용 등의 사실이 알려지면서 신뢰도 하락과 대규모 자금 인출로 파산했다.

이에 비해 현재 국내 암호자산 생태계는 암호자산공개(ICO) 금지 등 상대적으로 엄격한 규제로 인해 단순 매매 중개 위주의 거래소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글로벌 암호자산시장에서 발생한 사건들과 유사한 사건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한은은 진단했다.

국내 27곳의 암호자산거래소는 원화로 암호자산을 매매할 수 있는 원화거래소 5개와 암호자산 간 교환만 지원하는 코인거래소 22개로 나뉜다.

오지윤 한은 금융안정연구팀 과장은 "'특정금융정보법'은 고객예탁금과 자기자산의 분리 보관 의무, 가상자산사업자 또는 그 특수관계인이 발행한 가상자산의 매매·교환·중개 등의 금지를 명시하고 있어 국내에서 FTX 사태와 같은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기타 가상자산사업자 9곳은 암호자산 보관·관리만을 전문으로 하는 암호자산 지갑사업자와 지갑서비스를 기반으로 금융 또는 결제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로 구분된다.

암호자산 수탁업은 그 규모가 크지 않고 주요 고객이 암호자산 업체라는 점에서 부정적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일반 고객의 피해는 크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

일부 빅테크 및 게임사도 국외 현지법인을 통해 자체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개발하고 암호자산을 발행하고 있지만 이들이 발행한 암호자산의 시가총액은 전체 암호자산시장 규모 대비 매우 작다. 때문에 해당 기업이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암호자산 복합기업과 유사한 수준의 리스크를 지니지는 않았다는 평가다.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특정 권리를 디지털화한 토큰증권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된 경우에 한해 시범 발행되고 있으며 주로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유동화한 조각투자 플랫폼을 통해 거래되고 있다. 토큰증권은 '자본시장법'의 규율 대상이라 다른 암호자산에 비해 투자자 보호 등의 측면에서 취약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향후 암호자산 부문과 전통 금융시스템 간 연계성이 높아짐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파급 위험에 대비해 포괄적인 대응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한은은 밝혔다.

오 과장은 "암호자산에 대한 규제를 ‘동일행위, 동일위험, 동일규제’의 관점에서 마련하고, 국가 간 규제 차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요국과 규제의 속도와 강도 측면에서 보조를 맞출 필요성이 있다"며 "암호자산시장 모니터링, 정보 수집 및 감시·감독 측면에서 정부, 중앙은행 등 관련 당국 간 긴밀한 협력 체계를 구축‧운용함으로써 규제의 효과성을 제고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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