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판·노숙시위 못막는 집시법 바뀌어야”

■ 변질된 민노총집회 손 못쓴 경찰
1박2일 노숙 미리 인지했지만
해산 못 시키고 명령만 수차례
집회에 관대했던 文정부 사법부
장소·시간제한 느슨하게 풀어
점거·소음에도 대응능력 약화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평일 서울 도심 ‘1박 2일 불법 노숙 시위’를 강행하는 과정에서 불법과 탈법이 난무하자 경찰의 소극적 대응에 대한 비판과

함께 야간 인도 점거 노숙 등에 대한 관리와 처벌이 가능하도록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이번 노조의 1박 2일 노숙 행위는 사실상 집회 형태를 띠고 있는데도, 현행 집시법상으로 야간 집회를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형민 법무법인 태일 변호사는 “법원이 시민의 안전과 교통에 지장 없겠다고 판단해 시위를 허가해줘도 실제 집회 현장에선 그 범위를 넘어서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경찰은 민주노총 건설노조가 지난 16일부터 1박 2일간 각각 2만4000명, 2만7000명(이하 경찰 추산)을 동원, 도심에서 집회에서 벌인 것과 관련해 주최자 및 노조 집행부에 대해 집시법·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적용해 수사에 착수하겠다고 18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신고된 시간을 넘겨 불법 집회를 이어가고 도로를 무단 점거한 부분에 대해 위법성이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뒤늦은 ‘사후 조치’로 경찰이 불법 집회 이전에, 그리고 즉각적으로 대응하지 않아 노조의 주 시위무대인 서울 세종대로와 서울광장, 청계천 인근이 아수라장이 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노조는 16일 세종대로 6개 차로를 점거한 채 불법 집회를 이어가고, 야간에는 노숙하며 술판까지 벌였다. 일부 노조원은 노상 방뇨를 하거나 쓰레기를 무단 투척해 광화문 일대에 쓰레기와 토사물 등이 넘쳐났다. 집회가 이뤄진 오후 시간대에는 집시법상 최고 소음기준인 85데시벨(㏈)도 상습 위반해 112에 80여 건의 불편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노조가 집회를 하기 전부터 1박 2일 노숙으로 변질되는 상황을 인지했지만 강제 해산 조치 대신 해산 명령만 수차례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16일 노조원들이 집회 신고 시간이던 오후 5시 이후 인근 서울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200일 추모제에 합류해 편법 집회를 벌였지만, 경찰은 3시간 후에야 해산 명령을 했다. 17일에는 4개 차로 점거가 허용된 장교동 서울지방고용청 앞 도로의 8차로를 모두 막아서기도 했지만, 제지는 없었다. 문재인 정부 동안 사법부가 집회·시위 장소와 시간 제한을 대부분 풀어주면서 경찰이 적극 대응하기 어려워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세종대로 같은 주요 도로의 경우 경찰이 집회를 제한할 수 있지만, 노조가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면서 경찰이 패소하는 경우가 빈번했기 때문이다. 경찰 측은 “소송으로 가면 법원이 노조의 손을 들어주는 경우도 많아 부담”이라고 했다.

김규태 기자 kgt90@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