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원영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 있느냐" 발언 질타 쏟아져
동아일보 "진보 도덕성 내세울 필요 있나" 보도 파장
양이 의원 "도덕도 중요하지만 유능함이 더 중요하다고 발언" 반박
진중권 "탈윤리, 도덕성 포기 선언" 매일신문 "도덕적 파탄"
매일경제 "무능하고 도덕성도 없는 정당 필요한가"
박성준 발언 보도도 논란
"반성·혁신보다 잘싸우는게 중요하다고 발언" 해명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김남국 의원의 탈당 직후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 자리에서 일부 의원들이 도덕성을 경시하는 듯한 표현을 한 것으로 알려져 언론계 등의 비판을 받았다.
본인들은 이후 보도내용을 두고 도덕이 중요하지 않다는게 아니라 능력이 더 중요하다는 뜻이었다거나 도덕이라는 말은 쓰지 않았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동아일보는 지난 16일자 5면 기사 <친명 “도덕성 따질때냐”… 온정주의-자정능력 상실에 '김남국 사태'>에서 지난 14일 열린 민주당 쇄신 의총에서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이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가 있느냐. 우리 당은 너무 도덕주의가 강하다”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밖에도 구글 검색결과에 나오는 온라인에 처음 보도했던 동아일보 기사엔 박성준 민주당 의원이 “왜 이렇게 수세적인가. 도덕성 따지다가 우리가 만날 당한다”고 말했다는 대목도 포함돼 있으나 현재 기사엔 빠져 있다.
이 같은 친명 강경파 의원들의 도덕성 경시 발언이 보도되자 거센 비판이 나왔다. 진중권 광운대 교수는 18일자 중앙일보 칼럼 <탈진실 이후는 탈윤리?>에서 양이 의원과 박성준 의원 발언을 두고 “한마디로 도덕성 포기 선언”이라며 “과거에는 '보수는 썩어도 유능한 맛, 진보는 미숙해도 깨끗한 맛'이라고 했었다. 근데 이 관계가 서로 뒤바뀌어 버린 것이다. 총 15년을 집권하면서 민주당도 기득권층으로 굳어졌다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진 교수는 “진보라고 특별히 도덕적이었겠는가”이라며 “그저 권력이 없어 부패할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고 비유했다. 그는 “진보라고 특별히 무능했겠는가. 그냥 집권을 못 해 능력을 기를 기회가 없었을 뿐”이라며 “문제는 자신들의 '존재'가 변했음에도 그들의 '의식'은 여전히 과거에 가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그게 우리 눈에 '위선'으로 비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도 18일자 사설에서 양이원영 의원 발언을 “어이없는 주장”이라고 비판했고, 매일신문도 사설 17일 사설에서 “자폭 발언”이라 평가한 뒤 “모두 갈 데까지 간, 도덕적 파탄의 공개 선언이다. 자신들이 '부도덕' 낙인을 찍은 보수·우파도 이러지는 않는다”고 썼다. 박봉권 매일경제 기자는 17일자 기사에서 “공직자가 지녀야할 최우선 덕목인 도덕성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정의와 공정 상식을 염원하는 국민을 대변할 국회의원 자격이 없다. 무능한데다 도덕성까지 내팽개친 제1야당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문화일보는 16일자 사설에서 헌법 제46조에 국회의원의 '청렴의 의무'를 적시한 점과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은 청렴, 공정, 이해충돌 방지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한 대목을 들어 “그런데도 도덕성을 정치적 이해에 따라 취사 선택할 수 있는 덕목으로 여긴다면, 위선자임을 자인하는 행태일 뿐 아니라, 공인(公人)과 공당(公黨)의 책무도 저버리는 일”이라고 맹비판했다.
이에 양이원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새벽 미디어오늘에 보내온 SNS메신저 답변서에서 입장을 밝혔다. 양이 의원은 '진보라고 꼭 도덕성을 내세울 필요가 있느냐. 우리 당은 너무 도덕주의가 강하다'라고 말했다는 동아일보 보도를 두고 “개혁정당으로서 우리당은 국민의힘보다 '도덕적 우위'에 있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치세력으로서의 유능함'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했다”고 해명했다.
'김남국 의원이 상임위 도중에도 코인거래를 한 것은 직무의 본말이 전도된 부당한 행위인지를 판단할 문제인데, 양이 의원의 말은 도덕적이냐 아니냐의 문제로 본질을 호도하는 주장이 아니냐'는 질의에 양이 의원은 “쇄신의총이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과 김남국 의원 코인 거래 관련 의혹이 계기가 되었지만 당 전반적인 쇄신이 논의의 대상”이라면서도 “김남국 의원이 상임위원회 도중에 코인 거래를 한 것은 부적절하며, 보도된 대로 일년에 수천 건의 거래를 한 것이 사실이라면 코인 거래로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니 문제가 크다고 본다”고 말해 김 의원의 행태가 잘못이라는 점은 동의했다. 양이 의원은 “잘못한 것은 철저한 조사로 사실을 밝히고 징계할 것은 징계하고 공동의 책임으로 같이 석고대죄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렇다해도 국회의원으로서 도덕성을 내세우지 말자는 말은 모든 국민들에게 도덕은 내팽개쳐도 좋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위험한 발언이 아니냐는 질의에 양이 의원은 “정치인의 도덕성은 기본이지 도덕적 우월성만으로 유권자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국민들이 안전하고 편안하게 살 수 있고, 전쟁 걱정하지 않고, 오늘보다 내일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정치세력, 그런 정치세력을 유권자들이 선택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양이 의원은 “정치인들의 활동은 국민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한 투쟁이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잘못한 게 있으면 사과하고 조사받고 그에 합당한 징계 등의 절차가 따르는 것이지 사실이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채 마녀사냥 같은 여론재판에 맡길 일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발언이 동아일보에 인용됐다가 빠진 것과 관련해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7일 밤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동아일보가 첫 보도를 해서 다른 언론이 받았는데, 내가 동아일보에 얘기해서 그 내용이 빠졌을 것”이라며 “내 발언 맥락의 가장 큰 핵심 취지는 '총선에서 승리는 필요충분조건이 있다, 필요조건이 뭐냐면 자기반성 혁신 성찰이다, 충분조건은 잘싸워야 한다. 여당일 때는 혁신 성찰이 중요하고 야당일 때는 보다 잘 싸워야 한다. 내년 선거는 윤석열 정권에 대한 심판과 경제선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여기 계신 다선 의원 선배님들이 잘 싸워야 한다. 지금 국면에서 잘 싸워야 한다'가 핵심이었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그런데 전달하면서 거기에 도덕성 얘기가 들어간 것 같다”고 말했다.
'도덕성 따지다가 맨날 당한다'는 말은 안했나라는 질의에 박 의원은 “그건 생각이 안나는데, 도덕성이라는 말은 평소에 안 쓴다”며 “(도덕성이 아니라) 자기 반성 혁신이라는 말을 한 것이고, 자기 반성 혁신보다 잘 싸우는 게 (더) 중요하다는 의미로 말했다”고 강조했다. 반성과 혁신이 덜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느냐는 질의에 박 의원은 “그것도 중요하지만 야당이 잘싸워야 한다는 뜻”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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