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세조종 처벌근거 만든 가상자산법… 감시 장치 마련은 ‘빈칸’

부당이익 5배 벌금 등 규정
금감원 같은 감시기구 미비
사설 거래소에 일임 ‘한계’

이르면 오는 25일 국회 본회의에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안’이 상정될 예정이지만, 가상화폐 시장에 만연한 불공정 행위를 막기에는 근본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다. 증시의 불공정 행위를 규율하는 자본시장법의 기본 뼈대를 가져와 시세조종 행위 등을 처벌할 법적 근거는 만들겠지만, 정작 가상화폐 시장을 감시할 장치 마련은 숙제로 남겨둬 ‘반쪽짜리’로 출발하게 됐다는 분석이다.

18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1일 전체회의에서 관련 법안을 가결했다. 주요 내용은 미공개 주요 정보를 이용하거나 시세조종을 하면 손해배상 책임과 최대 2배의 과징금을 부과할 뿐 아니라 1년 이상의 징역형 또는 부당이익(손실회피액)의 3~5배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전문가들은 이제라도 처벌 근거 규정이 생긴 데 대해선 환영했지만, 불공정 행위 자체를 방지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금융당국 출신의 한 전문가는 “해당 법안이 통과되면 가상화폐 거래도 주식과 마찬가지로 사전에 짜고 매수·매도 가격을 지정하는 통정거래나 자전거래 등과 같은 시세조종 행위나 사전에 취득한 주요 정보를 거래에 이용하는 불공정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생길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이 같은 부당 행위를 감시할 ‘툴’ 자체가 없어 적발을 위한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본시장은 금융감독원이나 한국거래소가 부당 행위를 감시하고 잡아내는 역할을 하지만, 가상화폐 시장은 난립 중인 사설 거래소에 일임할 수밖에 없어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라는 얘기다.

더욱이 가상화폐 보유 의혹으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대량 보유했던 ‘위믹스’ 코인의 상장폐지 사유와 같은 ‘고무줄 유통량 논란’은 이번 법안으로는 차단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1월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국내 5대 가상화폐거래소로 이뤄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는 위믹스 거래 지원 종료 결정을 했다. 주요 사유는 중대한 유통량 위반이다. 해당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담당한 법원은 약 3700만 개의 위믹스 코인이 추가 유통돼 투자자가 시세하락 등의 손해를 입었다고 판단했다. 가상화폐거래소 관계자는 “발행량과 유통량, 상장, 공시 등에 대한 규율은 국회가 2단계 법률 제정 때 다루기로 미뤄둔 상황이라 상당 기간은 거래소가 자율적으로 규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관범 기자 frog72@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