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기회되면 꼭 KTX 타보고 싶다” 남북회담 비화

박광연 기자 2023. 5. 18.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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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대북특사단 윤건영 의원 공개
“안전만 보장되면 핵 가질 이유 없어”
김정은 성격 “상당히 노회” “남성적”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대북특사단이 2018년 3월 평양에서 만나 기념촬영하고 있다. 가장 왼쪽이 윤건영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당시 청와대 제공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018년 3월 남한의 대북특사단을 만나 “기회가 되면 꼭 KTX를 타보고 싶다”고 말했다고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8일 밝혔다.

윤 의원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러한 내용의 김 위원장 관련 비화를 공개했다. 윤 의원은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자격으로 대북특사단에 참여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힌다.

특사단은 2018년 3월5일부터 1박2일 간 북한을 방문해 김 위원장 집무실이 있는 평양 노동당 본부청사에서 김 위원장을 만나 만찬을 가졌다. 김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 “(그해 2월 남한을 방문한) 특사단이 타고 왔는데 천지가 개벽할 정도라고 하더라”며 남한 KTX를 타보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에 특사단은 “언제든지 오시라”고 화답했다.

당시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를 갖고 있었다고 윤 의원은 평가했다. 윤 의원에 따르면 특사단이 비핵화 의지를 묻자 김 위원장은 “자식들한테 머리에 이고 살 핵을 물려줄 수 있겠나” “우리가 안전만 보장된다면 핵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해당 발언에 대해 “지금에 와서는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특사단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사전에 확정되지 않은 상태였다 윤 의원은 “김 위원장을 만날 수 있다라는 자신이 없었다”며 “김 위원장 면담 일정은 마지막 순간까지도 조율이 안된다”고 말했다. 평양 고방산초대소에 머물던 특사단은 김영철 당시 노동당 통일전선부장의 “옷 입고 가자”는 말을 듣고 김 위원장과의 만남을 직감했다고 한다.

윤 의원은 특사단과의 면담에서 김 위원장이 주한미군 문제를 언급했다고도 밝혔다. 윤 의원은 “주한미군에 대해 거론한 게 맞다”며 “미국 문제와 관련해 북한은 대단히 중층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1월 발간한 회고록에서 2018년 3월 자신을 만난 김 위원장이 “중국 공산당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윤 의원은 김 위원장에 대해 “노회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처음에 만났을 때는 눈이 날카롭고 매서웠다”며 “젊다는 느낌이었는데 회담과 만찬을 할 수록 나이에 비해 상당히 노회하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보다 더 남성적”이라며 “되게 사교적이고 개방적”이라고 말했다. 윤 의원은 김 위원장의 권력 장악 수준은 “꽉 쥐다 못해 터질 정도로 잡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남북 관계에서 가장 후회되는 것 중 하나가 핫라인 개설 부분”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북한 체제 특성을 고려할 때 김 위원장이 대한민국 대통령과 통화를 통해 뭔가를 결정했다고 북한 노동신문 같은 데에 절대 공개 못한다”며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핫라인은 공개 안하는 게 맞았다”고 말했다.

남측은 당초 2018년 4월 남북 판문점 정상회담을 이틀로 기획했으나 북한이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한다. 윤 의원은 “판문점 남쪽 지역에서 하루, 북쪽지역에서 하루 1박2일로 하자고 제안했다”며 “이래야 전 세계에 분단 상황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그는 “그런데 일정도 잘 안맞고 처음부터 그러기에는 좀 부담이라고 해서 (정상회담이) 4월27일 하루짜리가 됐다”고 밝혔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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