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곡물협정 가까스로 2개월 연장… 식량 위기감 일단 진정

만료 하루 앞두고 극적 합의
우크라 대반격 조짐이 변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에도 흑해를 통한 곡물 수출을 가능하게 했던 흑해 곡물 협정이 17일 2개월 연장됐다. 러시아의 협정 기간 축소 주장 등으로 난항을 겪었지만 협정 종료를 하루 앞두고 가까스로 타결된 것이다.

도이체벨레(DW) 등에 따르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이날 집권 여당 정의개발당(AKP) 의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흑해 곡물 협정의 2개월 추가 연장이 결정됐다”고 밝혔다. 협정 만료일(18일)을 하루 앞둔 시점이다.

앞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전쟁 이후 흑해가 봉쇄되며 식량 위기가 고조되자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해당 협정을 맺었다. 흑해에서 곡물 수출선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골자로, 120일 기한으로 지난해 11월에 이어 지난 3월 두 번째로 연장됐다. 하지만 러시아는 두 번째 연장 기간이 120일이 아닌 60일로, 18일 종료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로써 전쟁 이후 고조되고 있는 식량난에 대한 우려를 겨우 한숨 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식품과 비료가 안전하고 예측 가능하게 글로벌 공급망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전했다. 하지만 겨우 2개월 연장에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조짐에 양국 간 전투가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 협정 유지의 변수다.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우크라이나 내부에서는 종전을 위해 한국처럼 비무장지대(DMZ)를 구축하자는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기되고 있다. 키릴로 부다노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군사정보국장은 자국과 러시아 사이에 100㎞ 길이의 DMZ 조성안을 제안했다고 이날 타스통신이 전했다. 반면 러시아의 점령지에 대한 권한 강화도 계속되고 있다. 러시아 하원인 국가두마는 이날 동부 지역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가 있는 도네츠크인민공화국(DPR), 루한스크인민공화국(LPR), 자포리자주의 독자적 선거 결정권을 위임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