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퇴진” 정치 구호 난무한 5·18 묘역… “5·18 희생자 추모가 우선”

김성현 기자 2023. 5. 1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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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2년 연속 5·18 기념식 참석
오월 어머니와 200m 함께 걸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오월어머니회 회원들과 함께 입장하고 있다. /공동취재

18일 오전 9시 40분쯤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정문 진입로 인도에서 실랑이가 벌어졌다. 진보당 광주시당 관계자 20여명이 ‘노동자·서민 죽음으로 내모는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 ‘윤석열 퇴진’ 등이 적힌 손팻말을 높이 치켜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쯤 43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참석이 예정돼 있었다. 윤 대통령 도착 10여분 전이었다. 대통령이 탑승한 차량은 이 도로를 통해 묘지 입구에 닿는다. 일렬로 늘어서 진입로를 통제하던 경찰 일부가 피켓을 빼앗기 시작했다.

“왜 이래, 야 이게 뭐야, 어디서 횡포야, 피켓을 왜 내리라는 거야, 근거를 대라, 왜 못 들게 하는지, 말로 하세요, 손대지 마요(진보당 관계자).”

“피켓만 만질게요. 여기 집회 장소 아니잖아요, 게시물 자체를 들면 안 되는 행위잖아요. 집회 장소에서 하면 뭐라고 안 하죠(경찰).”

그 사이 진보당 관계자 한 명이 피켓을 들고 뺏기지 않기 위해 몸싸움을 하다 넘어졌다.

“짜증 나게 만들지 말고, 경찰들 뒤로 빠져(진보당).”

“왜 우리랑 싸워요(경찰).”

“열받아 죽겠네, 그냥 들고만 있을게요, 우리가 뭘 했는데요(진보당).”

18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역 입구 인도에서 경찰이 윤석열 퇴진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는 진보당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다./조홍복 기자

이날 5·18 묘역 안팎에는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촉구 등 5·18민주화운동 관련 시위 외에도 정치적인 시위가 많았다. 노조탄압 규탄 집회, 대통령 광주 방문 반대 집회, 주민의견 무시 강제 토지수용 규탄대회 등이었다. 노동단체, 보수단체, 5·18일부 단체 등의 집회로 묘역 주변이 붐볐다.

플래카드에도 정치 구호가 난무했다. ‘OUT 분노의 1년, 윤석열 이대로는 못살겠다!’ ‘윤석열 정권 퇴진투쟁에서 꼭 승리하겠습니다!’ ‘민주파괴, 검찰독재 윤석열을 타도하자’ 등이었다. 진보와 보수 진영 간 유튜버들은 기념식과 무관하게 설전을 벌였다. 이를 지켜보던 광주시민 박모(55)씨는 “주객이 제대로 바뀌었다”며 “정작 5·18은 간데없고 정치 집회에다가 정치 유튜버까지, 다 꼴 보기 싫다”고 했다. 그는 “차분하게 5·18 희생자를 추모하는 행사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경찰은 이날 물리적 충돌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5·18민주묘지 안팎에 기동대 41개 중대 등 5000여명을 배치했다. 민주묘지 정문부터 민주묘지 입구인 민주의 문까지 촘촘한 간격으로 경찰이 늘어섰다. 차도와 인도 사이에 철제 울타리를 설치해 동선을 통제하기도 했다. 비표 없이 입장이 가능했던 ‘민주의 문’에도 들어갈 수 없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54분쯤 민주의 문 앞에 도착했다. 차량에서 하차하고 2분쯤 비를 맞은 상태로 누군가 기다렸다. 검은색 승합차가 도착했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자식을 잃은 이른바 ‘오월 어머니’ 15명이 차량에서 내렸다. 윤 대통령은 어머니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직접 맞이했다. 윤 대통령은 오월어머니들과 함께 민주의 문을 거쳐 민주광장, 추념문 등을 지나 기념식장에 입장했다.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역 입구 도로에서 경찰이 진입을 통제하고 있다./조홍복 기자

‘5·18민주화운동 제43주년 기념식’이 이날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거행됐다.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이날 기념식에는 5·18 유공자와 유족, 정부 주요인사 등 3000여명이 참석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첫해에 이어 2년째 5·18 기념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5월 정신은 우리 자유민주주의 헌법 정신 그 자체이고 우리가 반드시 계승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며 구심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가 5월 정신을 잊지 않고 계승한다면,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세력과 도전에 당당히 맞서 싸워야 하고 그런 실천적 용기를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모두 오월의 정신으로 위협과 도전에 직면한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실천하며 창의와 혁신의 정신으로 산업의 고도화와 경제의 번영을 이뤄내야 한다”며 “그것이 오월의 정신을 구현하는 길이고, 민주 영령들께 보답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기념식은 국민의례, 여는 영상, 경과보고, 헌정공연, 기념사, 기념공연, ‘님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 순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는 도중 참석자 20여명이 ‘행안부장관 이상민 파면’ ‘특별법 제정하라’ ‘성역 없는 진상규명’ 등 피켓을 들었다. 피켓 상단에는 ‘10·29 이태원참사’라고 적혀 있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와 강성희 의원(원내대표)은 우의를 벗은 채 준비한 손피켓을 꺼내 들었다. 손피켓에는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날 기념식에는 국민의힘 지도부와 의원 대부분이 정부 인사들과 함께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도 대거 기념식에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기념식이 끝난 후 5·18 단체장들과 유족, 보훈처장 등과 전영진·김재영·정윤식 등 희생자 묘역을 참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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