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감독관은 조사할 때도 친절해야 합니까

세종=양종곤 기자 2023. 5. 18.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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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에 속한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있는 '독특한 규정'이다.

감독관 같은 특별사법경찰의 집무규정에도 피의자와 접견 등을 할 때 친절해야 한다고 규정됐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금융감독원, 소방청, 특허청 등 특사경 제도를 운영하는 부처 중 고용부처럼 감독관 집무규정에 친절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유독 감독관만 친절해야 한다는 규정은 공직 사회에서 찬반이 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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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집무 규정 보니···조사도 ‘친절’
행안부·금감원 등 다른 특사경엔 없어
고용부 기본 자세·최약계층 보호는 긍정
업무 과도·악성 민원·공무원 기피는 부정
작년 4월 시민들이 서울시청 인근 거리를 걷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근로감독관은 민원인을 친절히 대하고(제3조 집무자세)’

‘근로감독관은 신속·친절·공정·정확히 조사(제37조 사건의 조사)’

고용노동부에 속한 근로감독관 집무규정에 있는 ‘독특한 규정’이다. 감독관 같은 특별사법경찰의 집무규정에도 피의자와 접견 등을 할 때 친절해야 한다고 규정됐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농림축산식품부, 해양수산부, 환경부, 금융감독원, 소방청, 특허청 등 특사경 제도를 운영하는 부처 중 고용부처럼 감독관 집무규정에 친절해야 한다는 규정은 없다.

유독 감독관만 친절해야 한다는 규정은 공직 사회에서 찬반이 갈린다. 찬성하는 의견은 공무원이 기본적으로 친절해야 한다는 점, 감독관이 대면 업무란 점, 취약계층에 대해 보호 노력 등이 꼽힌다. 고용부도 내부적으로 집무규정에 친절해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이를 어겼다고 평가 불이익을 주지 않는다.

반대하는 쪽은 현장과 세대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특히 현장에서 시대 변화로 달라진 민원들을 과거처럼 대응하라는 식의 공직 사회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한 부처 공무원은 "민원인들이 온라인을 통해 전문가처럼 행정 정보를 알고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미 '이건 이래야 한다'는 판단을 갖고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 설득은 물론 설명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감독관 업무가 과도하고 악성 민원이 심해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점으로 꼽힌다. 감독관의 직무는 신고사건 처리, 인하가 승인, 수사 등 15개에 달한다. 최근 고용부 한 감독관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다가 극단적 선택까지 했다. 직원들의 극단적 선택이 반복되고 있는 원주시청의 경우 작년 공무원노동조합이 민원 실태를 벌인 결과 76%가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고 답했다. 행안부에 따르면 전체 민원인의 위법 행위는 2018년 3만4484건에서 2021년 5만1883건으로 50%나 증가했다.

공무원노조는 "젊은 세대가 공무원되기를 점점 기피하는 원인 중에는 '공무원은 친절해야 한다'는 사회적 시각이 있다"며 "조직 문화가 경직된 상황에서 민원인에게 늘 친절하고 참아야 한다는 식의 업무관 탓에 공무원이 된 후 그만두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국가공무원 9급 공채 경쟁률은 31년 만에 최저였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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