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산업 ‘차이나 어택’

2023. 5. 18.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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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전쟁으로 글로벌 기업의 탈중국 흐름이 가속화할수록 중국 기업들의 반격은 산업계 전방위로 거세지고 있다. 저가 공세와 물량으로 몸집을 키우던 전략에서 고도화된 기술력이 요구되는 고부가가치 친환경 사업까지 넘보는 가운데, 급기야 최근에는 약 2조원 규모의 차세대 조선업 ‘메탄올선 수주전’에서도 한국을 제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자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업고 수소 등 미래 에너지 시장까지 장악할 기세여서 자칫하면 한국이 신성장동력이 될 미래산업 선점 경쟁에서 중국에 밀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관련기사 3면

중국이 한국을 위협하는 대표적인 산업은 조선이다. 2000년대 초부터 줄곧 시장을 선도해 온 국내 조선업계는 2021년 1위 자리를 중국에 내줬고 지난해에도 크게 밀렸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시장에선 여전히 우위를 지키고 있지만 최근 들어선 그 격차마저 좁혀지고 있다. 한 자릿수였던 중국의 LNG선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30%까지 올라섰다.

특히 LNG선을 이어갈 선종으로 주목받는 메탄올선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의 성장성은 눈에 띈다. HD현대중공업과 HJ중공업이 뛰어들었던 세계 2위 선사인 덴마크 머스크의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프로젝트를 최근 중국 양지장조선이 따낸 것으로 파악됐다.

업계는 공격적인 가격 전략이 통했다고 분석한다. 기술력과 건조 경험, 노하우 면에서는 우리 조선사가 앞섰지만 가격 면에서 밀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중국이 고부가·친환경 선박 시장 내 우리 기업의 선도적 지위를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하고 있어 이 같은 리스크는 더 커질 수 있다. 중국이 저가 공세를 통해 건조 경험을 쌓아 전체 선박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한 것처럼 고부가·친환경 선박 시장에서도 입지를 넓힐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국내 주요 기업이 신산업으로 주목하는 수소 등 미래 에너지 분야에서도 초기 시장 주도권을 가져가려는 중국의 움직임이 포착된다.

중국 기업들이 그린수소 시장에서 약진하고 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세계 최대 수소 생산국인 중국은 아직 생산량 대부분을 화석연료 개질을 통해 만들지만 향후 잠재력이 가장 높은 수전해 방식의 수소 생산 기술을 적극 개발하고 있다. 수전해는 물에서 전기분해를 통해 수소를 뽑아내는 것으로, 그린수소는 태양광, 풍력 등에서 나오는 전기를 활용하기 때문에 생산 과정에서 탄소배출이 없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세계 수전해 상위 5개 기업 중 3곳이 중국 기업이다. 중국에서 생산하는 전해조(수전해 장치)는 미국·유럽 제품에 비해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가격은 4분의 1 수준으로 경쟁력이 있다. 가격을 무기로 전 세계 수전해의 40% 이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특히 중국 기업은 주로 알칼리 전해액을 이용해 수소를 생산하는데 미국과 유럽의 기업들이 주력하는 양성자교환막전해(PEM) 방식보다 초기 투자 부담이 적은 편이라 급증하는 전해조 설치 수요를 흡수할 가능성이 있다.

수소차 시장도 아직 초기 단계지만 정부의 다양한 정책 지원으로 성장하고 있다. 시장 규모로만 봤을 땐 이미 한국·일본을 넘어섰고 수소 충전소도 유럽과 중동을 합친 수보다 많다.

디스플레이와 배터리, 반도체 시장에서의 중국의 굴기도 매섭다. 디스플레이의 경우 중국이 이미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장악했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도 빠르게 추격하고 있다. 고부가가치 제품군에선 여전히 우리나라가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지만 방심할 수는 없는 형국이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DSCC)은 2025년 OLED 시장에서 중국이 47%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한국(51%)을 바짝 뒤쫓을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1분기 전기차용 배터리 사용량을 보더라도 중국 CATL과 BYD가 나란히 1·2위를 차지했다. 중국 내수 시장에서 인기를 얻는 영향이 크지만 비(非)중국 시장에서도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 업계는 주목한다. 같은 기간 CATL과 BYD는 비중국 시장에서 각각 2위와 6위에 올랐는데 성장률을 보면 CATL이 79.6%, BYD가 633.9%에 달한다.

김은희·양대근·김지윤 기자

eh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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