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자율주행차산업, 법적 리스크 분석이 우선

자율주행자동차는 운전자 또는 승객의 조작 없이 자동차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말한다. 교통사고 대다수가 사람의 실수에서 비롯되는데 자율주행차는 차량의 첨단 센서를 통해 교통 상황을 인지하고 컴퓨터가 빠른 속도로 위험 상황을 판단해 제어 시스템을 활용한다. 교통사고를 사전에 방지할 확률과 사고 발생 시에도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도로교통 환경의 안전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여러 나라에서 기존 자동차업체를 비롯해 구글, 우버, 등 IT기업도 자율주행시장에 뛰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네바다주와 캘리포니아주는 이미 자율주행차에 면허를 준 바 있다.

그러나 2016년 2월 캘리포니아에서 구글이 개조한 SUV차량이 교차로 진입 중 뒤따라오는 버스와 충돌했는데 사고당시 도로 위 모래주머니를 장애물로 인지해 차선을 변경했고, 운전자는 사망했다(센서 오작동). 같은 해 5월 테슬라 모델S 사고는 고속도로를 지나던 트레일러를 구별 못해 최고 속도로 돌진해 고속도로 펜스 및 전봇대와 추돌했고, 운전자가 사망(센서 오작동)했다. 이후 2018년 3월 캘리포니아에서 테슬라가 고속도로 진출램프 분기점에서 분리대와 충돌(센서 오작동), 애리조나주서 자전거를 타고 건너던 보행자 사망(시스템 긴급 제동 오류)과 같은 사고로 보아 여전히 비상 상황 발생 시 대응은 인간 운전자가 수행해야 하는 레벨3 수준이 요구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2023 모빌리티쇼’에서 자동차회사들은 야심 차게 자율주행차를 선보였고 곧 레벨4, 인간 운전자가 운전에 관한 준비 의무로 완전히 해방되는 단계로의 실현을 발표했다. 이 경우 자율주행차의 주행 시스템 개발과 운영, 결함과 하자에 대한 세밀한 법적 논의가 필요하다. 레벨4나 레벨5의 자율주행차로 인해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경우 인간이 운행에 관여할 수 없으며, 주의 의무가 없는 승객에게 그 책임을 물을 수 없어서다. 운행작업을 담당할 자율주행 시스템의 역할이 커지면 주행 시스템의 결함 혹은 하자로 인한 사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커지게 될 것인데 사회는 자율주행차의 결함으로 인한 제조물 책임을 누구에게 물어야 리스크관리가 더 잘될 것인지에 자동차회사에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레벨4, 레벨5 수준의 자율주행차는 인간을 제어 시스템에서 완전히 배제하고 기계에 모든 통제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채택한다. 자율주행 시스템을 운용하기 위한 인공지능은 규칙 기반형에서 통계확률형 인공지능으로 발전해왔다. 통계확률형 인공지능은 비정상적인 상황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져 사고 위험성이 적지 않았다. 딥러닝을 활용한 인공지능은 테스트 주행데이터를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 통계확률형 인공지능보다 현저히 높아 비정상적인 상황도 사전에 학습해 대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승객 사고와 보행자, 제3자 사고 등 교통사고가 불가피할 경우 누구를 피해자로 선택할 것인가 하는 알고리즘 개발 전제의 원초적 질문 아래 제조국 중심의 책임주의, 관제 시스템 운용국가와 관제 시스템 개발자 책임주의, 사고발생 시 법 책임주의 등 책임귀속에 대한 논의가 명확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따라서 자율주행차산업의 도약을 위해서는 대한민국은 이제 법적 리스크 분석이 필요한 때다.

박정인 단국대 대학원 IT법학협동과정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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