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바람으로 만든 그린수소…에너지 자립도시 꿈 이룬다
[편집자주] 지방소멸은 우리나라가 직면한 최대 위기입니다. 산업이 위축되면서 일자리가 부족해지고 인재가 떠나며 산업이 더 위축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는 열쇠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입니다. 이를 위해선 디지털 전환 시대를 이끌어갈 신기술·신산업 분야 창업 활성화가 중요합니다. 이에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는 지역별 미래산업 육성 전략과 창업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하는 <이제는 지방시대! 글로컬 유니콘 키우자> 특별기획 시리즈를 연재합니다.
18일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 구좌읍 행원리에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실증단지와 인근 조천읍 함덕리에 구축한 국내 1호 충전소가 빠르면 상반기 중 첫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자가 방문한 3.3MW의 그린수소 실증단지는 지난 12일 한국가스안전공사의 최종 안전검사를 받았다. 안전검사를 통과하면 그린수소 생산이 가능해진다.
제주도의 그린수소 생산단지 1호인 실증단지는 만장굴과 비자림을 품고 있는 구좌읍 행원리에 있다. 이곳은 1998년 국내 최초 풍력 발전 상업화에 성공한 행원 풍력발전단지가 있는 곳이다.
신재생 에너지 발전비율 전국 1위인 제주도는 매년 발전비율이 상승해 2022년 평균 19.1%를 기록했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넘쳐 강제중단될 때가 많다는 것이다.
김태군 제주도청 미래성장과 수소경제팀 팀장은 "제주는 봄과 가을에 바람과 햇빛이 많아 신재생 에너지 발전비율이 70%까지 높아진다. 하지만 봄, 가을에는 에너지 소비가 적다보니 출력 제한비율도 30~40%까지 높아져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의 손실이 커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출력 제한이란 한국전력이 안정적인 전력망 운영을 위해 전력 공급량이 넘칠 때 재생에너지의 발전을 차단하는 것을 말한다. 제주에서는 3~4월 재생에너지 생산력이 가장 높다.
김 팀장은 "제주에서 풍력 출력제어 횟수는 2016년 6회(252MWh)에서 지난해 104회(2만5634MWh)로 폭증하고 있어 재생에너지 사용처 개발이 시급한 과제"리고 했다.
제주도가 재생에너지를 기반으로 그린수소 생산에 적극 나선 이유다. 재생에너지 생산력이 좋은 봄과 가을에 전력 소비는 오히려 적은 불균형을 해소하는데 최고의 대안이 될 수 있어서다. 김 팀장은 "장기 저장이 어려운 재생에너지를 고정식 탱크에 대규모 저장이 가능한 수소를 생산하는데 사용하면 출력제한 우려없이 재생에너지 생산량을 계속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린수소 1호 생산단지에는 현재 수전해 설비를 갖춘 3개의 컨테이너가 설치됐다. 1MW 알카라인 방식 수전해 설비 2대와 0.3MW 규모의 고분자 전해질막(PEM) 방식의 수전해 설비다. 7~8월쯤 1MW PEM 방식 수전해 설비가 추가 설치될 예정이다. 하루 최대 케파(생산능력)는 총 1.2톤이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초기에는 하루 300㎏ 정도 생산할 예정이다. 이는 수소버스 12대를 충전할 수 있는 양"이라며 "수소버스 수요에 맞춰 생산력을 단계별로 높여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 팀장은 "안전검사를 통과하면 5월말까지 2주간 시운전을 통해 그린수소의 순도를 측정한다. 최종 통과되면 그린수소 판매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이후 실제 생산능력과 경제성 분석을 통해 적절한 생산단가와 판매단가 기준을 마련할 예정이다.
생산한 그린수소는 실린더에 나눠 담은 후 튜브트레일러 3대를 이용해 함덕리 충전소로 옮긴다. 제주도는 재생에너지를 이렇게 저장가능한 그린수소로 전환함으로써 탄소배출을 줄이고 에너지 자립도를 높여간다는 계획이다.
충전소에는 디스펜서가 2대 설치돼 버스 2대를 동시에 충전할 수 있다. LPG 충전소와 비슷한 형태다. 충전방식도 비슷하다. 대당 충전시간은 15분 내외로, 1시간이면 최대 버스 8대를 충전할 수 있다.
오상현 한국가스기술공사 과장은 "수소버스는 1회 25㎏ 충전으로 400㎞를 달릴 수 있어 하루 1번만 충전해도 된다. 충전시간도 15분정도면 충분하다"며 "전기버스가 1회 1시간 충전해서 200㎞를 이동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충전소 옆 사무실에서는 실시간 모니터링을 한다. 수소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영하 40도를 유지하도록 돼 있는데 온도나 압력에 변화가 발생하면 자동감지하고 차단한다"고 설명했다.
제주도는 지난해 수소버스 9대를 도입했다. 그린수소가 생산되면 충전소가 있는 함덕리 버스 회차지에서 수목원을 오가는 노선을 운행할 계획이다. 하반기에 11대를 추가 도입할 계획이어서 내년에는 20대가 운행된다. 수소버스는 2025년까지 100대, 2030년까지 300대로 늘릴 계획이다. 아울러 1800여대의 민간 관광 전세버스도 수소버스로 전환하는 사업을 2024년부터 추진한다. 쓰레기 수거차, 미세먼지 흡입차도 8년이상된 차량부터 수소차량으로 교체해나갈 예정이다. 나아가 그린수소 트램 도입도 추진한다.
제주도는 구좌읍 환경자원순환센터 인근에 그린수소 생산과 충전을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12.5MW 규모의 그린수소 2호 생산단지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곳에선 200여대의 청소차에 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충전소가 마련된다. 올해말 착공에 들어가 2025년 초 준공하고 2026년 3월부터 그린수소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3호 충전소는 서귀포 혁신도시 등에 마련된다. 이후 2030년까지 거점별 충전소를 구축할 계획이다.
탄소배출권 거래 인증 플랫폼을 운영하는 그리너리의 황유식 대표는 "유럽 수출을 위해 재생에너지 사용은 필수가 되고 있다"며 "그린수소를 활용한 운송회사나 렌트카 업체는 물론 그린수소 에너지를 활용한 산업 모두 탄소배출 저감에 대한 크레딧을 발급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수소 관련 사업화를 추진하는 스타트업에게 이미 최적지로 꼽힌다. 재생에너지가 풍부할 뿐 아니라 수소 기반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어 사업화를 위한 인프라와 투자 지원을 받기 수월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 경기도 용인에서 청록수소 생산 시스템을 개발하는 제로시스의 노용규 대표는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투자를 받았다. 이 회사는 흑돼지, 말 등의 가축분뇨나 귤껍질 등의 음식물 쓰레기에서 나오는 바이오가스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뽑아내 그린수소를 생산하려고 제주도와 협의중이다.
노 대표는 "메탄에서 수소를 생산하는데도 전기를 써야하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저렴한 제주에서 하는게 유리하다"며 "특히 제주는 탄소제로를 지향하기 때문에 바이오가스에 필요한 분뇨와 귤껍질 등의 원재료를 수급하기 수월할 것으로 생각해 제주도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오정환 엔클라이언 대표도 제주대학에서 천연가스를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연구를 해오다 올 3월 창업했다. 예비창업패키지 사업에 선정돼 6000만원의 사업비를 지원받았으며, 앞으로 바이오가스에서 메탄을 뽑아내 수소를 생산하는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제주도청이 추진하는 수소경제 육성과정에 스타트업이 큰 관심을 갖고 사업 기회로 만들어나가기를 기대한다"면서 "제주도는 기업이 그린수소 관련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국내 유일의 최적지로, 제주에서 유니콘 기업이 탄생할 수 있도록 사업화와 기술실증(PoC)을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머니투데이 스타트업 미디어 플랫폼 유니콘팩토리]
제주=김유경 기자 yunew@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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