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주 호황인데 인력 부족… 삼성重, 중국에 SOS

일감 일부, 중국 조선소에 떼어줘

조선소 일감이 늘어난 것에 비해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삼성중공업이 일감 일부를 중국 조선소에 떼어줬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대만 해운사 에버그린(EVERGREEN)으로부터 수주한 컨테이너선의 일부 선체 블록을 헝리(恒力)중공업에 맡겼다. 헝리중공업의 다롄조선소(옛 STX다롄)에서 제작한 선체 블록을 다시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로 가져와 최종 조립·건조하는 방식이다. 삼성중공업은 품질 관리를 위해 전문 인력을 파견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 /삼성중공업 제공

에버그린은 2021년 삼성중공업에 1만5000TEU(1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급 컨테이너선 20척을 발주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들 선박을 설계·제작해 올해부터 2025년까지 차례대로 인도할 예정이다. 삼성중공업과 헝리중공업 모두 제조할 컨테이너선 선체 블록의 총량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사용되는 철강재량이 7만톤(t) 이상일 것으로 알려졌다. 1만5000TEU급 컨테이너선 1척에 3만여t의 철강재가 쓰이는 것을 고려할 때 2척분으로 추산된다.

섬유·정유·화학 대기업 집단인 헝리그룹은 지난해 11월 STX다롄의 조선소 등 자산을 인수하며 조선업에 진출했다. STX다롄이 파산하고 7년 만이다. STX다롄의 조선소를 운영하는 헝리중공업은 현재 그룹이 자체 주문한 선박을 비롯해 벌크선(건화물) 일감만 보유하고 있다. 헝리중공업은 이번에 삼성중공업과의 협력을 통해 컨테이너선 관련 기술을 배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3월에 중국 CIMC그룹의 저우산-창홍(舟山长宏) 조선과도 2024년까지 컨테이너선 블록을 공급받기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삼성중공업이 잇달아 중국 조선소에 손을 벌리는 일차적인 요인은 일감이 많아져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말 인도 기준 수주잔고(남은 일감)가 149척·302억달러다. 2020년 말 222억달러, 2021년 말 253억달러, 2022년 말 295억달러 등으로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인력 부족은 계속되고 있다. 삼성중공업 조선 부분 직원 수는 올해 3월말 기준 8781명으로 지난해 동기 8855명보다 70여명 줄었다. 2020년 3월말에 직원 수가 1만명을 넘었던 점을 고려하면 3년 새 10% 이상 감소했다.

수익성 측면도 있다. 2만TEU급 이상 초대형 컨테이너선의 신조선가는 지난달 기준 2억1750만달러다. 2년 전보다 39.4% 오른 상태다. 같은 기간 인건비나 원자재 가격도 가파르게 올랐다. 상대적으로 저가에 수주한 과거 계약분의 기초 공정을 중국 조선소로 넘기고, 국내 조선소는 고가 수주분에 집중하는 것이 채산성 측면에서 낫다는 의미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신조선가가 가파르게 오르는 추세이기 때문에 과거에 저가 수주한 물량은 빨리 털어내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 1조6051억원, 영업이익 196억원을 기록해 22개 분기 만에 흑자를 냈다. 삼성중공업은 하반기로 갈수록 이익이 늘어 연간 목표인 영업이익 2000억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이 연간 흑자를 기록한 것은 2014년이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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