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한국 미술 해외로 알린다…K미술 지원 체계화 원년

이한나 기자(azure@mk.co.kr) 2023. 5. 18. 11:18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3인 미술작가 선정 해외 집중 홍보
예술경영지원센터 K미술지원 체계화
한국미술 소개 책 출판 지원
9월 미술주간 해외 전문가들
작업실 방문 프로그램 정례화
미디어작가 김희천(34)은 다음달 초 프랑스 퐁피두센터 메츠 분관에서 열리는 순회전 ‘월드빌딩’에 대표작 ‘썰매’를 출품한다. 게임과 가상세계 등 첨단 기술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존재론적 질문을 던져온 그는 최근 에르메스미술상 수상자로 뽑히기 전부터 해외 미술관 러브콜을 받아왔다. 미디어아트 창시자 백남준을 필두로 이불, 문경원·전준호 듀오로 이어지는 한국 미술의 미래를 이끌 주요 주자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한국 예술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는 분위기에 호응해 김희천 같은 차세대 미술가들을 전세계에 알리는 정책이 올해부터 체계적으로 추진된다.

김희천 작가 <사진 이윤균>
김지영 작가 <인천아트플랫폼>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사진·영상·설치 작가 류성실(30), 권혜원(48), 이재이(50), 민성홍(51), 홍승혜(64)와 회화 작가 이진주(43), 심래정(40), 김지영(36), 박그림(36), 윤향로(37), 이희준(35), 조각가 김인배(45) 등 13인을 해외 진출 집중 지원 작가로 선정했다고 18일 밝혔다.

우선 9월 미술주간에 열리는 키아프-프리즈 연계 프로젝트로 영문 기획출판물을 발간하고, 아트시와 오쿨라 등 온라인 미술 플랫폼을 통해 한국 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연재도 시작한다. 아시아 미술 전문 매체인 아트아시아퍼시픽(AAP)에서 올해 ‘13명의 한국 동시대 작가 비평집(가제)’을 펴낼 예정이다.

아트아시아퍼시픽에서 지난해 출간한 책 ‘Extreme Beauty: 12 Korean Artists Today’
김희천은 “해외 전시 때 내 작품의 한국적 맥락을 알리는게 쉽지 않았는데, 정보 제공이 체계화된다니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동안 축적된 국문 자료 번역이 활발해지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했다.

AAP는 지난해 12명의 한국작가를 다룬 ‘Extreme Beauty’를 출간해 한국 작가들을 널리 알렸다. 이 책에 소개된 설치작가 이미래(35)는 다음달 29일부터 열리는 뉴욕 뉴뮤지엄 개인전을 통해 미국 미술관도 처음 진출한다. 이 전시를 기획하는 게리 카리온 무라야리 뉴뮤지엄 수석 큐레이터는 “이미래는 직관적이고 대담하게 실험적인 재료를 사용하면서 우리의 신체, 기술, 건축, 언어, 욕망, 두려움 등의 관계에 대한 도전적인 질문을 던진다”며 전시 성공을 확신했다. 현대미술 알리기에 적극적인 이곳은 지난 2021년 뉴뮤지엄 트리엔날레를 통해 강로리, 이강승 작가도 소개했다. 이강승 작가는 현재 미국 빈센트프라이스아트뮤지엄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미국 빈센트프라이스아트뮤지엄에서 관람객들이 이강승 작가의 작품 ‘The Heart of A Hand’를 감상하고 있다. <사진제공=갤러리현대>
이처럼 한국 작가들을 초청하는 전시도 지원대상이다. 지난해까지 5년간 한국작가 225명이 참여하는 해외 기획전시 총 72건이 지원받았다. 올해는 한국작가 26명이 참여하는 전시 13건 지원이 확정됐다.

지난해는 독일 미디어전문 미술관인 칼스루헤 ZKM 미디어아트센터에서 한국 작가 최초로 김순기의 초기작부터 최근작을 망라하는 대규모 회고전을 선보였고, 미디어아트 듀오 문경원·전준호가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 역대 최다 관람객을 모으며 작품세계를 널리 알린 것이 대표적 사례다.

독일 칼스루헤 ZKM 미디어아트센터에서 열린 김순기 개인전 모습 <사진제공=예술경영지원센터>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 열린 문경원&전준호 작가 아티스트토크 현장 전경 <사진제공=가나자와21세기미술관>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 열린 문경원&전준호 작가 아티스트토크 현장 전경 <사진제공=가나자와21세기미술관>
일본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에서 열린 문경원&전준호 작가 아티스트토크 현장 전경 <사진제공=가나자와21세기미술관>
해외 미술 전문가들을 겨냥한 작가 작업실 방문 프로그램도 강화한다. 오는 8월 개막하는 제 40회 아일랜드 에바 인터내셔널 비엔날레에 김범, 차재민 등 한국작가 6인이 참여하는 것도 세바스찬 시코기 큐레이터가 지난해 예경 주선으로 한국작가들을 만난 영향도 컸다.

김승연 예경 본부장은 “지난해 프리즈 아트페어 개최로 주요 미술관과 콜렉터들이 방한해 한국 작가를 알리는 해외 출판물과 작업실 방문 프로그램을 가동해본 경험을 토대로 올해부터 좀더 효율적인 지원방안을 내놓았다”며 “해외 활동이 본격화되는 작가들 중에서 국내외 전문가 검증을 거쳐 대상자를 뽑았다”고 밝혔다.

최근 한국 미술을 알리는 책 작업도 활기를 띠고 있다. 세계적 출판사 파이돈에서 지난 2020년 ‘1953년이후의 한국미술: 균열, 혁신, 교류’를 펴낸데 이어 2024년 ‘한국페미니즘미술읽기’와 2025년 ‘Dansaekhwa(단색화: 한국 추상미술과 문화적 영향)’도 출간할 예정이다.

한국미술 출판 (예정)도서
파이돈에서 2020년 출간된 책 ‘1953년이후의 한국미술:균열, 혁신, 교류’ <사진 =김산>
영국 리액션 북스에서 출간되는 한국 사진사 서적
‘1953년이후의 한국미술’의 공동 저자인 정연심 홍익대 예술학과 교수는 “중국과 일본에 비해 한국 미술과 작가를 알릴 책이 절대 부족한 것이 한국 작가 저평가 원인이다”며 “출판사에서도 처음 기획단계에서는 한국 미술 수요를 가늠할 수 없었지만 뉴욕타임스 등 주요 언론 서평이 나오고 3쇄도 넘기면서 후속 출간도 속도가 붙게 됐다”고 했다. 이 책 편집자 미셸 로베치니는 “국제적으로 한국미술을 알리려면 작가 연구가 마지막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라며 “해외 예술가와 큐레이터간 활발한 교류가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책 출간과 연계된 학술행사도 잇따른다. 6월 독일 사비컨템포러리아트센터에서 ‘K-Artists’ 발간과 10월 영국 빅토리아앤알버트미술관에서 ‘한국 사진사’ 출간에 맞춰 강연 등이 벌어진다.

최근 10년간 국제 미술계에서 불고있는 비주류 문화에 대한 관심이 한국 미술까지 뻗어온 것도 있지만 수준높은 한국 영화와 드라마, K팝의 기반이 되는 순수미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올해 12월 미디어작가 김성환 개인전을 여는 네덜란드 반아베미술관의 찰스 에셰 관장은 “한국 미술은 아직 영화나 음악 등 다른 분야 만큼 자리잡진 못했지만 이것도 시간 문제일 것”이라며 “한국미술은 현대사회는 물론 심화되는 개인화, 경제적 필요가 인간에게 가하는 압력에 대해 아주 능숙하게 이야기한다”고 했다.

<매일경제·문체부·예술경영지원센터 공동기획>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