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기반 음식, 대중 입맛 잡았죠”
풀무원푸드앤컬처 비건 레스토랑
천연 식재료·특제소스, 깔끔한 감칠맛
메뉴·식재료 변경때마다 추가인증
분명 진한 치즈맛이 났는데 진짜 치즈가 없었다. 비건 레스토랑 ‘플랜튜드(Plantude)’의 신메뉴 ‘베지나이스 오픈 샌드위치’다. 식물성이라기에는 치즈 풍미가 강하게 느껴져 고개가 갸우뚱했다. “이거 비건(vegan·완전 채식) 치즈 맞아요?”
플랜튜드 메뉴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임소현 셰프는 “비건 체다치즈에 플랜튜드만의 레시피로 새롭게 표현한 맛”이라고 설명했다.
호텔조리학을 전공한 임 셰프는 주로 서양식을 담당해 온 셰프다. 식품업체의 신규 브랜드 론칭을 맡는 등 다양한 외식 현장에서 조리 경력을 쌓아왔다. 2005년에는 풀무원 푸드서비스 전문기업인 풀무원푸드앤컬처 외식 브랜드의 조리사로 입사, 현재는 메뉴 기획과 개발 업무를 맡고 있다. 플랜튜드의 브랜드 론칭 때부터 메뉴 개발을 전담하며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중이다.
최근 임 셰프를 만났던 플랜튜드 용산점은 올해 3월 오픈한 2호점으로, 서울 용산구 아이파크몰에 위치해 있다. 매장에 들어서자 문 앞에 표시된 비건 인증이 눈에 들어왔다.
사실 풀무원푸드앤컬처가 비건 레스토랑을 만든 것은 그리 놀랄만한 일이 아니었다. 지속가능성이 현재처럼 대두되기 전부터 풀무원은 늘 ‘지구를 지킨다’고 외쳐왔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식품업체중 가장 먼저 선보인 비건 레스토랑이며, 최초로 비건 인증을 받았다는 사실은 주목을 끌기에 충분했다. 시판 제품이 아닌, 레스토랑 ‘음식’이 비건 인증을 받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식재료 뿐 아니라 주방 조리환경까지 엄격한 심사를 거치고, 전 메뉴가 통과돼야 비건 레스토랑 인증서를 받게 됩니다. 신메뉴 역시 추가로 비건 인증 단계를 거쳐야 해요. 그래서 신메뉴 출시는 일반 레스토랑보다 기간이 오래 걸리죠. 또 사용하던 식재료가 변경될 경우, 인증 작업을 다시 진행하기 전까지 판매가 중단되는 어려움도 있어요.”
인증 과정도 쉽지 않았지만, 더욱 고민이었던 문제는 따로 있었다. 그는 “비건이라는 영역에서 고객과 소통을 해야하는 것이 큰 고민이었다”며 “영양 균형을 맞추면서도 맛있는 메뉴 개발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했다.
임 셰프의 노력은 성공적이었다. 지난해 5월에 선보인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 위치한 1호점은 현재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설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2호점 오픈도 가능했다.
임 셰프는 “2호점만의 신메뉴를 개발하기 위해 새로운 채소와 조리법을 사용했다”고 말했다. 기자가 먹어본 신메뉴 중 튀긴 미니 양배추는 스낵처럼 부서졌으며, 오븐에 구운 콜리플라워는 또 다른 바삭한 식감을 냈다. 모든 소스도 비건이었다. 견과류로 크림소스를 만들고, 양파, 버섯, 당근 등으로 만든 라구소스에는 식물성 체다치즈 소스가 더해졌다.
“직접 개발한 마키다미아 크림소스는 마키다미아와 귀리 음료를 사용해 느끼함이 덜한 것이 매력입니다. 향긋한 올리브유를 사용하고, 조미료 대신 천연재료로 감칠맛을 낸 것도 깔끔한 맛의 비결이죠. 해산물향의 감태를 활용한 ‘감태 떡볶이’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신메뉴에서는 새로운 채소가 등장했지만, 플랜튜드의 기둥 식재료는 단연 두부다. 오랫동안 두부를 만들어 온 풀무원답게 두부의 활약은 컸다. 이국적인 토마토스튜에 퐁당 빠지거나, 바삭한 크럼블과 ‘두부카츠’로 튀겨지고, 달콤짭쪼름한 ‘두부강정’으로 탄생되기도 한다.
“‘순두부 토마토 스튜’는 비빔밥이나 바게트 등과 잘 어우러져 활용도가 높아요. 첫 입은 ‘토마토 스프구나’ 싶지만, 뒷맛은 칼칼한 감칠맛이 느껴지는 퓨전 스튜입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변신은 ‘두부티라미수’였다. 두부크림은 부드러우면서 달콤한 맛을 냈다. 특히 밑에 깔린 으깬 통밀쿠키는 요즘 MZ세대에게 인기인 ‘꾸덕한’ 식감으로 트렌디함을 더했다.
이 ‘두부티라미수’의 가격은 3900원이었다. 플랜튜드는 새로운 비건 메뉴뿐 아니라 ‘가성비(가격대비 성능)’가 좋은 레스토랑으로 이미 입소문이 났다. 보통 가격대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건 레스토랑과 달리, 대부분 1만원대 안팎의 메뉴로 구성돼있다.
임 셰프는 “합리적인 가격과 함께 친숙한 메뉴를 식물성으로 재해석한 것은 대중의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서”라고 강조했다. 그의 바람은 플랜튜드가 ‘비건 레스토랑’으로 유명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비건뿐 아니라 일반인 ‘누구나’ 즐기는 ‘건강하고 맛있는 식물성 음식의 전파’가 임 셰프의 최종 목표다.
육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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