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심판'으로 끝난 태국총선…'전진당 주도' 야권 연정 성공할까

박재하 기자 2023. 5. 18.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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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 구성 서두르는 민주 진영…총리 선출은 가시밭길
왕실모독죄 걸림돌…탁신계 손절·군부 연정 시나리오도
태국 총선에서 선전한 전진당(MFP)의 피타 림짜른랏(가운데) 대표와 당원들이 15일(현지시간) 방콕에서 지지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태국 총선에서 군부를 상대로 승리를 거둔 민주 진영이 연립정부 구성을 서두르고 있다.

군부보다 훨씬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고도 헌법이 발목을 잡아 정부 꾸리기와 총리 선출이 쉽지 않아 보이는 가운데 이를 둘러싼 다양한 시나리오가 제기된다.

특히 제1야당으로 등극한 전진당(MFP)이 연정 구성에 실패해 와해되거나 어부지리로 군부 중심의 소수 정부가 출범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관측도 나온다.

◇연정 구성 가로막는 개정 헌법…상원 설득 관건

1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피타 림짜른랏(42) 전진당(MFP) 대표는 태국 방콕의 한 식당에서 5개 야당 고위관계자와 연정 구성을 위한 비공개 회담을 했다.

하원에서 152석을 차지한 전진당은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막내딸 패통탄 친나왓(36)을 후보로 내세운 프아타이당 등과 함께 정부를 꾸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를 통해 하원에서 총 310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들의 연합으로도 피타 대표가 총리 자리에 오르기는 힘들다. 2017년 군부 개정 헌법에 따라 총리는 군부가 임명한 상원의원 250명과 총선으로 뽑힌 하원의원 500명의 투표로 결정된다.

즉 상원이 군부 측에 몰표를 던진다고 가정하면 하원 500석에서 75%에 달하는 376석을 얻어야 하는데 전진당은 아직 이를 확보하지 못했다.

15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에서 정치ㆍ군주제 개혁을 요구하는 민주화운동 시위대가 일제히 독재에 대한 저항을 뜻하는 ‘세 손가락 경례’ 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부메랑처럼 돌아온 '왕실모독죄 폐지'

전진당은 총리 선출을 위해 다른 당을 추가로 끌어들이거나 상원을 설득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핵심 의제로 내세웠던 '왕실모독죄 폐지' 공약으로 인해 쉽지 않다.

태국에서 국왕은 신성한 존재로 여겨지며 왕실을 비판하면 징역 최대 15년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에 전진당은 왕실모독죄 폐지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군주제에 비판적인 젊은 층의 표심을 사로잡았다.

전진당은 70석을 확보한 중도 품차이타이당과도 손을 잡으려 했지만 품차이타이당은 왕실모독죄 폐지나 개정을 주장하는 총리는 지지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연정 합류에 선을 그었다.

상원에서도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자뎃 인사왕 상원의원은 태국 언론 방콕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전진당과 피타 대표가 주장한 왕실모독죄 폐지는 용납할 수 없다"며 "피타 대표가 총리 후보로 지목된다면 헌법을 준수하기 위해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결국 총리 선출 기한인 7월 말~8월 초까지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전진당이 와해하거나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방콕 소재 마히돌대학교의 푼차다 시리분나부드 사회과학대 부교수는 "전진당이 정부를 구성하지 못하면 정당 해산이나 군부 쿠데타를 걱정해야 한다"며 "어려운 시기를 맞은 태국 국민들은 시위와 쿠데타에 지쳐 정부 구성이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라고 있다"고 알자지라에 전했다.

5일(현지시간)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딸 패통탄(36)이 내달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 푸어타이당의 총리 후보 지명을 받으면서 태국 논타부리 썬더돔 스타디움에서 연설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탁신계 '손절' 시나리오도 눈여겨봐야

전진당의 연정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질 경우 141석을 차지한 프아타이당이 독자적으로 연정 구성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프아타이당은 전진당과 달리 왕실모독죄 폐지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만큼 품차이타이당과 손을 잡을 수 있다.

또 정권 연장을 노렸던 쁘라윳 짠오차(69) 총리와 대립해 다른 후보를 내세워 41석을 확보한 군부 정당 팔랑쁘라차랏당(PPRP)과도 연정을 꾸릴 가능성이 있다.

만약 프아타이당이 PPRP와의 연정 협상에 성공하면 상원에서도 지지를 얻어 패통탄이 총리에 오르는 그림이 나온다.

다만 이런 결정은 프아타이당에도 위험하다. 패통탄의 부친인 탁신 전 총리가 바로 군부 쿠데타로 축출됐던 인물이기도 하며 총선 결과가 보여주듯 태국 민심은 이미 군부에 등을 돌렸기 때문이다.

14일(현지시간) 태국 방콕서 총선 투표를 마치고 나온 쁘라윳 짠오차 현 총리 겸 루엄타이쌍찻당(RTSC) 총리 후보 2023.5.14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군부 주도 '소수 정부' 가능성도?

군부 정당들의 연합으로 소수 정부가 꾸려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하원에서 총 77석을 차지한 군부 정당들이 품차이타이당과 연합한 뒤 상원이 군부에 표를 몰아주면 이론적으로 총리 선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는 이미 군부에 성난 민심에 반하는 행동이기에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 국정 혼란을 야기할 위험이 크다.

티티폴 팍데와니치 태국 우본라차타니대 정치학 교수는 "야권이 주도하는 정부를 저지하려는 시도는 태국의 미래 전체를 위태롭게 하고 젊은이들의 대규모 시위를 촉발할 것이다"며 "전진당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큰 만큼 군부가 이번에 쿠데타를 일으키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고 지적했다.

피타 대표는 "누군가가 선거 결과에 반발하거나 소수 정부를 구성한다면 그 대가는 매우 클 것이다"며 "태국 국민들도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jaeha6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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