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대병원 영아 오투약 사망사고 2심 간다…검찰·피고 모두 '항소'

검찰 "의료인에 대한 신뢰 저해…더 무겁게 처벌해야"
사실관계 인정한 피고인들, '형 무겁다' 주장펴는 듯

제주지방법원 제201호 법정. ⓒ News1 오미란 기자

(제주=뉴스1) 오미란 기자 = 영아 오투약 사망사고를 내고 이를 조직적으로 은폐한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제주대학교병원 간호사들이 다시 법정에 선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제주지방검찰청과 유기치사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제주대병원 수간호사 50대 A씨, 담당 간호사 20대 B씨, 수행 간호사 20대 C씨는 최근 제주지방법원에 각각 항소장을 제출했다.

양 측 모두 지난 11일 A씨에게 징역 1년, B씨에게 징역 1년6개월, C씨에게 징역 1년2개월을 각각 선고한 제주지법 제2형사부 판결에 불복한 것이다. 원심 재판부는 업무상 과실로 인해 사고가 발생했지만 그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었다.

먼저 검찰은 원심의 양형이 너무 가벼워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원심에서 A씨에게 징역 4년, B씨에게 징역 5년, C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 관계자는 "제주에서 가장 규모가 큰 병원에서 발생한 오투약 사고로 생후 13개월인 피해자가 사망한 점, 이에 더해 오투약 사실까지 은폐하려고 해 의료인에 대한 신뢰를 해한 점, 유족으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등을 고려할 때 더 무겁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의 경우 검찰과 반대로 원심의 양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들은 원심에서 사실관계에 대해서는 대체로 인정하면서 재판부에 수차례 반성문을 제출했었다.

이번 양 측의 항소로 이 사건은 조만간 광주지방법원 제주 제1형사부에 배당될 예정이다.

제주대학교병원 강사윤 진료처장이 지난해 4월28일 오후 제주대학교병원에서 약물 과다투약 사고와 관련 사과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2022.4.28/뉴스1 ⓒ News1 오현지 기자

앞서 수행 간호사 C씨는 지난해 3월11일 오후 5시30분쯤 제주대병원 코로나19 병동에서 입원치료를 받고 있던 강모양(1)에게 기관지 확장이나 심장박동수 증가에 쓰이는 에피네프린(Epinephrine) 5㎎을 정맥주사로 투약했다.

에피네프린 5㎎을 네뷸라이저(Nebulizer·연무식 흡입기)로 투약하라는 담당 의사의 지시와 달리 직접 주사 시 기준치(소아 적정량 0.1㎎)의 50배에 달하는 약물을 한꺼번에 투약한 것이다.

약 15분 뒤 강양이 호흡 곤란 등 이상 증상을 보이자 응급처치에 나선 수간호사 A씨는 오투약 사고를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B씨와 C씨에게 "오늘 일에 대해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라"고 말하는 등 이를 상부에 즉각 보고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강 양은 당일 오후 7시32분쯤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하루도 채 안 된 다음날 오후 6시52분쯤 끝내 숨졌다.

심지어 담당 간호사 B씨는 강양이 중환자실로 옮겨진 뒤 전자의무기록시스템 간호경과 창, 전과전동간호기록지 특이사항란에 기재돼 있던 내용을 임의로 수정·삭제하는 식으로 다른 의료진들이 오투약 사고를 바로 인지하기 어렵게 하기도 했다.

의료진이 오투약 사망사고 사실을 상부에 보고한 날은 강양이 사망한지 나흘이나 지난 16일이었다. 이미 강 양의 장례까지 다 끝난 때였다. 이후 강양의 부모는 이틀 뒤인 18일에야 병원으로부터 의료사고 사실을 전달받았고, 그 해 4월23일 의료진을 고소했다.

mro1225@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