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 샷 찍고 걷기 좋은 청남대부터 스카이워크까지
코로나 시대를 거치면서 충북의 여러 곳이 유유자적 걷기 좋은 '힐링' 명소로 떠올랐다. 충북은 바다가 없는 대신 세계 제일의 관광국가 스위스처럼 호수와 주변이 절경을 이루는 곳이 많다. 충주호, 대청호 등 호수와 저수지가 757곳에 이른다. 코로나 사태로 3년여 동안 지속되던 통제가 풀리며 여행을 갈망하는 이가 부쩍 늘어난 가운데 마스크 벗고 움츠린 어깨 펴고 좋아하는 사람과 나란히 걸으며 추억 만들기에 제격인 그곳에 다녀왔다.
대통령별장에서 시민의 쉼터로 안착한 '청남대'
대통령과 가족이 쓰던 침실과 거실, 가구, 식기류 등을 감상하는 재미도 있지만 청남대 바깥풍경이야말로 놓쳐선 안 될 볼거리다. 꽃들이 만발한 정원과 아름다운 대청호가 내려다보이는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세상 모든 시름을 단숨에 날릴 수 있다. 산과 호수가 어우러진 경치를 배경에 두면 어떤 각도에서 사진을 찍어도 화보가 된다. 새로 단장한 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에서는 희미해진 역사를 돌아보며 고삐 풀린 애국심을 조이게 한다.
청남대 개방 20주년을 맞아 방문객을 위한 전시와 음악축제도 열린다. '빈센트 반 고흐, 그 위대한 여정'전은 6월 11일까지 청남대 대통령기념관(별관) 기획전시실에서 만날 수 있다. 중부지역의 인기 예술축제로 자리매김한 '청남대재즈토닉페스티벌'은 5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청남대 호수광장에서 펼쳐진다.
누구나 예약 없이 당일 방문이 가능하다. 성수기(4~6월, 9~11월)에도 상시 개관한다. 5월말까지는 매주 토요일 밤 9시까지 야간 개장한다. 주차 공간도 기존보다 2배 많은 1260대를 수용할 수 있도록 넓혀 차량 이용이 쉬워졌다.
걸음 뗄 때마다 스릴 '단양 잔도길+만천하 스카이워크'
단양 잔도길은 2017년에 개장했다. 그 덕에 접근하기 어려웠던 남한강 암벽을 따라 멋진 풍경을 볼 수 있게 됐다. 길이는 단양군 보건소 앞에서 만천하 스카이워크까지 1.1km에 이른다. 출발지점과 끝나는 지점에 화장실이 마련돼 있으니 참고할 것.
단양 잔도길과 함께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한국 관광 100선에 선정된 만천하 스카이워크는 만 개의 골짜기와 천개의 봉우리라는 의미의 만학천봉(320m) 위에 설치됐다. 100m 이상 높이를 자랑해 야간에도 별처럼 빛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보도를 굽이굽이 돌아 올라야 꼭대기 전망대에 다다른다. 날씨가 쨍하면 소백산 연화봉까지 보인다. 투명한 바닥 위에 서서 인증 샷 찍기는 필수. 젊은이들 사이에서 하나의 놀이처럼 각광받는다. 모노레일, 슬라이드, 알파인코스터 등 다양한 액티비티를 취향에 따라 골라 즐길 수 있다.
유람선 타고 즐기는 '도담삼봉'
도담삼봉을 구경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유람선을 타는 것이다. 유람선을 타고 한 시간 가까이 남한강 일대를 돌며 도담삼봉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또 단양8경 중 제8경인 석문과 은주암 자라바위 금굴도 감상할 수 있다. 석문은 자연이 만든 무지개 모양의 거대한 돌문으로 도담삼봉에서 상류 200m쯤에 자리한다.
해가 떠오를 때 물 위에 떠 있는 도담삼봉이 자아내는 운치는 신선의 세계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신비롭다. 이 때문에 일출 시각에 맞춰 이곳을 찾는 이가 적지 않다.
단양군은 도담마을 앞 남한강 하천부지 1만300㎡에 팜파스(갈대의 일종) 숲을 조성하고 계절별로 양귀비, 금계국, 코스모스 등이 피어나는 1만7400㎡ 규모의 정원을 만들 계획이라고 한다. 도담정원이 만들어지면 황포돛배를 이용해 이곳을 거닐 수 있다 하니 걷기 좋아하는 여행객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김지영 기자 k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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