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차 때처럼···전투기 지원 군불때기? 영·독 “우크라 F-16 지원, 백악관에 달려”

선명수 기자 2023. 5. 18.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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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전차 이어 전투기 지원 두고도 미 압박
“F-16 우크라 지원 결정, 백악관에 달려”
미국, 또 무기 지원 ‘레드라인’ 넘을까
지난 3월21일(현지시간) 폴란드 말보르크 공군기지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미디어 행사에서 F-16 전투기가 비행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국과 독일이 F-16 전투기의 우크라이나 지원은 최종적으로 미국에 달려 있다며 사실상 ‘백악관의 결단’을 압박했다. 두 국가는 올해 초 주력전차 지원을 두고서도 미국의 동참을 압박했는데, 이번에도 미국으로 공을 넘긴 것이다. 서방이 그간 확전을 우려해 지원 불가 입장을 고수해오던 전투기가 실제 우크라이나에 지원되는 전기가 될지 주목된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벤 월리스 영국 국방부 장관과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부 장관은 1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가 미국산 F-16 전투기에 대한 분명한 선호를 밝혔고, F-16의 우크라이나 공급 결정은 최종적으로 백악관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유럽 국가들이 보유한 F-16을 우크라이나에 보내기 위해서는 제조국인 미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월리스 장관은 영국이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을 훈련하는 것은 고려할 수는 있지만, 우크라이나에 직접 전투기를 지원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피스토리우스 장관도 “독일은 F-16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서 “독일 공군의 토네이도 전투기도, 유로파이터도 훈련하기 힘들고 다른 많은 부속품이 너무 비싸 단기적으로 우크라이나에 도움을 주기에 적합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F-16 전투기가 우크라이나에 공급될 수 있을지, 조종사들이 훈련을 받을 수 있을지는 최종적으로 백악관의 결정에 달렸다”고 말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더 강하고 정교한 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라는 동맹국의 압박에 부딪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러시아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의 직접적인 대결 구도가 형성되는 것을 꺼려온 미국은 전쟁 초기만 해도 재블린 대전차 미사일 지원조차 망설였고, 러시아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무기 지원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줄기찬 요구와 동맹국의 압박에 결국 기존 입장을 바꿔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패트리엇 미사일, 주력전차 M1에이브럼스 등을 차례로 보냈다.

앞서 영국과 독일은 올해 초 우크라이나에 주력전차를 지원할 때도 미국의 동참을 압박한 바 있다. 영국은 서방 동맹국 가운데 처음으로 자국 주력전차인 ‘챌린저2’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차 지원을 망설여온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독일산 레오파르트2 지원 요구가 거세지자, 지난 1월 바이든 대통령에게 전화해 레오파르트2를 지원하려면 미국도 에이브럼스를 보내야 한다는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미국은 기존의 지원 불가 방침을 바꿔 에이브럼스 전차를 우크라이나에 보냈다.

지난한 논의 끝에 서방의 주력전차를 얻어낸 우크라이나는 ‘대반격’을 앞두고 최신형 전투기 지원을 거듭 요구해 왔다. 최근 영국, 독일 등 동맹국 4곳을 차례로 돌며 대규모 무기 지원을 얻어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 15일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만난 후 “아주 가까운 시기에 매우 중요한 결정이 들릴 것으로 보인다”며 전투기 지원에 기대감을 드러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오른쪽)이 15일(현지시간) 영국 버킹엄셔주 총리 지방관저 체커스에서 리시 수낵 영국 총리를 만났다. UPI연합뉴스

영국과 네덜란드 정상은 이튿날 우크라이나에 전투기를 지원하기 위한 협력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양국 정상은 16일 아이슬란드에서 열린 유럽평의회 정상회의 이후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에 공중 전투력을 제공하기 위한 이른바 ‘전투기 연합’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공중전 능력을 제공할 국제 협력을 구축하기로 합의했으며 여기에는 F-16의 제공과 교육 훈련 지원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영국과 독일은 F-16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자국 전투기를 지원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미국과 프랑스도 지원 불가 입장을 고수해 왔다. 네덜란드는 F-16을 200대 넘게 보유하고 있지만 이를 우크라이나에 보내려면 미국 승인을 받아야 한다. 미국의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이 제조한 F-16은 미국과 전세계 30개국, 나토 내 8개국이 운용하고 있다.

현재까지 우크라이나가 동맹국으로부터 받은 전투기는 폴란드와 슬로바키아가 지원한 옛 소련제 미그-29 20여대 정도다. 그러나 우크라이나는 공중 전력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서방의 최신형 전투기가 필요하다며 콕 집어 F-16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해 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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