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김우빈 “이제는 싸움 못하는 역할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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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택배기사> 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한가지는 배우 김우빈의 존재감이다. 택배기사>
김우빈은 연기하는 '5-8'은 사막화된 서울에서 헌터들의 약탈과 싸우며 생존물품을 배달하면서 난민들을 돕는 택배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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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공개된 넷플릭스 드라마 <택배기사>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한가지는 배우 김우빈의 존재감이다. 김우빈은 연기하는 ‘5-8’은 사막화된 서울에서 헌터들의 약탈과 싸우며 생존물품을 배달하면서 난민들을 돕는 택배기사다. 갑옷 같은 택배복을 입어 더 거대하게 느껴지는 체격에 모래바람을 막는 마스크 위로 날카로운 눈매를 빛내는 김우빈은 압도적인 외형만큼이나 묵직한 카리스마로 극 전체를 끌고 나간다.
<택배기사>는 영화 <마스터>(2016) 이후 <외계+인>(2022)을 거친 뒤 처음 맡은 주연작이다. 만만치 않은 액션까지 안정감 있게 소화했다는 평가를 받는 그를 18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 카페에서 만났다.
“액션보다 고난이도가 흡연 장면이었어요. 조의석 감독님께서 흡연 신을 다 빼겠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캐릭터가 온전히 살아나지 않을거 같더라구요. 시지(CG)로 담배 연기 만드는 게 가능하면 연기를 해보겠다고 했죠. 제가 가짜 흡연이라고 미리 이야기했는데도 아버지가 드라마 보고 깜짝 놀라 전화하신 걸 보면 진짜처럼 잘 나왔다는 거겠죠?”
드라마에서 5-8은 난민 출신으로 택배기사가 됐다는 설정 말고는 과거가 좀처럼 드러나지 않는다. 김우빈은 5-8이 난민들을 돕고 사회 전체를 지배하는 천명그룹과 맞설 수밖에 없게 된 개인사를 머릿속에 그리면서 캐릭터를 만들어갔다. “5-8은 난민으로 태어나 어렸을 때 식량을 구하러 나갔던 부모를 잃고 자라면서는 친구들이 식량 앞에서 적으로 바뀌는 상황을 경험하며 상처받은 인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 과정에서 분노가 쌓여 싸움에 나서게 되고 어린 사월(강유석)의 모습에서는 자신의 유년 시절을 보며 애틋한 감정을 가지게 된 거 같아요.”
드라마가 건너뛰는 설명을 그리는 김우빈의 연기는 흩어지는 이야기와 인물들을 잇는 가교 구실을 한다. “어떻게 보이나 보다는 5-8이 왜 이런 마음을 가지고 이런 말을 하는지에 대해 집중했어요. 그에 비하면 액션은 무술팀에 세밀하게 지도해주고 리액션을 워낙 잘해주니까 도리어 쉬웠던 것 같아요.”
폐허가 된 지구를 배경으로 사회가 버린 난민이 등장하는 <택배기사>를 찍으며 그는 환경문제나 난민 이슈를 처음 진지하게 생각해봤다고 한다.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환경에서 살 수는 없지만 똑같이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해요. 5-8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세상을 꿈꿨으니 분노하고 싸웠겠죠.”
공기도 택배로 주문해야 하는 드라마 속 세상처럼 살다 보면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이 당연해지지 않는 순간이 온다. 그에게는 건강이었다. “아프기 전에는 내가 세상에서 제일 건강한 줄 알았어요. 잃어버리니고 나니까 이게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됐죠.” 가족이 아닌 타인도 존재만으로 힘이 될 수 있다는 것도 투병하면서 처음 알았다고 한다. “‘나도 위암이었는데 지금 건강해졌어.’ ‘아내가 유방암 3기였는데 회복됐어’ 이런 말을 들으면서 너무 큰 용기를 얻었거든요. 내가 건강하게 내 위치에서 열심히 사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 힘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래서 건강관리에 더 노력하게 됐어요. 전에는 보이는 몸을 위해 운동했다면 이제 나를 위해 운동을 합니다.”
아프면서 깨달은 또 하나는 “일보다 삶이 더 중요하다”는 것. “쉬면서 문득 속상했던 게 그동안 내 삶에는 일밖에 없었더라고요. 밤 촬영이 있으면 미리부터 밤낮을 바꿔 생활하는 식으로 삶을 통째로 일에 맞추려고 했었어요. 지금은 일을 하면서도 내 삶이나 내 루틴을 깨지 않으려고 해요. 연기도 잘해야 하겠지만 삶이 아니라 나의 일, 직업이라고 생각하려고 합니다.”
앞으로 하고 싶은 연기는 “싸움 못하는 역할”. 압도적인 피지컬과 개성있는 얼굴로 액션연기를 해야 하는 <택배기사>, <외계+인> 같은 에스에프(SF) 장르에 자주 호출되는 탓. 넓은 어깨에 전투복 대신 흰 가운을 입는 의사 같은 전문직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한다.
김은형 선임기자 dmsgu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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