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 칼럼] 농식품부는 농촌의 ‘호스피스’ 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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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농촌 인구는 216만명으로 전년 대비 5만명이 감소했다.
농촌 인구 중 35%는 70세 이상의 노인이었다.
정부 기관인 농촌진흥청이 신품종과 농법 등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지만,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과의 융합 부분에선 한계가 뚜렷하다.
농촌의 미래를 생각한 적절한 처방이지만, 이를 실제 정책으로 구현할 농식품부에선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며 공무원 특유의 '복지부동'을 취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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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농촌 인구는 216만명으로 전년 대비 5만명이 감소했다. 농촌 인구 중 35%는 70세 이상의 노인이었다. 반면 핵심 생산연령인 3040의 비중은 9.7%에 그쳤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농림어업조사는 농촌 소멸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최근 찾은 현장에서 본 농촌의 모습은 더욱 처참했다.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가 곳곳마다 방치돼 있고, 폐가 마냥 황무지가 된 농지도 적잖았다. 이는 초고령화로 농촌에 일할 사람은 계속 주는데, 땅은 그대로니 벌어지는 일이다. 늙은 농사꾼이 넓은 논밭을 관리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무리다.
그런데 농사를 짓지 않는 땅을 처분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다. 현행법상 농지는 농민이 아니면 보유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보유한 농지에도 농사를 모두 짓지 못하는 노농(老農)이 농지를 더 살 이유도 없다. 도시민이 농지를 취득하는 길을 열어주는 게 해법이지만, 규제가 촘촘하다.
이뿐만 아니다. 기업이 농사를 짓는 것도 막혀 있다. 식량 안보를 강화하기 위해선 기업이 농업에 참여하도록 해 생산성을 높여야 하는데, 현행법은 이를 원천 봉쇄하고 있다. 기업을 배제하는 한국 농업 현실은 기술 도태로 이어진다. 정부 기관인 농촌진흥청이 신품종과 농법 등을 개발해 농가에 보급하고 있지만,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과의 융합 부분에선 한계가 뚜렷하다.
대대적인 수술을 요구하는 농촌의 현실에도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메스를 대기보다는 연명을 위한 약 처방식 정책만 내놓고 있다. 농촌이 고통 없이 소멸할 수 있도록 돕는 ‘호스피스’를 자처하는 듯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한 청년 세미나에서 “농업이라는 걸 하나의 산업 비즈니스로 생각해서 산업적 차원으로 발전시키려고 하지 않는다”며 “오래전부터 농사를 지어온 분들이 경자유전에만 집착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농업을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법 체계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농촌의 미래를 생각한 적절한 처방이지만, 이를 실제 정책으로 구현할 농식품부에선 ‘사회적 합의가 우선’이라며 공무원 특유의 ‘복지부동’을 취할 뿐이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취임 전 청문회에서 “농지 관리는 규제 일변도가 아니고 활용할 수 있는 쪽은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농식품부가 해소한 농지 규제는 무엇인가.
농식품부의 부담감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오랜 역사가 쌓인 규제인 만큼, 개혁 과정이 쉬울 리 없다. 농민단체는 물론 야당도 강하게 반발할 게 뻔하다. 하지만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권오현 전 삼성전자 회장은 저서 ‘초격차’에서 혁신을 위한 리더의 역할을 강조했다. “리더에게는 현재보다 미래가 중요하다. 리더는 미래의 변화를 선제적인 조직의 변화로 이끌고 갈 책임이 있다.”
정황근 장관의 리더십이 필요한 때이다.
[윤희훈 정책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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