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쌘 사냥꾼 흰눈썹울새…‘위풍당당’ 호랑이 안 부럽네
4~5월 우리나라 통과하는 희귀 나그네새
재빠른 사냥 실력으로 땅에서도 자신만만
우리나라가 번식지나 월동지가 아닌 새가 어쩌다 들르는 일이 있다. 이런 반가운 손님을 나그네새라고 부른다. 흰눈썹울새는 나그네새 가운데도 극히 만나기 힘든 희귀 새인데, 운 좋게 관찰 기회가 왔다.
지금까지 단 세 차례 2018년 성조 수컷, 2020년 성조 수컷, 2022년 성조 암컷을 만났다. 그런데 지난 5월10일 전북 군산시 옥도면 어청도에서 어린 수컷을 만났다. 흰눈썹울새는 암컷과 어린새를 만날 기회가 더욱 드문데 이번에 조우했다.
수컷의 멱과 가슴은 푸른색이고 가운데는 진한 주홍색 깃털이 있다. 자세히 보면 푸른 가슴 아래 회색과 검은색, 그 밑에 흰색, 진한 주홍색의 깃털이 차례로 나 있다. 가슴과 멱까지 울타리를 쳐놓은 것 같은 깃털무늬가 특이하다. 지빠귀과에 속하는 새들은 비교적 긴 다리를 가져 땅 위를 걸어 다니기를 좋아하고 아름다운 소리로 지저귀며 암수의 모양이 대체로 다르다. 흰눈썹울새도 예외는 아니다.
흰눈썹울새는 하천과 습지 주변의 갈대밭, 풀밭에서 서식하며 땅 위에서 곤충이나 거미를 잡아먹는다. 가슴을 활짝 펴고 꼬리를 바짝 치켜올린 채로 덤불숲을 바쁘게 돌아다니거나 재빠르게 뛰어다니며 먹이를 찾고 사냥을 한다.
흰눈썹울새는 경계심이 강하고 예민하다. 곁을 잘 주지 않고 수풀에서 얼굴만 내민다. 작은 행동이나 소리에도 풀숲으로 숨어버리기 일쑤다.
돌아다니는 동선이 매우 정확하다. 위협요인이 없고 빠르게 피난할 수 있는 안정된 환경을 정해 놓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아주 가까이 곁을 주는 듯하다가 멀리 걸어가고, 다시 다가오는 듯하다가도 멀리 떠나는, 마치 술래잡기를 하는 흰눈썹울새다.
땅을 좋아하는 새들은 매우 빠른 발걸음을 가지고 있다. 위협을 느끼면 재빨리 풀숲으로 몸을 숨긴다. 사냥할 때도 재빠른 걸음으로 사냥을 한다. 땅 위에서 생활하는 새들은 예민하고 경계심과 조심성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비교적 높은 곳에 서서 몸을 바짝 세워 주변을 살피며 바쁘게 움직이는 동시에 꼬리를 위아래로 쉬지 않고 흔들어대는데 이것은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기 위함은 물론이고 언제든 사냥에 나설 준비를 하는 본능적인 행동 습성으로 보인다.
빠른 걸음으로 갑자기 ‘휙-’ 지나가면 뭐가 지나갔는지 모를 정도다. 먹잇감은 영문도 모르고 흰눈썹울새에게 순식간에 사냥을 당한다. 빠른 행동이 다소 방정맞게 보일 수 있지만 13~14cm의 작은 새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잠시 멈춰 주변을 살필 땐 이토록 작은 새가 천하를 호령하듯 가슴을 내밀고 꼬리를 맘껏 위로 치켜든다. 몸을 꼿꼿이 세우고 도도하게 주변을 살피는 모습은 호랑이가 다가와도 물러설 기세가 아니다.
나는 새가 나무보다 땅을 좋아하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할지라도 먹을거리가 눈앞에 널려있다는 얘기다. 어쨌든 땅 위를 선택한 흰눈썹울새는 자신감에 찬 분명한 행동을 한다. 수컷은 다양하고 모방적인 노래를 부른다. 전형적인 채팅 방법을 동원하여 수다를 떨듯이 울어댄다.
비번식기에 수컷은 턱밑과 멱의 푸른색 부분이 연황색을 띠는 흰색으로 바뀐다. 겨울에는 단독으로 살다가 번식기에는 암수가 함께 땅 위에서 산다. 수풀 규모가 작거나 강, 개울, 습지, 단일종의 나무숲 산림지대를 좋아한다.
번식기엔 해발 1000미터에서 2000미터 사이의 높은 산지를 선호한다. 땅바닥 덤불 아래 작은 구멍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다. 알을 낳는 시기는 5∼7월이고 5∼7개의 알을 낳아 약 13~14일 동안 품는다. 곤충류나 수생곤충, 거미 등을 좋아하는 새다. 각종 식물의 열매도 먹는다.
스칸디나비아에서 오호츠크해 연안, 캄차카, 알래스카 서부에서 번식하고, 겨울에는 아프리카 북부, 인도, 동남아시아로 이동한다. 우리나라를 통과하는 나그네새다. 봄철에는 4월 초순부터 5월 중순까지, 가을에는 10월 초순부터 11월 중순까지 우리나라를 통과한다. 매우 적은 수가 중부와 남부 지역에서 월동을 하기도 한다. 그만큼 귀하고 흔하지 않은 새다.
글·사진 윤순영 한국야생조류보호협회 이사장, 한겨레 환경생태 웹진 ‘물바람숲’ 필자, 촬영 디렉터 이경희, 김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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