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제주대병원 방치 속 11억 횡령…'증발' 5억에 소송전 예고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경찰 수사 마무리
병원, 센터 개소 후 회계관리 전무…책임소재 두고 공방

(제주=뉴스1) 오현지 기자 = 제주특별자치도가 설치하고, 제주대학교병원이 운영하는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의 10억원대 보조금 횡령 사건은 양 기관의 관리 부실 속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 부재 책임 속에 증발한 혈세 5억을 두고 양측 모두 법적소송과 반환청구 등 강경대응을 예고했다.

◇ 집행도 정산도 1명이…회계관리 없었다

제주동부경찰서는 지난해 12월 제주도가 의뢰한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횡령 사건 수사를 마무리하고, 피혐의자가 사망함에 따라 사건을 불입건 종결했다고 18일 밝혔다.

조사 결과 회계 담당 직원 A씨는 지난해 수십차례에 걸쳐 한 번에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운영비를 개인 통장에 이체하고, 다시 센터 계좌로 돌려놓은 것으로 파악됐다. A씨 계좌와 센터 계좌 사이를 오간 금액은 약 11억원으로 전해졌다.

횡령액 규모는 지난해 센터에 지급된 운영비 24여 억원(국비 11억7000여 만원·도비 12억6000여 만원)의 절반 수준에 달한다. 도 자체조사 결과 횡령액 11억원 가운데 피해복구 없이 증발한 액수만 약 5억원으로 파악됐다.

취재 결과 업무를 위탁받은 제주대병원 측은 2015년 센터 개소 이후 규정된 회계 감사를 한 차례도 실시하지 않았고, 예산 정산 내역 역시 들여다보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2019년 12월 체결한 '제주특별자치도 광역정신건강복지센터 운영 사무의 위·수탁 협약서'에 따르면 수탁자인 제주대병원은 회계장부 등 각종 기록을 작성·보관하고, 재산 관리를 통해 효율적으로 센터를 운영해야 한다고 명시됐다.

병원은 개소 초기인 2014년과 2015년 1차 보조금 등 2번을 제외하고는 예산이 병원 계좌를 거치지 않고 센터로 바로 입금된 탓이라고 주장했다. 협약서 상에는 수탁자가 별도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고 적시됐다.

병원 관계자는 "병원으로 입금됐다면 재무팀에서 예산 집행과 배정을 진행하고 결산심사도 이뤄졌겠지만 관여할 바가 없었다"며 "도 지방보조금 통합관리 운영지침에 따라 관련 사항은 센터에서 제주도로 직접 보고돼 회계 감사 내역 등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센터를 설치한 당사자인 제주도 역시 회계 감사 주체는 병원이라고 주장하면서도 매년 센터가 작성한 정산서로 감사를 대신했다.

도 관계자는 "센터가 매년 정산서를 보고하면 보조사업자인 병원 측과 공유가 됐을 것으로 봤다"며 "병원 입장에 대해서는 부연설명을 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입금 문제에 관해서는 "병원이 센터장을 임명하니 센터 통장을 개설하자고 협의했다"며 "병원에서 돈을 받고 지출하는 일이 복잡하고, 초기에는 보조금 총액이 적었다"고 설명했다.

센터 보조금 규모는 2015년 8억원 수준에서 매해 꾸준히 늘어 한 해 20여 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횡령 사태로 지난해 연말 센터 일부 사업이 차질을 빚고, 직원 급여도 제때 지급하지 못했지만 양 기관은 A씨가 숨진 이후에야 이 같은 상황을 인지했다.

도는 사태 발생 후 센터 회계를 1인이 아닌 2인이 관리하게 하고, 매월 도나 병원에서 정산 내역을 확인하겠다며 감시망을 확대했다.

◇ 사라진 혈세 5억…"우리가 받아야" 공방 길듯

증발한 5억원을 누가 메꿀지 결론을 내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횡령 사태로 당시 두달치 인건비마저 밀리는 상황이 되자 병원 측은 자체 예산에서 4억원을 보전해 급한 불을 끈 상태다. 병원은 도에 손실액을 보전하라고 수차례 공문을 보냈으나 도는 무대응으로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혔다.

도는 관리 주체인 병원 측이 5억원을 오히려 반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도 관계자는 "병원이 정산 후 유용에 의해 없어진 예산, 남은 예산을 반납해야 한다"며 "경찰 조사 결과를 검토해 우선 반환 청구를 하고, 추가 협의를 이어가겠다. 불발되면 최종적으로 환수소송으로 갈 수 있다"고 밝혔다.

제주대병원은 이미 소송 제기 방침을 확정했다. 다만 회계관리 의무와 사업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건·사고 책임을 부여한 협약서 내용과 관련해서는 말을 아꼈다.

병원 관계자는 "소송 준비는 계속 진행하고 있다"며 "문제가 걸어진 상황도, 도와 대립이 있는 것도 결국 협약서 내용이라 현 상황에서 많은 말을 하기 어렵고 추후 다퉈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oho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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