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달' 공정환 "70살까지 100개 작품 목표" [인터뷰]

임시령 기자 2023. 5. 18.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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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공정환 / 사진=생각엔터테인먼트 제공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배우 공정환의 첫인상은 젠틀하고 유쾌했다. '종이달' 속 못된 남편은 어디에도 없는, 멋스러움만이 시선을 끌었다.

ENA 월화드라마 '종이달'(극본 노윤수·연출 유종선)은 숨 막히는 일상을 살던 여자 유이화(김서형)가 은행 VIP 고객들의 돈을 횡령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게 되는 서스펜스 드라마다. 일본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기도 하다.

공정환은 극 중 자신의 명예와 사회적 성공만이 인생 목표인 유이화의 남편 최기현 역을 맡았다. 아내에게 자격지심을 가진 인물로, 아내를 구속하고 가스라이팅 하는 장면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유발했다.

공정환은 최기현에 대해 "원작과는 다르게 그려졌다. 원작에는 돈을 좀 아끼고, 와이프와 감정적인 교류가 적은 캐릭터로 묘사됐다"며 "하지만 한국판 '종이달' 속에선 과거 유이화 집안에서 운전하던 운전기사의 아들이라는 설정이 추가됐다. 어릴 때 유이화를 보고 동경하고 소유하고도 싶었을 거다. 밑바닥부터 있던 자격지심이 어른이 됐을 때 또 다른 방법으로 실현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내를 향한 자격지심, 무시하는 태도를 잘 전달하기 위해 말투도 바꿨다는 공정환이다. 그는 "대본상 처음부터 다 존댓말이었다. 아내와 15년 이상 살고, 아내를 무시하면서 존댓말로 얘기하니까 오히려 장난스럽게 느껴졌다. 그래서 반존대가 좋겠다 싶어 감독님과 작가님과 상의해서 바꿨다. 반존대를 하니까 굉장히 기분 나쁘고, 얄밉게 보이더라"고 말했다.

종이달 공정환 / 사진=생각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기현의 얄미운 모습은 유이화와 밥을 먹는 장면에서도 자주 등장했다. 공정환은 "밥 먹는 신만 8~9번이었다. 매번 다른 식으로 표현해야 해 힘들었다. 맛있게 먹으면서 아내에게 나쁜 말을 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좀 더 자연스럽고, 날이 서게끔 넘어갈지 김서형 선배와 많이 상의하면서 촬영했다"고 얘기했다.

이 중 달팽이 요리를 먹던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고. 공정환은 "아내가 달팽이 요리를 먹으려다 음식을 바닥으로 떨어트리는 장면이 있다. 주우려는 아내에게 제가 '쓰읍' 하고 주의를 주는데, 대본에 없는 애드리브였다. 촬영하고 나니 김서형 선배가 '나 진짜 기분 나빴다'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이밖에도 아내가 몸살에 걸린 것 같다는 말에 뒷걸음질 치며 자신을 더 걱정하고, 마스크를 쓰고 출근하는 장면을 떠올렸다. 공정환은 "옷 색깔에 맞춰 제가 마스크를 직접 구해 착용했다"며 "조금이라도 재밌게 템포감 살려서 했으면 좋겠더라. 드라마가 돈 얘기를 단도직입적으로 하는 무거운 분위기라, 뭐라도 재밌는 포인트가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아이디어를 낸 거다. 감독님도 적극 반영해 주셨고, 김서형 선배도 잘 받아주셨다"고 밝혔다.

공정환은 그렇게 최기현을 '나쁜 남편'으로 만들어나갔다. 아내가 임신을 바라며 준비한 아기 용품들을 다른 사람에게 주거나, 처가에게 쓴 돈을 장부에 빠짐없이 기록하는 등의 모습은 공정환의 열연으로 더욱 얄밉게 그려졌다. 실제 아이 둘을 둔 유부남이기도 한 그는 "연기를 하면서도 '아내에게 이렇게까지 한다고?'라고 생각했다. 제 아내에게 그렇게 한다면 전 큰일난다"며 혀를 내둘러 웃음을 안겼다. 이어 "연기를 하면서도 정말 이해가 안 됐지만, 단순하게 돈과 성공을 위해서 '이 사람'을 쓴다는 딱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종이달 공정환 / 사진=생각엔터테인먼트 제공


열연은 시청자들의 뜨거운 반응을 모았다. 모델 출신답게 남다른 수트핏에 대한 호평도 있었다. 극 중 정장 스타일링이 대다수였던 공정환은 "'종이달'에서 입은 정장들은 전부 실제 제 것이다. 20년 된 정장도 있었다. 옷 값이 아깝지 않냐. 옷 관리를 잘해서 정장이 필요한 드라마에선 왠만하면 제 옷을 입으려고 한다"고 해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특히 실감 나는 '나쁜 남편' 연기로 많은 욕을 많이 먹은 공정환이다. 그는 "5주 동안 즐겁게 지냈다. 제 아내도 칭찬을 잘 안 해주는데 이번엔 잘했다고 얘기해 준다"며 "주변에서도 연락을 많이 받고 있다. 시청률에 비해서 '짤'도 많이 돌아다닌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면서 "최기현이란 캐릭터가 욕을 많이 먹는 캐릭터라 제 나름대로 많이 기억이 될 것 같지는 않지만 5주 동안 시원한 욕받이가 돼 시청자들에게 카타르시스, 힐링이 됐다면 다행이다. 저한테는 다른 면으로 많은 분들에게 각인돼 너무 좋다"며 "또 좋은 선배님이랑 스태프들이 같이 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노력한 것에 비해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감사를 전했다.


공정환은 '종이달' 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품 속에서 악역을 맡아왔다. 앞선 '종이달' 제작발표회에서 10번 중 8번은 나쁜 역할이었다고 설명한 바다.

악역 이미지로 굳어지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냐는 질문을 받자 "코미디도 많이 하고 싶은데 잘 안 불러준다. 악역 자체는 재밌다"고 웃었다. 이어 "나쁜 짓을 대놓고 한다. 어떻게 하면 나빠질 수 있을지 대놓고 상상할 수 있지 않나. 또 진짜 나쁜 것 같지만, 현실이 더 나쁜 것들이 많다. 아직 완벽한 악역은 못 해봤다. 꾸준히 연기를 하면서 조금씩 바꿔나가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결국 같은 악역이라도 다 다를 것 같다"고 전했다.

벌써 연기경력 약 17년 차인 공정환. 1994년 모델로 데뷔한 뒤 2006년 '소울메이트'로 연기를 시작했다. 이후 '신입사관 구해령' '헤일로' '한산: 용의 출연' '한산 리덕스' 등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 출연했다. 쉬지 않고 필모그래피를 채워나가는 중인 공정환은 "제 목표가 70살까지 작품 100편을 하는 것"이라며 눈을 빛냈다.

이어 "제 장점이자 단점이 꾸준히 그냥 하는 거다. 스타가 되고 싶은 꿈은 없다. 이 생이 끝날 때까지 배우를 업으로 하는 가장으로서 식구들을 잘 건사하면 그걸로도 충분히 만족한다"며 "열심히 일 잘하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우리 아빠 배우야'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면 좋겠다"고 미소 지었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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