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걱정에 부업 뛰는 MZ세대 늘었다…10명 중 3명 "주 4일제 근무 찬성"

딜로이트 조사 결과 직장 선택 최우선 고려 항목 '워라밸·자기계발·급여' 꼽아
고물가 상황 지속에 부업 관심도 '쑥'…생활비 마련 위해 온라인 판매·음식 배달 나서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전 세계 Z세대(199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출생자)와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1990년대 후반 출생자) 10명 중 3명이 워라밸을 위해 기업들이 주 4일 집중 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봤다. 재택근무 영향으로 2019년 팬데믹 이전보다 워라밸 만족도도 다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 세계 Z세대 10명 중 3명은 기업들이 주 4일 집중 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SNL 코리아]

18일 한국딜로이트그룹이 전 세계 44개국 MZ세대 2만2천856명(Z세대 1만4천483명·밀레니얼 세대 8천37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장에 대한 워라밸 만족도는 Z세대가 31%, 밀레니얼 세대가 34%로, 2019년 조사 대비 각각 13%p씩 증가했다. 이들의 직장 선택 최우선 고려 항목은 워라밸, 자기계발 및 학습, 급여 순으로 나타났다.

국내 Z세대와 밀레니얼 세대가 가장 선호하는 직장인의 자질로는 '일과 삶의 균형을 잘 맞추는 능력(각각 32%, 37%)'이 꼽혔다. 가장 선호하는 업무 방식으로는 '근무 장소 선택이 가능한 형태(34%, 31%)'였고, 워라밸을 위해 '주 4일 집중 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32%, 35%)'는 의견과 '휴가 사용 장려 문화(28%, 32%)'가 조성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많았다.

여러 국가에서 고물가 상황이 지속되면서 젊은 세대들이 느끼는 생활비 압박이 커지자 MZ세대의 부업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현안은 생계비(35%)와 실업(22%), 기후변화(21%)순으로 나타났다.

설문에 참여한 Z세대 중 약 46%가 본업 외에도 풀타임(full-time) 또는 시간제(part-time)로 부업을 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얼 세대의 경우 이 비율은 37%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두 세대 모두에서 각각 3%포인트, 4%포인트 올랐다.

국내 MZ세대 501명 중 절반가량도 생계비 증가를 최대 관심사로 선택했다. 또 소득 부족으로 여러 직업을 병행하는 Z세대(31%)와 밀레니얼 세대(24%) 비율도 1년 전에 비해 각각 3%p, 2%p 증가했다.

이번 조사에 참여한 국내 Z세대 여성은 "일자리 구하기도 힘들고 임금 인상은 엄두도 못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물가는 계속 올라 월급만으로는 생활할 수 없어 부업에 나섰다"고 말했다.

글로벌 MZ세대 상황도 마찬가지다. 생계비가 가장 우려된다고 답한 비율은 Z세대, 밀레니얼 세대 모두 전년 대비 각각 6%p 증가한 35%, 42%를 기록했다.

부업을 뛰는 주된 동기는 재정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Z세대의 38%, 밀레니얼 세대의 46%가 이 같이 답했다. '기술을 배우고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답한 비율은 각각 25%, 28%였다. '취미 생활과 관련이 있거나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은 두 세대 모두에서 25%에 못 미쳤다.

MZ세대 사이에서 가장 인기 있는 부업의 종류는 온라인을 통한 제품·서비스 판매나 음식 배달, 승차 호출 등 긱워커(초단기 노동자), 인플루언서 등이 꼽혔다. 늘어나는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한 방법으로 부업 외에도 중고품 소비 확대, 미래 부동산 투자를 위한 저축 등이 거론됐다.

기업들이 파트타임 직원들에게 승진 기회, 핵심 업무 참여 등 커리어 발전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보는 MZ세대(36%·30%)도 다수 있었다. 다만 소득 감소를 초래할 수 있는 근로시간 단축은 비현실적이라는 반응이 응답자의 3분의 2에 달했다. 법정근로시간이 줄어도 업무량이 줄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딜로이트의 마이클 파멀리 리더는 "생계유지를 위해 부업 전선에 뛰어들고 있는 MZ세대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며 "재정적 불안이 이 세대에게 부담을 지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제적 우려로 인해 이들은 미래를 계획하는 능력을 배양하지 못하고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결정들을 미루기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MZ세대는 커리어 결정 시 자신의 신념을 따르는 경향도 많이 보였다. 10명 중 4명(Z세대 44%, 밀레니얼 37%)은 '윤리적 문제로 배정 받은 업무를 거부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또 Z세대 39%, 밀레니얼 34%는 '신념에 부합하지 않은 회사의 채용 제안을 거절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Z세대 58%, 밀레니얼 55%가 '현재 소속된 조직이 구성원의 주장에 관심을 기울인다'고 답했으나, Z세대 32%, 밀레니얼 35%는 '여전히 하향식 의사 결정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MZ세대의 신념은 소비 패턴에서도 잘 드러났다. 이들은 친환경 소비에 대해 높은 관심을 보였지만, 지갑은 잘 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10명 중 6명은 '지속가능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으나, 경제상황이 나빠지면 지속 가능 제품과 서비스를 구매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 어려워질 것으로 생각한다는 의견이 응답자의 절반(53%·55%)을 넘었다. 또 기업들이 지난 몇 년간 외부 요인 때문에 기후 전략을 우선 순위에 두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절반을 차지했다.

손재호 한국딜로이트그룹 고객산업본부장은 "MZ세대가 팬데믹 이후 발생한 고물가, 고금리 상황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분석했다"며 "MZ세대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안들을 기업들이 잘 고려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