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김우빈 “햇살이 좋아서 감사···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임지선 기자 2023. 5. 18.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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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우빈. 넷플릭스 제공
배우 김우빈은 넷플릭스 드라마 <택배기사>에서 산소를 배달하는 택배기사 ‘5-8’을 연기했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택배기사>는 혜성 충돌로 대기가 오염된 2071년 서울을 그린 6부작 드라마다. 밖에서는 산소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다닐 수 없고, 안에서는 산소통을 택배로 배달받아야만 살 수 있는 세상. 정부는 존재하지만 천명그룹이 만든 구역에 따라 계급별로 산소가 차등 지급된다. 낮에 산소통을 배달하는 택배기사 ‘5-8’은 밤이 되면 난민을 지키는 블랙 나이트(기사·knight)로 변신한다.

배우 김우빈은 그 스스로도 난민으로 태어나 천명그룹이 만든 차별적 세상에 분노하고, 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몸을 던지는 택배기사 ‘5-8’을 연기했다. 2017년 비인두암으로 2년간 투병한 후 <우리들의 블루스> <외계+인> 등 잇달아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그를 17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5-8은 난민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버림받고 아파야만 하는 이 세상에 대한 분노가 있고 아픔이 있는 사람이고,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행복하게 잘 살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사람이에요. 촬영할 때도 그 생각을 잃지 않으려고 했어요.”

포스트 아포칼립스(종말 이후의 세계) 세계관이 담긴 <택배기사>는 한국 드라마로는 흔치 않은 설정이다. 인기를 끌었던 동명의 웹툰이 원작으로, 영화 <감시자들>을 만든 조의석 감독이 연출과 각색을 맡았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는 코로나19가 한창이던 시기였다. 김우빈은 “다 마스크를 쓰고 힘든 때여서 어쩌면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그래서 접근이 어렵지 않았고 ‘5-8’의 생각과 이야기가 궁금했다”고 말했다.

<택배기사>는 원작과는 차이가 있다. 드라마에선 웹툰보다 ‘5-8’ 역할이 강조된다. 김우빈은 “역할 제안을 받았을 때 원작을 바로 확인했는데 저희 대본과는 차이가 많았고, 일부러 다른 인물로 만들어가려고 노력했다”고 했다. 그는 감독과 ‘5-8’의 전사(前史)를 만들었다.

“5-8이 난민 부모에게서 태어났을 때부터 세상은 이렇게 만들어져 있었어요. 방금 전까지 친구였던 사람들이 식량 앞에서 적이 되고 서로를 죽이는 모습에 상처받고 아파하며 자신을 지키려면 자신을 더 드러내선 안되겠다 싶어 감정을 숨기게 됐어요.”

‘5-8’은 마스크를 쓰고 등장하는 모습이 많다. 천명그룹이 난민을 모아둔 광장에서 폭탄을 터트릴 때, 그의 눈빛은 분노로 가득 찼다. “얼굴의 반을 가리고 있지만 내가 진짜 느끼고 믿는다면 눈으로도 감정이 표현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5-8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상황을 바라보려고 했습니다.”

‘5-8’은 천명그룹과의 싸움에서 이긴 뒤 사월(강유석)을 부축하고 나오며 마스크를 벗는다. 이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입꼬리가 올라간 미소를 보여준다. 김우빈은 이때 ‘5-8’이 “하늘도 맑아지고 있지”하며 웃는 마지막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실제 촬영도 끝나갈 즈음이었고, 정말 뭔가 임무를 다 하고 일이 해결된 느낌이었어요. 기분 좋은 모습이 나왔어요.”

스무 살에 데뷔한 김우빈은 이제 30대 중반. 예전에 촬영장에 가면 대부분 ‘형들’이었으나 “이제는 어느 순간부터 현장에 동생들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그는 “좋은 모습을 보여야 할 것 같고 연기도 잘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생기더라”라면서 “(어린 친구들에겐) 지갑을 연다. 맛있는 거 사주는 게 최고 아닐까”라며 웃었다.

넷플릭스 드라마 <택배기사>

사실 ‘김우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싸움 잘하는 ‘학교 짱’이다. 앞으로 해보고 싶은 역할을 묻자, 김우빈은 단박에 “싸움을 못하는 역할”이라고 했다. “저 싸움 잘하지 않아요. 지금까지 ‘학교짱’을 6번 했어요. 특정 직업, 예를 들면 경찰, 의사, 변호사, 이런 전문직 한번도 안 해봤는데 잘할 수 있어요. 꼭 써주세요.”

‘찌질이’ 역할도 괜찮겠냐고 물었다. 김우빈은 “저 되게 찌질하다. 너무나 기다리고 있다. 제 마음은 항상 열려 있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나갈 즈음 두 가지를 물었다. ‘오늘의 감사일기’ 내용과 ‘텀블러’.

김우빈은 데뷔 이후 매일 감사일기를 쓰기로 유명하다. “처음에는 제가 가진 능력보다 더 큰 일을 맡겨주셔서 광고계약이라든지 거창한 일들을 적었는데 요즘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다가 놓치는 것들을 적어요. 오늘은 아침에 커튼을 열었는데 햇살이 너무 좋았어요. 오늘 첫번째 감사한 내용이었어요.”

그는 아프고 나니 “아무래도 더 감사하게 된다”며 “예전에는 힘들 때 투정도 부렸는데 지금은 자꾸만 감사한 것들이 생각나고 현장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이날 김우빈 앞에는 텀블러가 놓여있었다. 텀블러를 자주 들고 다니냐고 묻자 그는 “아니요”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부끄럽게도 촬영할 때는 5-8이 꿈꾸는 평범한 세상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까 대기오염을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편집본을 보면서 환경에 대해 생각했어요. 거창한 것보다 최소한 일회용품 한번만 줄여보자고 생각했어요. 며칠이나 갈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해봐야겠어요.”

배우 김우빈. 넷플릭스 제공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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