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절로 풀릴 수 없다”…‘부산 돌려차기’ 성범죄 추가 유력 증거된 ‘청바지’
재판부는 당시 피해자의 청바지가 저절로 풀릴 수 없는 구조라고 판단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고법 형사 2-1부(최환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오후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네 번째 공판에서 피해자 청바지에 대한 검증을 진행했다.
이는 피해자 측이 A씨가 폐쇄회로(CC)TV 사각지대에서 성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DNA 분석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세 번째 공판에서 사건 당시 출동했던 경찰관은 “피해자의 바지 지퍼가 절반 이상 내려간 상태였다”라고 진술한 바 있다.
피해자가 사건 당시 입었던 청바지는 대검찰청 유전자 감식실에 전달됐으나 그 형태나 구조를 비롯해 입고 벗는 과정을 검증하기 위해 법원으로 반환됐다.
재판부는 이날 재판에서 검찰과 A씨 변호인을 비롯해 피해자와 피해자 변호인 등과 함께 청바지를 직접 검증했다.
이 청바지는 다리를 넣고 지퍼를 올린 다음에 벨트 역할을 하는 끈을 왼쪽으로 젖힌 뒤 금속 재질의 단추 2개로 잠그는 방식이다. 피해자는 “허리가 가늘어서 허리에 딱 맞는 바지를 샀다”며 “이 바지는 밑위가 굉장히 길다. 배꼽을 가릴 정도”라고 설명했다.
최 부장판사는 약 30분의 검증 끝에 “저절로 풀릴 수 없는 구조다. 검증 조서에 기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A씨는 청바지 검증에 앞서 재판부가 사건 당시 청바지 여부를 묻자 “사진으로만 봤고, 사건 당시 청바지인지에 대해서는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라고 답했다.
피해자 변호인은 재판 직후 청바지 검증과 관련해 “재판부가 청바지에 큰 관심을 표현한 것”이라며 “청바지 자체가 최소한의 범죄 동기와 그 관련성이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는 정신을 잃고 기억이 없었다. 다음 기일에 DNA 감정 결과가 오면 성범죄의 직접적인 증거도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검찰은 최근 A씨가 구치소에 수감된 동료에게 “출소하면 피해자를 가만히 두지 않겠다”라며 보복성 발언을 했다는 내용 등이 담긴 양형 자료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A씨는 관련자들과 사이가 안 좋았던 점 등을 거론하며 “굳이 그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다”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이달 31일 오후 5시로 정하고,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당일에 변론을 종결하기로 했다.
A씨는 지난해 5월 22일 오전 5시께 귀가하던 20대 여성을 10여 분간 쫓아간 뒤 부산진구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CCTV에 찍힌 장면을 보면 A씨는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피해자를 발견하자 보폭을 줄이며 몰래 뒤로 다가간 뒤 갑자기 피해자 머리를 뒤에서 발로 돌려차는 등 폭행했다.
A씨는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아 수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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