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2병 못 고친다?…야생에서 찾은 ‘뼈 때리는’ 해답[북적book적]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2007년 12월 16일, 남극 대륙에서 1600㎞ 떨어진 사우스조지아섬. 어린 킹펭귄 우르술라는 친구들과 해변을 걸어가다 돌연 차가운 바닷물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곤 집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우르술라는 난생 처음으로 레오파드 바다표범 등 포식자들을 마주하며 생존의 갈림길에 섰다. 안전한 서식지에서 살던 우르술라가 어른 펭귄이 되기 위한 첫 관문에 나선 것이다.
우르술라의 독립 조짐은 집을 떠나기 전부터 관찰됐다. 보드라운 갈색 털이 빠지고 검은색과 흰색 털이 자라났고, 목소리 톤도 한층 낮아졌다. 좀처럼 가만히 있지 못하고 부모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을 돌아다녔다. 낮엔 또래 펭귄들과 놀고 밤엔 '이동 불안'인 이망증으로 수면 장애를 겪었다. 이는 서식지를 떠나기 직전 조류나 포유류에게 흔히 관찰되는 증상이다.
우르술라가 이망증을 겪고 겁 없이 바다에 뛰어드는 행동은 새끼가 성체로 성장하는 '와일드후드'의 과정이다. 인간을 포함한 지구 상의 모든 동물은 와일드후드를 경험한다. 다람쥐는 겁 없이 방울뱀에게 다가가고, 박쥐는 포식자인 올빼미를 놀린다. 해달은 백상아리를 향해 헤엄치고, 가젤은 굶주린 치타 곁으로 유유히 걸어간다. 양육자의 보호로부터 벗어나려고 애쓰는 동시에 포식자에게 스스로를 노출시키는 것이다.
청소년기 인간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모의 말을 거역하는 것은 다반사인데다 그들과의 갈등도 피하지 않는다. 일부는 갈등을 피해 멀리 도망가기도 한다. 무면허 운전을 하거나 약물을 남용하고 무분별한 성관계도 서슴지 않는다. 이같이 위험을 무릅쓰는 청소년기 행동은 인간의 생존 본능과는 상반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러한 청소년기 행동이 오히려 생존 본능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미국 의학박사이자 하버드 대학 인간진화생물학부 교수인 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와 과학 전문 기자인 캐스린 바워스는 그들의 신작 '와일드후드'에서 인간의 청소년기 문제를 자연의 '생물영감'의 관점에서 접근한다.
이들 저자는 펭귄을 비롯한 네 가지 야생 동물에 위치 추적기를 부착해 이들의 성장기를 수년 간 관찰한다. 펭귄 우르술라 역시 이들의 추적 관찰 대상이다. 우르술라는 포식자를 만나 죽음의 문턱을 경험한다. 점박이 하이에나 슈링크는 또래 친구들과 갈등을 겪는다. 북대서양혹등고래 솔트는 주체할 수 없는 성욕 속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과 원하지 않는 것을 상대방과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유럽 늑대 슬라브츠는 굶주림에 시달린 끝에 스스로 먹이를 구하고 새로운 무리를 찾아 나선다.
저자들은 동물들의 와일드후드 과정을 통해 흔히 '중2병'이라고 불리는 청소년기의 질풍노도 시기 역시 생존과 번식을 위한 필수적인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위험을 무릅쓰는 행동은 생존 과정에서 포식자를 인식하는 단계로, 스스로 위험 대처 능력을 키우기 위해 본능적으로 위험에 다가간다는 것이다.
저자들은 동물들이 와일드후드 시기에 ▷안전을 확보하는 법 ▷사회적 지위에 적응하는 법 ▷성적 소통하는 법 ▷자립하는 법 등 네 가지 공통적인 어려움을 겪는다고 설명한다. 동물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통해 필요한 기술은 물론, 삶의 목적까지도 배운다. 어른이 된다는 것은 단순히 신체적 성장을 하는 것이 아닌, 이 네 가지의 역량이 모두 발전했다는 의미라고 강조한다.
이 네 가지 원칙은 현대인의 삶에서 뗄 수 없는 디지털 세상에서도 유효하다. 온라인 세상과 오프라인 세상의 연관성이 높기 때문이다. 네 가지 원칙은 온라인 세상에서 약탈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가상의 서열에 적응하고, 성적 충동을 적절히 표현하고, 디지털 정체성을 기르는 방법 등으로 응용 가능하다.
저자들은 자식과 충돌하는 부모에게 뼈 때리는 메시지도 던진다.
생물학자들은 부모와 자식 간의 갈등은 일치하지 않는 관심사에서 비롯된다고 분석한다. 최대한 번식하고 싶은 부모와 자원을 독식하고 싶은 자식 간에 불균형이 생기면서 자식이 분산을 강요 받게 된다는 것이다. 갈등은 분산 시기에 최고조에 달한다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인간 부모 대부분은 자식이 집을 떠날 준비가 되었는지 아닌지를 구분할 수 있다. 또 어떤 부모는 반대로 자식이 떠나는 날까지 또는 그 이후에도 아직 준비가 덜 된 상태일까 봐 머리를 싸매고 걱정하기도 한다. 그래서 갈등이 생겨난다. 부모와 자식이 부딪치는 이유가 아직 어린 자식이 혼자서 감당하기에는 충분히 안전하지 않거나 요령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갈등은 자식이 준비되어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와일드후드/바버라 내터슨 호로위츠·캐스린 바워스/쌤앤파커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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