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성적표 보니…현대카드 '웃고' 현대캐피탈 '울고'
기사내용 요약
지난해 9월 말 현캐패피탈 사옥 이전 완료…1년간 '어색한 동거' 끝내
1분기 현대카드, 카드사 중 영업이익 증가 유일…현대캐피탈, 28.9%↓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현대카드·커머셜-현대캐피탈이 계열 분리가 사실상 완료된 후 받아든 성적표가 극명하게 갈리며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현대카드는 카드사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증가한 데 반해, 현대캐피탈은 30%가량 급감해서다.
18일 여신업계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지난해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 중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증가했는데, 957억원으로 전년동기와 비교해 1.5% 늘었다. 타 카드사들은 30~60%대의 감소폭을 보였다. 상각전영업이익(EBITDA·법인세비용차감전수익)의 경우에도 현대카드가 95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0.1%로 유일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타 카드사들은 10~60%대 감소했다. 상각전영업이익은 기업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다. 당기순이익은 7.9% 감소해 신한카드(-5.2%)에 두 번째로 감소폭이 작았다.
이 기간 연체율도 0.95%로 전년동기대비 0.09%포인트 개선됐다. 7개 카드전업사 중 1% 이하를 기록한 곳은 현대카드가 유일하다. 연체율과 함께 자산건전성을 나타내는 또 다른 지표로 손꼽히는 대손비용은 629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1% 줄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자사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건전성 관리에 집중해 왔다"며 "특히 실수요자, 우량고객 중심으로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등 리스크 관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영업 전략을 세운 결과"라고 자평했다.
이에 반해 현대캐피탈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650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7.9%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968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8.9% 감소했다. 대손비용은 664억원으로 전년동기(317억원)보다 두 배 늘었다.
현대차·기아 '어닝 서프라이즈'에도 왜?
기아는 1분기 매출 23조6907억원, 영업이익 2조8740억원을 거뒀다. 각각 전년대비 29.1%, 78.9% 증가한 수치다. 특히 영업이익률은 12.1%로 현대차의 9.5%, BMW의 9.8%보다 높아 글로벌 완성차업체 중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 현대차는 매출 37조7778억원, 영업이익 3조5926억원을 기록해 각각 전년 대비 24.7%, 86.3%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회사 분기 기준 사상 최고 실적이다. 판매량도 분기 사상 최다 판매를 기록했다.
현대캐피탈의 저조한 1분기 실적은 지난해 급격한 조달금리 상승으로 이자·리스 비용이 상승한 영향이 컸다. 지난해 1분기 여전채(AA+) 3년물 평균금리는 2.83%으로 2%대 후반대였는데, 올 1분기 여전히 4.34%의 평균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레고랜드 사태 직후인 지난해 10~11월엔 6.0%대까지 급등한 바 있다. 수신기능이 없는 여전사는 주로 여전채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특히 캐피털사인 현대캐피탈이 자동차 할부·리스금융에 치중된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카드·캐피털사의 자동차할부 금리가 두 자릿수까지 치솟으며 예비 차주들이 지갑을 닫으며 매출에 큰 타격을 받은 것이다. 현대캐피탈의 3월 말 기준 영업실적으로 보면 할부금융수익이 14.8%(1911억원), 리스금융수익이 42.8%(5534억원)로 '자동차금융'이 전체의 57.6%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같은 기간 할부금융 중 자동차금융은 96.1%를 차지했고 리스금융 중 자동차금융은 79.0%였다. 개인신용대출·주택담보대출도 취급하고 있지만 자동차금융 이용 고객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이는 전체의 18.5%(2393억원)에 그쳤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당기순이익 감소는 해외법인 현대캐피탈뱅크유럽(HCBE) 자회사인 올레인(Allane SE)의 지분법 손실이 영업외비용에 반영된 영향으로, 이는 일회성 요인"이라면서도 "급격한 조달금리 상승에 이자비용, 리스비용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카드·커머셜-현대캐피탈의 계열 분리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초대회장의 뒤를 이어 받은 정의선 현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정의선 체제'를 확립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20년 10월14일 회장에 취임 후 2021년 임원 인사를 통해 세대교체를 단행했다.
같은 해 정태영 부회장은 2003년부터 이끌어 온 현대캐피탈 대표이사직을 19년 만에 내려놨다. 그의 부인이자 정의선 회장의 누나인 정명이 현대커머셜 사장도 현대커머셜 새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현대캐피탈에서 맡고 있던 브랜드부문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에 2008년부터 현대카드 사옥을 함께 써 온 현대캐피탈은 2021년 9월 본사 사옥을 서울 중구 서울역 인근 그랜드센트럴 빌딩으로 옮기는 작업을 완료하며 현대카드·커머셜과 계열분리를 완료했다. 현재 현대캐피탈 최대주주는 현대자동차로 주식 59.68%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기아가 보유한 주식을 합치면 총 지분율이 99.78%에 달한다.
현대카드의 경우 정태영 부회장 부부는 현대커머셜을 통해 간접적으로 지배력을 키웠다. 현대차(36.96%)와 기아(6.50%)의 지분 합은 43.46%인데, 정 부회장은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푸본금융그룹 지분(19.98%)까지 합해 현대카드의 54.58%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계열 분리 과정에서 과거 현대차그룹(48.44%)-현대카드·푸본그룹(48.54%) 체제와 비교해 영향력이 훨씬 커졌다고 분석되는 이유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현대카드는 당장 2분기부터 애플페이 효과를 볼 것으로 기대되는 한편, 현대캐피탈은 여전히 채권금리가 높은 상황이라 올해도 자동차금융이 예년 수준만큼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nam_j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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