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요금 찔끔인상도 포퓰리즘이다 [핫이슈]
한국전력은 계속 대규모 적자
발전·송전망 투자 줄일 수밖에
4차 산업혁명 전기수요 못 맞춰
대정전으로 더 큰 손실 볼 수도
정부가 16일 전기요금을 1kWh당 8원을 올렸다. 인상률로 따지면 5.3%다. 여전히 전기요금은 원가에 못 미친다. 10원 가량 싸다. 한전이 전기를 많이 판매할수록 적자 폭이 커진다. 그러니 한국전력 적자는 계속해서 쌓일 수밖에 없다. 찔끔인상이라고 할 만하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한국전력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르면 전기요금은 1kWh당 51.6원 인상이 필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1분기에 1kWh당 13.1원을 올렸고, 이번에는 8원을 올렸으니 경영정상화는 요원하다.
정부가 전기요금을 찔끔 올린 이유는 명백하다. 국민이 전기요금 인상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요금을 더 내는 것을 좋아할 사람이 세상에 누가 있겠나. 정부 여당은 내년 4월 총선을 생각하면 더더욱 요금을 올리고 싶지 않을 것이다. 일단 총선에서 이기고 난 뒤에 요금을 올리자는 생각을 하고 있을 것만 같다.
지난 정부는 바로 이 같은 포퓰리즘에 중독되다시피 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은 오르는데 전기요금 인상은 차일피일 미뤘다. 그 결과 한국전력은 2021년에 5조 8000억원의 영업 손실을 보았고, 2022년에는 손실이 32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현 정부는 지난 정부가 원망스러울 것이다. 지난 정부가 전기요금을 원가에 맞춰 올렸다면, 현 정부에서 한꺼번에 올려야 하는 부담을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전 정부를 탓하기만 하는 건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할 일은 해야 한다. 올 1분기에도 한국전력은 5조 3000억원의 영업 적자를 보았다. 지금 한국전력은 돈이 없어 일상적인 유지·보수 주기도 늦추고 있다. 예전만큼 자주 설비 보수를 못한다는 뜻이다. 발전과 송배전망 투자도 1조 3000억원 줄인다고 했다. 이미 2022~2026년 송배전망 투자 예산을 당초 계획안보다 2조705억원이나 줄였는데 더 줄이겠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으로 전기수요는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투자를 줄이면 대정전이 올 수도 있다. 현 정부는 그런 사태를 막고 산업과 가정에 충분한 전기를 공급할 의무가 있다.
그러려면 전기요금을 더 올려야 한다. 취약계층은 예외로 하더라도 중산층 이상은 요금을 더 내게 해야 한다. 그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다. 선거에서 표를 잃을까 걱정이 돼 찔끔인상으로 끝난다면 현 정부와 국민의힘 역시 ‘포퓰리즘’의 수렁에 빠졌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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