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원하면 실패를 許하라[창의적 기업 문화가 경쟁력이다]
삼성전자 사내 벤처 모델 ‘C랩’
1년간 현업 떠나 스타트업 도전
SK그룹 학습플랫폼‘마이써니’
업무 능력 위해 자기주도 연구
현대차 ‘제로원 액셀러레이터’
직원 아이디어 연구개발 장려
LG그룹 워라밸 중심 조직문화
확실하게 쉬고 일할 땐 열심히
한국경제가 전례 없는 혁신의 위기를 맞고 있다. 이대로라면 현재는 물론, 미래도 암울하다는 위기감이 경제계 전반에 팽배한 상태다. 혁신이 없는 현재는 미래 성장동력 부재로 이어진다. 실제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60년 장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올해 1%대 성장에 진입하고 2033년에 0%대 성장, 2047년부터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보고서에서 2023∼2027년 2% 수준인 잠재성장률이 2050년에는 0%까지 낮아질 것으로 추정했다.
경기둔화, 인플레이션 등 동시다발적인 복합위기를 겪는 기업들의 경영 환경에도 어느 때보다 안개가 짙게 깔려 있다. 올해 국내 기업의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9.7%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프앤가이드 추정, 증권사 전망치가 있는 282개 상장사)까지 나오면서 위기감이 배가하는 모습이다. KDB산업은행은 올해 국내 기업의 설비투자 규모를 전년 대비 2.6% 하락한 215조2074억 원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높은 불확실성이 기업의 투자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절체절명의 상태다.
이는 혁신 성장에 대한 희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위기 극복의 방안은 혁신, 그리고 이를 통한 신사업 발굴과 성장으로 압축되기 때문이다. 최상엽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최근 한 콘퍼런스에서 “유일한 해법은 혁신을 통한 탈출”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혁신의 핵심이 ‘일하는 분위기’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인재들이 더 자발적이고 창의적으로 일할 수 있는 조직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기업의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는 배경이다. 문화일보는 ‘창의적 기업 문화’ 조성 현장을 밀착 진단한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주요 기업들이 중점을 두는 창의적 기업 문화의 핵심은 △실패를 용인하는 사내벤처 운영 △자발적 학습을 돕는 교육 프로그램 개발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업무 자율성 등으로 모인다. 이를 통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다양한 소통 채널을 통해 발전시키고 제품·제도·프로세스에 적극 반영함으로써 성과 창출로 이어지게 하는 조직문화를 지향한다.
삼성전자는 사내 벤처 프로그램 C랩(Creative Lab)을 통해 창의적인 끼와 열정이 있는 임직원들에게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해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C랩 과제에 참여하는 임직원들은 1년간 현업에서 벗어나 독립된 근무공간에서 스타트업처럼 근무할 수 있다. 임직원들이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사회공헌 등 다양한 분야를 주제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제출하는 시스템이다. 현재까지 1600명의 임직원이 참여, 391개의 과제를 발굴했다. 이 중 32개 과제가 진행 중이다.
SK그룹은 구성원의 자기 주도적 학습 플랫폼 마이써니(mySUNI)를 운영하고 있다. 마이써니는 SK그룹이 중점을 두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파이낸셜스토리(Fi-nancial Story)를 바탕으로 시장에 더욱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제안할 수 있는 역량 마련을 위해 운영된다. SK그룹 관계자는 “마이써니를 개설한 이후 구성원들에겐 업무 능력 증진을 위해 스스로 학습하는 문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은 사내 스타트업 육성 제도가 주목을 받고 있다. 자동차 분야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사내 벤처를 지원해오고 있다. 2018년에는 ‘제로원 액셀러레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현대차그룹 내 현업 팀이 직접 제안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우수한 스타트업을 발굴, 협업을 진행하고 혁신 기술의 전략적 활용 가능성을 개발하고 있다. 또한 미래 모빌리티 기술을 선도할 임직원들의 창의적 연구·개발(R&D) 활동을 장려하기 위해 사내 특허 경연대회인 ‘발명의 날’ 행사도 개최하고 있다.
LG그룹은 사내 독립기업(CIC), 사내벤처 등 임직원들의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적극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활용하며 ‘과감한 도전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또 CEO가 임직원들과 직접 소통하는 기회를 늘리고, 임직원 간의 소통 채널 또한 늘려감으로써 회사 전반에 젊은 임직원들의 의견을 착실히 반영한다. 이를 통해 계열사별로 워라밸 중심의 조직문화를 갖춰가면서 ‘쉴 때는 확실하게 쉬고, 대신 업무에는 최대한 집중’하는 문화가 자연스럽게 조직에 퍼지고 있다.
포스코그룹은 유연한 사고가 싹트는 근무 환경과 인재 육성을 바탕으로 지속성장의 답을 찾고 있다. 특히 현재 거점 오피스인 ‘위드 포스코 워크 스테이션’이 눈길을 끌고 있다. 직원들은 출퇴근 거리 혹은 업무 등을 고려해 근무 장소를 유연하게 선택할 수 있다. 포스코그룹은 AI와 빅데이터 역량을 기르는 ‘뉴칼라(New Collar) 레벨 인증제’와 포스텍과 연계한 철강·에너지소재대학원 등 전문가 육성 프로그램도 운영하는 등 인재 키우기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지난 2021년부터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롯데어워즈’를 열고 신시장 개척, R&D, 동반성장 등에 뛰어난 성과를 낸 임직원을 선발, 수상하고 있다. 신동빈 회장도 매년 롯데어워즈에 참석해 임직원들의 과감한 도전을 응원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직원들의 창의성과 자기계발을 장려하기 위해 ‘잡 마켓(Job Market)’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인력 공백이나 충원 요인이 발생한 업무에 직원이 주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제도다. 스스로 판단해 자기 경력관리를 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한화는 또 휴식과 재충전이 업무효율을 높인다는 기조에 따라 직급 승진 시 1개월간의 ‘안식월’ 제도를 시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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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현대자동차그룹, SK, 포스코, 롯데, 한화, 이마트, KT, CJ, 카카오
임정환·이승주·김호준 기자 yom72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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