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대해부] 테슬라는 원통형, 中은 각형… 업계는 표준 경쟁
점유율 1위는 각형... 표준화 논쟁 이어져
대한민국의 반도체 신화를 이을 산업으로 2차전지가 꼽히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시장(중국 제외)에서 국내 2차전지 빅3 업체의 점유율은 53%로 절반을 넘었다. K배터리의 위상은 배터리셀을 넘어 소재와 장비 등 2차전지 생태계 전반으로 확장하고 있다. 2030년 전기차 생산이 5400만대로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2차전지를 놓고 ‘배터리 패권경쟁’을 펼치는 대한민국 배터리 산업의 현황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한국 배터리 업체와 일본 파나소닉이 테슬라 4680(지름 46㎜, 길이 80㎜) 원통형 배터리 선점을 놓고 양산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약 6000억원을 투자해 충북 청주시 오창 2공장에 테슬라에 납품하는 4680 원통형 배터리 생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18일 배터리 업계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파나소닉은 4680 배터리의 양산 시기를 내년 4월~9월로 연기하기로 했다. 앞서 파나소닉은 올해 4월부터 내년 3월 사이에 4680 배터리를 테슬라에 공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파나소닉은 일본 서부 와카야마에 전기차용 4680 배터리 생산 라인 2개를 건설하고 있다.
◇ 日 파나소닉 독주 추격하는 LG엔솔·삼성SDI
2차 전지는 모양에 따라 원통형, 파우치, 각형으로 구분된다. 원통형 배터리인 4680은 기존 테슬라 2170 배터리의 차세대 버전이다. 4680은 기존 테슬라 배터리(2170)보다 에너지 용량과 출력은 각각 5배, 6배 크고 주행거리는 16% 길다. 충전 속도도 빠르다.
4680 공급에 가장 빠르게 나서고 있는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다. 오창에 2공장 생산 라인이 예정대로 올해 완공되면 내년에 시험생산을 거쳐 양산을 시작하는데, 파나소닉보다 신형 배터리를 먼저 공급할 수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애리조나에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약 4조2000억원을 들여 27GWh(기가와트시) 생산능력을 갖출 계획이다. 당초 1조7000억원을 투자해 11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었지만, 시장 선점을 위해 투자금을 2.5배 확대했다.
원통형 배터리가 주목받자 삼성SDI도 충남 천안사업장에 원통형 배터리 양산 라인을 구축하고 있다. 규모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초기 양산 수준의 파일럿 라인을 먼저 갖추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SDI의 46㎜ 배터리는 BMW에 납품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다. BMW가 2025년부터 양산을 시작한 차세대 전기차 플랫폼 ‘노이에 클라쎄(Neue Klasse·뉴 클래스)’에는 직경 46㎜에 높이가 다른 2가지 타입의 원통형 배터리가 탑재된다. 각형만 사용했던 BMW가 처음으로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한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도 지난해 독일과 인천 등에서 올리버 집세 BMW 회장을 두 번이나 만나는 등 원통형 배터리 공급에 공을 들였다.
세계 최초로 원통형 리튬이온 배터리를 개발한 일본 파나소닉도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파나소닉은 미국 오클라호마주에 50억 달러(약 6조5300억원)를 투자해 배터리 공장을 신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네바다주와 캔자스주에 이은 파나소닉의 세 번째 미국 공장이다.
◇ 테슬라는 왜 원통형을 선택했나
테슬라는 지난 2008년 출시한 최초의 차량 로드스터부터 원통형 배터리를 사용해왔다. 당시 테슬라가 원통형 배터리를 선택한 것은 각형이나 파우치형보다 수급이 쉬웠기 때문이다. 원통형은 표준화된 크기를 갖고 있어, 대량 생산에 유리하다. 생산 비용이 낮고 만들기도 쉽다.
파우치나 각형은 고객의 수요에 맞게 제작되는 맞춤형 제품이다. 테슬라가 파우치나 각형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큰 비용을 투입해 테슬라 전용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얘기다. 배터리를 새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최소 1만~10만개 단위의 주문이 필요한데, 당시 스타트업이었던 테슬라가 투자하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원통형은 공급사를 쉽게 바꿀 수 있어 공급사 입김에 휘둘리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제2의 테슬라’를 꿈꾸는 리비안, 루시드 모터스 같은 전기차 신생기업도 원통형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 배터리 표준 논쟁... 中 물량에 각형이 점유율 1위
파우치형 배터리는 주머니와 비슷한 형태로, 필름 주머니에 배터리를 담은 모습이다. 가장 큰 장점은 에너지 밀도가 높아 주행거리가 길다는 점이다. 각형, 원통형 배터리와 달리 소재를 층층이 쌓아 올려 내부 공간을 빈틈없이 꽉 채울 수 있다. 이로 인해 배터리 내부 공간 효율이 개선되면서 에너지 용량도 커진다.
외관이 단단하지 않아 다양한 사이즈와 모양으로 제작할 수 있고, 구부리거나 접을 수도 있어 활용도가 높다. 이 같은 특징으로 전기차 업체가 요구하는 다양한 형태의 배터리를 만들 수 있으며 무게 또한 상대적으로 가볍다.
다만 각형이나 원통형보다 케이스가 단단하지 않아 모듈이나 팩으로 만들 때 이를 만회할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하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이 생산하고 있으며, 현대차를 비롯해, GM, 포드, 볼보, 닛산 등이 파우치형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각형은 납작한 금속 캔 형태로 내구성이 뛰어나고 대량 생산할 경우 공정 단계가 파우치형보다 적어 원가 절감폭이 크다. 작년 상반기 기준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각형 배터리의 점유율(65%)이 파우치형(20%)과 원통형(14%)을 앞서는 이유다. 대다수 중국 기업이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각형으로 제조하는 것이 영향을 미쳤다.
현재 삼성SDI와 CATL, BYD 등이 생산하고 있으며 BMW, 도요타, 혼다, 벤츠, 폭스바겐 등이 각형 배터리를 채택하고 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현재 각형은 중국, 파우치형은 유럽, 원통형은 미국에서 주로 소비되고 있다”며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全固體) 배터리가 상용화되기 전까지 배터리 표준 논쟁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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