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휴가라니 부럽네"…핫플 '성수동'에 꽂힌 이 회사 [안정락의 스타트업 탐방]
스타트업 탐방 12번째 글입니다. 그동안 버킷플레이스(오늘의집), 에이블리코퍼레이션(에이블리), 당근마켓, 링글잉글리시에듀케이션서비스(링글), 디밀(DMIL·디퍼런트밀리언즈), 레페리, 로앤컴퍼니(로톡), 그린랩스, 딜리셔스, 굿닥, 데이블 등을 다녀왔습니다. 지난해 말 이후 한동안 탐방 기사를 쓰지 못하다가 다시 연재를 시작합니다.
오늘 소개하는 회사는 무신사입니다. 무신사가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란 뜻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아시는 분들도 꽤 있을 텐데요. 2001년 온라인 커뮤니티(프리챌)에 개설된 스니커즈 마니아 커뮤니티에서 출발한 회사입니다. 당시 고교 3학년생이었던 조만호 무신사 창업자(이사회 의장)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신발 사진을 모아 두기 위해 온라인 커뮤니티를 개설한 게 시초입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무신사는 연간 거래액 3조4000억원(지난해 기준)에 이르는 국내 최대 패션 플랫폼으로 성장했습니다.
무신사는 작년 9월 서울 성수동에 새 본사 사옥 ‘무신사 캠퍼스 N1’을 마련했는데요. 주소는 서울 성동구 아차산로13길 11(성수동2가 277-47)입니다. 은평구 갈현동에서 좌식 책상 위에 컴퓨터 한 대를 놓고 시작했던 무신사가 20여년간 8개의 오피스를 거쳐 새롭게 마련한 둥지입니다.
N1은 지하 3층에서 지상 10층까지 건물로, 전체를 무신사가 임대해 쓰고 있습니다. (무신사는 N1 근처에 직접 신사옥도 짓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 완공 예정입니다. 무신사가 최근 성수동 일대 부동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기사도 있었는데요. 조 의장의 성수동에 대한 애착이 느껴지네요. 성수동은 요즘 젊은이들의 '핫플'로 떠오르고 있지만 과거에는 공장도 많았고, 수제화 거리도 유명했죠.)
N1은 지난해 무신사와 한 가족이 된 29CM, 스타일쉐어 직원들도 함께 일하는 공간인데요. 각 층마다 중앙에 '캔틴'을 두고 있습니다. 주변으로 소파와 테이블을 배치해 오픈형 공간으로 꾸민 게 특징이라고 하네요. 중앙 캔틴을 오가며 동료들 간 자연스러운 만남이 일어날 수 있도록 했다고 합니다.
공용 공간에서는 간단한 개인 업무나 짧은 미팅도 할 수 있습니다. 통화를 하거나 재택 근무하는 동료와 화상 미팅 등을 할 수 있도록 폰 부스도 층별로 4개씩 배치돼 있다고 합니다.
회의실은 각 층마다 5개 이상 넉넉히 만들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모니터를 보면서 회의를 할 수도 있고요.
최대 40명의 인원이 모일 수 있는 대형 콘퍼런스 룸도 있고, 파트너사와 미팅할 수 있는 회의실 등도 마련돼 있습니다.
여기는 개인 업무 공간인데요. 무신사 홍보팀이 있는 곳입니다. 업무 공간은 창가를 따라 3열씩 배치했다고 하네요.
외투나 개인·팀 물품을 별도로 보관할 수 있는 벽면 캐비넷도 있고요. 전 좌석은 '허먼밀러 의자'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거 엄청 비싼 제품인 거 아시죠? ^^)
이렇게 소파나 의자에 편하게 앉아 휴식을 즐기기에 좋은 공간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사내 소식과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디지털 사이니지(DID)도 곳곳에 마련돼 있는데요. 무신사, 29CM, 솔드아웃, 레이지나잇 등의 다양한 서비스 소식과 입점 브랜드 등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합니다.
10층에는 야외 테라스도 있습니다. 바깥 공기를 쐴 수 있는 곳인데 나무와 꽃들이 싱그러운 느낌을 주더군요.
N1 건물은 환경부로부터 친환경 건축물 인증도 받았다고 합니다. 공간 설계부터 시공, 관리 등에 걸쳐 에너지 절약과 환경 오염을 최소화했다고 하네요.
이곳은 무신사의 자랑, 1층 카페 '아즈니섬(ASNISUM)'입니다.
맨 위에 있던 첫 사진도 아즈니섬 내부 모습이었는데요. 눈치 채셨나요? 저는 한번에 알아보긴 했는데 'ASNISUM'은 무신사(MUSINSA)의 영문 철자를 거꾸로 쓴 것입니다.
저도 이런 것을 여기서 마셨습니다.
마카다미아 우유 베이스에 식물성 흑당 크림이 올라간 아인슈페너인데요. 무신사 로고가 인상적이더군요.
이곳은 올해 3월에 오픈한 구내식당 '모락모락'입니다. 밥 짓는 연기 아래에서 아이디어가 모락모락 피어나는 공간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브랜드 로고도 모락모락의 콘셉트를 담았다고 합니다. 글씨 옆에 괄호 기호를 넣어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표현한 거죠.
모락모락은 빠르고 편리한 QR 코드 결제, 배식부터 퇴식까지 최적의 동선을 마련했다고 하는데요.
성수동에는 붐비는 식당이 많아서 그동안 점심 때마다 불편함이 적지 않았는데 모락모락이 생긴 이후로는 여유롭게 밥을 먹을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이렇게 8인 테이블도 있어 많은 팀원이 함께 식사를 할 수도 있고요.
업무에 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다면 별도로 마련된 룸 공간을 예약해 이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기본 테이블, 바 테이블, 야외 테이블 등도 마련돼 있고요.
아래 음식은 제가 방문한 날 먹은 것입니다. 이날은 돈가스가 나오더라고요 ^^
모락모락 메뉴는 크게 백반, 스페셜, 테이크아웃 등 3가지입니다.
테이크아웃은 샐러드나 샌드위치 등이 마련돼 있습니다.
이곳은 건물 10층에 마련된 '클리닉'입니다. 다른 스타트업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공간이었는데요. 이곳에는 간호사 면허를 소지한 보건 관리자가 상주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합니다.
임직원은 다치게 되면 드레싱 처치를 받거나 의약품을 지급받을 수 있고, 구비된 침대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할 수도 있죠.
클리닉은 임직원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기 위해 다양한 의료기기도 마련돼 있는데요. 혈압, 당화혈색소, 콜레스테롤 수치, 체지방 등을 측정한 뒤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건강 관리법에 대한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맞춤형 케어도 제공하는데요. 건강검진 결과를 토대로 혈압, 당뇨, 고지혈증, 비만, 간·장 질환이 있다면 보건 관리자가 사후 관리 상담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무신사는 어떤 회사?
지금까지 무신사 본사 사옥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회사 '무신사'에 대해서도 소개를 좀 할까 합니다. 무신사는 앞서 말씀드렸듯 2001년 신발 커뮤니티로 시작한 곳입니다. 2005년에는 웹진 형태의 ‘무신사 매거진’을 발행하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신발 외에 패션 전 영역을 아우르는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이게 됐습니다. 이후 2009년 무신사 회원들에게 정품 브랜드 패션을 소개한다는 원칙으로 ‘무신사 스토어’를 선보인 뒤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죠. 무신사 스토어를 통해 커버낫, 디스이즈네버댓 등의 1세대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가 성장했습니다.
무신사는 신진 브랜드 성장을 돕기 위해 2018년부터 패션에 특화한 공유 오피스 ‘무신사 스튜디오’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스타트업 단계의 유망한 브랜드를 발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와 경영 자문을 담당하는 패션 특화 창업투자 전문회사인 무신사파트너스도 2018년 자회사로 설립했습니다. 지난해 기준 무신사파트너스의 투자 브랜드는 60여개 수준이라고 하네요.
무신사는 직원들을 위해 다양한 복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복지 항목을 패키지로 구성해 연간 350만원 한도에서 △자기계발 △건강검진 △운동 △도서 구입 △문화 활동 등을 선택해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매월 10만원씩 무신사스토어, 29CM, 솔드아웃, 레이지나잇 등 무신사 운영 서비스 상품 구입 비용도 지원된다고 하네요. (생일이 포함된 달에는 20만원이 추가돼 총액 기준 1년 140만원까지 지원된다고 합니다.)
저는 장기근속 혜택이 가장 눈에 띄었는데요. 3·6·9·12년 만근 기준으로 포상금(50만·100만·150만·200만원)과 휴가(7일·14일·21일·28일)를 준다고 합니다. 28일 휴가라니 부럽네요 ^^
무신사는 국내 대표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사)이기도 한데요. 설립 이후 현재까지 총 3300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했습니다. 2019년 글로벌 벤처캐피털(VC) 세쿼이아캐피털에서 약 2000억원을 투자받은 데 이어 2021년에는 세쿼이아캐피털과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1300억원을 추가로 유치했죠. 마지막 투자 유치 당시 기업가치는 2조5000억원 수준으로 평가됐습니다.
무신사는 글로벌 공략도 강화하고 있는데요. 2021년 일본 법인을 설립했고, 올해는 도쿄 하라주쿠에 처음으로 오프라인 단독 팝업스토어를 열기도 했죠. 일본 외에도 미국, 싱가포르, 태국 등 13개국을 대상으로 글로벌 스토어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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