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대통령 ‘동반 사망’ 권한 발동···하야하며 국회 해산
국회 해산하며 탄핵 절차 종료
연내 대선·총선 함께 치를 예정
횡령·배임 등 혐의로 탄핵 위기에 몰렸던 에콰도르 대통령이 임기를 절반 가량 남기고 스스로 물러나며 국회 해산권을 전격 발동했다. 현지에서 ‘동반 사망’이라고 부르는 대통령 권한을 발동하면서 자신에 대한 탄핵 절차를 종료한 것이다.
기예르모 라소 에콰도르 대통령(67)은 17일(현지시간) 전국 TV네트워크 방송을 통해 “저는 오늘 헌법 148조에 명시된 국회해산권을 행사하기로 했다”며 “무책임한 입법부의 정치적 위기 초래와 내부 소요 사태를 종식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에콰도르 헌법상 대통령은 잔여 임기를 포기하면서 국회를 해산하고, 조기 대통령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실시를 요구할 수 있다.
라소 대통령은 “선거일을 정해 공고할 것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요청했다”며 “이는 우리 국민들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수 있는 힘을 돌려주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규정상 선관위는 국회해산권 효력 개시 일주일 안에 대선 및 총선 일자를 확정해야 한다. 선거는 연내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2021년 5월 취임해 4년 임기의 절반을 소화한 라소 대통령은 관련 법령에 따라 선거 시점까지 6개월간 더 직을 유지하다가 퇴임하게 된다. 탄핵과 관련한 절차는 종료된다. 조기 선거로 선출되는 사람들은 동반 퇴진하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잔여 임기(2025년 5월까지)를 채우게 된다.
이날 발표는 라소 대통령이 전날 국회에 출석해 자신에 대한 탄핵의 부당성을 변호한 다음날 나왔다. 현재 여소야대로 꾸려진 에콰도르 국회에서 중도우파로 분류되는 라소 대통령 소속당 의원은 재적 137명 중 13명에 불과하다. 에콰도르에서는 대통령 탄핵심판권이 국회에 있다.
라소 대통령은 국영석유회사 페트로에콰도르를 비롯해 다수 공기업 계약 과정에서 국가 예산에 손해를 끼칠 것임을 알면서도 사업 추진을 승인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또 고위 공직자들의 횡령에 일부 가담했거나 이를 눈감아줬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여기에 라소 대통령 가족의 마약 밀매 가담 정황과 처남의 공공사업 계약 개입 사실까지 불거지며 거센 비판에 직면해 왔다.
현지 언론은 라소 대통령이 국회 연설 뒤 탄핵으로 흘러가는 분위기를 뒤집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국회 해산권을 발동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에콰도르 최대 원주민 단체는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지난해 대규모 반정부 시위를 이끌었던 ‘에콰도르토착인연맹’은 ‘동반 사망’이 현실화할 경우 전국적인 집회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단체는 성명을 통해 “국가의 심각한 정치 상황과 독재 시나리오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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