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로스 '미국을 노린 음모'·'왜 쓰는가' 국내 동시출간

김용래 2023. 5.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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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가 미국 현대소설의 거장 필립 로스(1933~2018)의 장편소설 한 권과 평생에 걸쳐 '왜 쓰는가'를 화두로 쓴 에세이·인터뷰 등을 모은 책 한 권을 작가의 5주기를 맞아 번역 출간했다.

로스는 2005년 미국을 테마로 한 탁월한 역사소설에 수여하는 미국역사가협회상과 영국 WH 스미스 문학상 '올해의 도서상'을 받았다.

'왜 쓰는가'는 필립 로스가 평생을 몰두한 주제인 '왜 쓰는가'라는 화두에 대한 작가의 응답을 모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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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드버그가 1940년 미국 대통령이 됐다면?…'미국을 노린 음모'
로스가 평생에 걸쳐 몰두한 화두…'왜 쓰는가'
[문학동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김용래 기자 = 문학동네가 미국 현대소설의 거장 필립 로스(1933~2018)의 장편소설 한 권과 평생에 걸쳐 '왜 쓰는가'를 화두로 쓴 에세이·인터뷰 등을 모은 책 한 권을 작가의 5주기를 맞아 번역 출간했다.

로스의 팬들이라면 귀가 번쩍 뜨일만한 소식이다.

소설 '미국을 노린 음모'는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1940년 미국 대선에서 찰스 린드버그에게 패해 3선에 실패한다는 흥미로운 설정에서 출발하는 대체역사소설이다.

로스는 대서양 무착륙 횡단비행에 성공해 미국의 영웅이 된 린드버그가 미국의 2차대전 불참을 공약으로 내세워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미국 사회의 암울한 모습을 특유의 예리한 필치와 디스토피아적 상상력으로 그려냈다.

소설 속에서 미국 대통령 자리에 오른 린드버그는 고립주의와 친(親)파시즘, 반(反)유대주의를 표방하는 정책들을 밀어붙이고, 미국 사회는 급속도로 우경화의 늪으로 빠져든다. 미국 시민들이 린드버그 집권 이후 사분오열 나뉘어 반목하고 대결하는 와중에 한 유대인 가족의 삶은 하루아침에 참혹한 비극을 맞게 된다.

작중 아홉살 소년의 눈에 비친 히스테리, 무지, 악의, 어리석음, 증오, 두려움의 이야기는 소설 속의 이야기라서 천만다행이라고 여겨질 만큼 끔찍하지만, 현실 속 어느 나라에서도 일어날 수 있음 직한 것들이라 공포스럽게 다가오기도 한다.

로스는 2005년 미국을 테마로 한 탁월한 역사소설에 수여하는 미국역사가협회상과 영국 WH 스미스 문학상 '올해의 도서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미국 HBO에서 미니시리즈 드라마로 제작되기도 했다.

[문학동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왜 쓰는가'는 필립 로스가 평생을 몰두한 주제인 '왜 쓰는가'라는 화두에 대한 작가의 응답을 모은 책이다. 1960년부터 2014년까지 여러 매체에 투고한 창작론, 문학론, 서평, 인터뷰, 대담, 연설문 등을 담았다.

1부 '나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읽으며'가 일반적인 창작론 또는 문학론이라면 2부 '업계 이야기-한 작가와 그의 동료들과 그들의 일'은 로스가 인터뷰 진행자로 만난 인물들과의 대담이 주를 이룬다.

'이것이 인간인가' 등을 쓴 이탈리아의 유대인 작가 프리모 레비,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등을 쓴 소설가 밀란 쿤데라 등과의 대화를 통해 작가들이 직면하는 창작의 고뇌와 예술과 사회의 관계 설정 등에 관한 고민 등을 깊이 있게 보여준다.

3부 '설명'에는 로스의 문학에 재료가 되어준 미국이라는 나라와 문학의 미래에 대한 전망 등을 다룬 글을 모았다. 위키피디아 '필립 로스' 항목의 오류를 정정하기 위해 위키피디아에 보내는 편지 형식의 글 '정오표'는 로스의 논리정연함과 유머 감각이 빛난다.

'왜 쓰는가'는 로스의 가장 솔직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책이다.

그는 이 책의 서문을 이렇게 끝맺는다.

"여기 내가 있다. 날랜 손재주를 빼앗기고 그간 내가 소설 작가로서 누린 상상의 자유를 부여하던 그 모든 가면을 벗어버리고 여기에 있다."

▲ 미국을 노린 음모 = 김한영 옮김. 548쪽.

▲ 왜 쓰는가 = 정영목 옮김. 684쪽.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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