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쫌아는기자들]벨루가, 규제에 막혀도 다시...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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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은 기존의 산업을 혁신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에 기존에 없던 영역, 혹은 서비스를 출시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경우에 소비자의 선택과는 별개로 다양한 규제에 가로 막혀 서비스를 중단해야 하는 경우도 종종 존재한다. 창업을 결심할 때 다양한 법규, 규제를 살펴보고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진행하지만 해석에 따라 서비스를 중단해야 하는 경우가 존재하며 이런 경우 창업 팀은 패닉에 빠진다. 카카오벤처스의 패밀리인 벨루가브루어리(주) (이하 벨루가)의 경우 그런 대표적인 경우이다.
벨루가를 다른 투자자들 혹은 소비자에게 설명하면 종종 “오 거기 예전에 크래프트 비어 구독 서비스 했다 접었던 곳 아니에요?” 혹은 “아 거기 법규 때문에 서비스 중단한 곳 아니에요” 라는 이야기를 듣곤 한다. 벨루가는 당시 주류 통신판매에 대한 국세청의 개정과 고시에 따라 합법적으로 주류 정기 구독 사업을 런칭했지만, 국세청의 번복된 입장으로 인해 사업 2년만에 2번이나 사업을 접어야 했던 아픔이 있는 팀이다.
이러한 상황이 닥치면 팀은 다른 선택을 강요 받게 된다. 우리가 쌓아온 자산을 활용하여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 하는 경우가 대부분 이지만 벨루가는 기존의 서비스 출시 및 성공 이후에 하려고 했었던 더 큰 유통의 문제를 직접 푸는 것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벨루가는 기존의 서비스는 B2C 형태로 개인에게 맞는 주류를 추전하고 배송 했지만 현재는 B2B 주류 유통 플랫폼으로 공급사(수입사/제조사)들에게는 보다 효율적인 영업과 상품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상점들에게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보다 폭 넓은 상품들을 탐색하고 발주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벨루가는 폐쇄적이고 비효율적인 주류 도매시장과 유통구조에 대한 이해에서 출발했다.
국내에서는 ‘주류의 통신판매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에 따라 일반적으로 가장 소비량이 많은 맥주, 소주, 와인, 위스키 등의 주류들은 온라인 판매가 불가하다. 축산 혹은 농수산물 시장에서 소상공인을 위한 유통단계 혁신을 통해서 기존 도매가 대비 20~30% 저렴하게 판매하는 스타트업은 다수 존재하지만 주류는 아예 불가능하다. 게다가 일반 소매점에서 판매되는 주류는 종합주류도매업자 면허(도매면허)가 있는 곳들만 취급할 수 있기 때문에 소매점에서는 주로 거래하는 도매업자를 통해야만 주류를 공급받을 수 있는 형태다.
반면에 소비자들의 주류 소비는 급격하게 다양화되었다. 대표적으로 수입 주류는 매년 20% 이상 성장하여 ‘20년 11억 달러 규모에서 코로나 임에도 불구하고 ‘22년에는 16억 달러 규모로 성장하였다. 특히 다양한 주종이 소비되는 와인과 위스키가 2년 전 대비 2배가량 성장하며 급성장하였다. 소매업장 입장에서는 다변화하고 있는 고객의 수요에 대응하고, 자신들만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새로운 주류를 판매하고 싶어도, 거래중인 도매업체가 이를 보유하지 않았다면 납품받을 수 없고 대응이 불가능 하다. 일반적인 주류인 맥주, 소주의 경우도 트렌드가 급변하지만 이를 따라가지 못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소매업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공급사도 변화에 직면해 있었다. 공급사 입장에서도 ‘20년 부터 주류에 대한 리베이트 쌍벌제가 시행되면서 기존에 활용되던 유일무이한 영업수단이 사라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로 콜드콜과 대면방식으로 영업을 해왔던 입장에서 금전/소모품 지급이라는 리베이트 수단이 금지되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영업을 해야하는 중요한 과제에 맞닥뜨리게 된 것이다.
◇벨루가는 데이터를 제공하고 새로운 유통 형태를 제공하자 했다.
기존에는 감에 의존하거나 불완전한 정보로 이루어지던 의사결정에서 벗어나 높은 해상도의 데이터를제공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출시된 새로운 주종 부터 현재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아 공급량이 급격히 늘어나는 제품 등 소매업장에서는 자신의 매장에 새로운 주종을 런칭할 때 단순히 도매상의 영업이 아니라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공급사 입장에서도 새로운 제품 영업을 위해서 오프라인을 찾아다니며 하나하나 영업을 해야 했지만 소수의 매장에 집중 영업하고 이를 기반으로 트렌드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기존의 중소업체에서 하기 힘들었던 새로운 제품 런칭을 성공적으로 보여 주었다. 소매상과 공급사 모두가 기존의 의사결정 및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혁신을 해야하는 변곡점에서 각각의 불편한 점을 벨루가가 해결해주면서, 빠른 성장세를 타기 시작하였고 현재는 전국 1만여개 상점과, 300여개 공급사, 도매상 400여개사가 벨루가를 사용중이다. 모든 영업 활동이 오프라인 중심으로 이루어져 데이터가 부재했던 주류 시장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선도하며 시장에서 존재감을 점점 더 키우고 있다.벨루가는 남들이 가지 않는 가시밭길을 묵묵하게 걸어가는 독특한 팀이다.
출시한 서비스가 규제로 인해 좌절되고, 직원들에게 월급조차 줄 수 없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도 1명의 인력 이탈 없이 버틴 경험으로 남다른 끈끈함과 조직력을 갖추고 있으며, 시장참여자(소・도매상/공급사)들의 문제해결을 위해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해나가면서 시행착오를 반복해나가고 있다. 최근에는 HL홀딩스와 손잡고 주류 풀필먼트 서비스인 ‘타이드’(TIDES, Temperature-controlled Integrated Digitalized and End-to-end Supply-chain)도 출시하여 주류 유통의 디지털 전환을 돕기 시작했다.
벨루가의 작은 노력들이 쌓여 주류 유통 및 물류의 시장효율화가 이루어진다면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보다 폭 넓은 선택권을 갖고, 취향에 맞는 주류를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는 건강한 주류소비 문화의 토대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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