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드 강자 中 YMTC '위기 기로'…삼성·SK, 기회 잡을까

이인준 기자 2023. 5. 1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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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美 견제에 YMTC 등 중국 메모리 업계 '주춤'
"장비 규제에 양산 로드맵 이행 못할 것" 전망
韓에는 호재…中 장비 자립화 시도는 두고 봐야

[서울=뉴시스] 중국 반도체 기업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 낸드 메모리칩. (사진=YMTC 홈페이지 캡처) 2022.08.02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반도체 낸드플래시의 강자인 중국 국영기업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가 위기의 갈림길에 섰다. YMTC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보다 적층 기술만큼은 비교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 강화로 향후 2년 안에 시장에서 도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하지만 일부에선 YMTC가 중국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등에 업고, 첨단 메모리 반도체 기술 자립에 성공할 수 있다는 정반대 관측도 들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가 전날 개최한 'SMC코리아'에서 최정동 테크인사이츠 수석 기술 연구원은 "수 년 전만 해도 도시바와 삼성전자가 3D(3차원) 메모리 기술의 주력 주자였다면 이제는 YMTC가 주력"이라고 말했다.

YMTC는 중국에서 가장 큰 메모리 반도체 기업이다. 지난해 11월 232단 낸드플래시 양산에도 성공했다. 낸드플래시 제품은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을 몇 개 쌓았는지가 경쟁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데, YMTC의 기술력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이다.

업계에서는 이전까지 한국 메모리 업체들이 중국보다 1~2년 앞선다고 봤는데, 이제 차세대 제품 양산 경쟁에서 한국이 중국에 우위에 있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진단이다.

최정동 연구원은 "현재로선 삼성전자가 가장 낮은 높이로 쌓을 수 있는 기술력을 갖고 있지만, YMTC가 낸드 시장에 진출한지 불과 4~5년 만에 리딩 컴퍼니가 됐을 정도"라며 "미국에서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해) 우려하는 것도 이런 기술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美 견제에 中 반도체 굴기 꺾일까

다만 미국 정부 차원의 대중국 반도체 견제는 YMTC 성장에 제동을 걸 수 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YMTC를 수출통제 명단(entity list)에 추가했다. 이 제재에 따르면 YMTC는 미 상무부 허가 없이 미국 기업으로부터 장비와 소프트웨어 등의 기술을 구매할 수 없고, 미국 기업의 장비를 사용한 외국 업체의 제품들도 중국 내로 들여올 수 없다.

이에 따라 YMTC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심자외선(DUV),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물론, 반도체 개발에 필요한 각종 소프트웨어 수급도 힘든 상태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YMTC가 2년 안에 3차원(3D) 낸드 시장에서 사양길을 걸을 수 있다고 본다. 이 업체는 낸드 시장에서 중국 점유율이 올해 31%에서 감소세로 돌아서, 2025년 18%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애플도 지난해 아이폰 공급망에 YMTC를 포함시키려 했지만 미 의회 반발로 계획을 철회했다.

YMTC도 공급망 차질 속에 올 들어 직원의 10%를 감원하고, 올해 예정된 우한2공장 완공도 연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의 기술 봉쇄로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굴기는 더 이상 지속되기 어렵다는 관측이다.

시장조사업체 욜인텔리전스는 "반도체 장비 확보가 어려워지자 YMTC는 기술 로드맵을 계획대로 이행하지 못하게 된 상태"라고 밝혔다.

최 연구원은 "현재 보유한 R&D 설비만으로도 YMTC는 앞으로 300단, 400단 등 차세대 제품을 추가로 개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단 양산까지는 물음표가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피닉스=AP/뉴시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애리조나주 피닉스에 있는 대만 반도체 제조회사 TSMC 공장 건설 현장을 둘러본 후 연설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의 미래에 지금보다 더 낙관적인 적이 없다. 우리는 더 나은 미국을 만들고 있다"라고 말했다. 2022.12.07.

턱밑까지 쫓기던 삼성·SK하닉…"한숨 돌린다"

YMTC의 불확실한 사업 전망은 한국 메모리 기업들에게는 호재가 될 수 있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글로벌 3개 업체로 재편된 D램 시장과 달리, 여전히 전 세계에서 5~6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이 시장은 특히 지난해부터 공급 과잉에 따라 제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다.

시장조사업체 D램 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낸드플래시 범용 제품 가격은 지난해 7월 말 평균 4.81달러를 고점으로 지나, 올해 4월 말 현재 3.82달러로 20% 정도 하락했다. 사실상 업계 전체가 적자를 보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연간 적자 우려가 큰 상황에서 잠재적 경쟁자인 중국 YMTC의 생산 봉쇄는 한국 메모리 업계에 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렌드포스는 한국산 낸드플래시의 시장 점유율이 올해 33%에서 2025년 43%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하지만 YMTC가 미국 견제에도 불구, 자립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만만치 않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YMTC는 '우당산'이라고 명명한 프로젝트를 통해 나우라 테크놀로지 등 자국 반도체 장비업체와 협력해 반도체 장비 국산화에 나설 수 있다.

YMTC의 이 같은 자립화 배경에는 중국 당국의 전폭적인 지원이 자리잡고 있다. SCMP는 중국 정부가 지난 2월 말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YMTC에 70억달러(9조2400억원)의 신규 자금을 지원했다고 전했다.

SCMP는 "YMTC 자립 계획이 성공한다면 미국의 압박에도, 중국의 반도체 자립 노력에 돌파구가 마련될 것"이라며 "YMTC가 장비 수급 문제를 어떻게 대처할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그래픽=테크인사이츠 제공)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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