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달’ 나쁜 남편 공정환 “저와는 180도 다른 역할, 아내는 ‘잘 했다’ 했어요”[스경X인터뷰]

하경헌 기자 2023. 5. 18.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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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니TV 드라마 ‘종이달’에서 최기현 역을 연기한 배우 공정환. 사진 생각엔터테인먼트



요즘 안방극장을 장식하는 ‘나쁜 남자’ ‘나쁜 남편’의 행렬. 배우 공정환은 그 제일 앞 열에 서 있다. 최근 막을 내린 지니TV 오리지널 드라마 ‘종이달’에서 그가 연기했던 최기현 캐릭터가 욕을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그는 직장동료들에게 아내 유이화(김서형)에 대해 “나처럼 고분고분하고 순종적인 여자를 골랐어야 했다”고 말했고, 첫 월급을 탄 이화가 외식을 사자 “이걸 맛있다고 하면 당신 굶긴 줄 알겠다”고 하고 선물로 커플시계를 받은 후에는 “테니스 칠 때 막 찰 시계가 필요했는데 잘 됐다”는 등 안하무인의 대사를 쏟아냈다.

“김서형 선배님과 밥을 먹는 장면이 드라마에 총 아홉 장면이 나와요. 그 장면에서 일일이 그렇게 못 된 이야기를 해야 했죠. 또, 같은 이야기를 할 수 없잖아요? 매번 다르게 해야 하고. 그 수위는 또 올려야 하니까 그 부분이 큰 고민이었죠.”

지니TV 드라마 ‘종이달’에서 최기현 역을 연기한 배우 공정환. 사진 생각엔터테인먼트



당연히 배우이기 이전 그도 가족이 있고, 아내가 있고 이웃이 있다. 시청률은 그렇게 만족할 만큼은 아니었지만, 화제성은 충분했던 ‘종이달’의 기세에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평소에 웃으면서 인사를 나누던 지인들의 모습도 드라마를 보고 나면 미묘하게 바뀌는 걸 보는 일이 재밌었다.

“제일 많이 들은 말이 ‘나쁜 놈이다’ ‘참 나쁘다’ 이런 이야기였죠. 동네는 제가 평소에도 많이 다니거든요. 원래 제 성격을 많이 아시니까 ‘드라마에서 왜 그렇게 나쁘게 말을 해요’ ‘잘 보고 있어요’ 응원해주셨죠. 주변 배우들도 ‘잘 나왔더라’ ‘좋겠다’ 축하를 해주고요.”

무엇보다 그의 아내 반응이 궁금했다. 작품은 방송과 함께 칸 드라마 페스티벌에서의 공식 상영을 확정해 세계를 놀라게 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지니TV 드라마 ‘종이달’에서 최기현 역을 연기한 배우 공정환. 사진 생각엔터테인먼트



“아내는 주변 지인들이 ‘형부가 왜 이렇게 못 되게 이야기해’라고 해도 웃어넘겼다고 해요. 이야기가 그렇게 주변에서 들린다고 ‘잘했어’ ‘잘했네’라고 해줬죠. 사실 연기와는 관련 없는 사람이었지만 제 연기를 오래보니까 보는 눈이 많이 생겼죠. 그래서 늘 제 옆에서 많은 코치와 피드백을 해주고 있어요.”

이화 역 김서형과의 인연은 조금 거슬러 올라간다. 2016년 tvN ‘굿 와이프’에 함께 출연했는데 김서형은 당시 로펌MJ의 공동대표 서명희 역을, 공정환은 쿨한 매력의 법원 특송 배달원 역을 맡았다. 두 사람은 당시 썸의 느낌으로 왠지 잘 될 것 같은 느낌을 줬는데, 당시 종방연에서 “선배님 꼭 다음 작품에는 연인연기를 하고 싶다”고 제안했던 터였다.

“기현이 원래 원작 소설에서는 작은 역할을 하는 인물이었어요. 원작에 없는 인물이었기에 더욱 어떻게 풀어가야 할지 대화를 많이 해야 했어요. 워낙 서형 선배가 장면을 잘 끌고 가 주셔서 저는 거기에 무신경하게 말만 얹으면 되는 거였죠. 특히 이번 ‘종이달’ 감독님도 제 전작인 ‘60일, 지정생존자’를 연출했던 유종선 감독님이어서 더욱 편했어요.”

지니TV 드라마 ‘종이달’에서 최기현 역을 연기한 배우 공정환. 사진 생각엔터테인먼트



최근 드라마를 통해 자주 얼굴을 보이지만 공정환의 연예 활동은 오래전부터 시작됐다. 1998년 투투 출신 황혜영과 결성한 5인조 록밴드 오락실로 데뷔했으며, 모델 활동도 했다. 2005년 정도부터 본격적으로 조단역으로 활약했고 2017년 tvN ‘크리미널 마인드’의 범죄자 조영훈 역부터 인상을 남기기 시작하며 악역 위주로 경력을 쌓아왔다.

“이번에도 ‘판도라:조작된 낙원’에서 악역 조규태를 연기했어요. 최기현과 결은 다르지만, 악역이라는 점에서는 공통됐어요. 사실 지금 들어오는 역할들도 악역이 많습니다. 지금도 사극을 하나 촬영 중인데 착한 사람은 아닌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부담은 없습니다. 악역과 선역을 쉬면서 바꾸려고 하진 않고 꾸준히 연기하면서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가 늘 강조하는 부분이지만 45세 때까지의 생각이 ‘일흔까지 딱 100 작품만 하자’는 것이었다. 일 년에 네 작품씩을 해야 하는 강행군인데 지금도 작품이 자신에게 찾아오고, 때로는 오디션을 봐야 하는 상황이지만 그런 것을 가리지 않는다. 감사한 마음이 더 크다. 더 많은 작품에서 더 다양한 역할로 밀알 같은 존재감을 확인시켜주면 된다 싶다.

지니TV 드라마 ‘종이달’에서 최기현 역을 연기한 배우 공정환. 사진 생각엔터테인먼트



“진짜 하고 싶은 거요? 코미디죠.(웃음) 하지만 잘 안 불러주시네요. 최근에 한 거라고 해야 ‘워킹맘 육아대디’에서의 역할 정도였는데, 확실히 미운 이야기를 많이 하고 나면 웃음을 드리고 싶은 연기를 하고 싶은 건 당연한 건가 봐요. 이제는 정말 많은 분들이 저를 좋게 봐주시니까 더 다양하고 넓은 역할을 해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최근 독립영화를 촬영한 공정환은 사극에도 들어가고 연말에도 작품이 있다. 초등학생인 아들과 놀아주고 가족에게 잘하기 위해 최근 한 달 된 금연결심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렇게 최기현과 180도 다른 공정환. 이런 순한 얼굴에서 그런 표독한 대사가 나오니, 배우라는 직업은 참으로 신묘하기 이를 데 없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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