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 제품 ‘우회조사’ 증가…“韓 제품도 수출시 주의해야”

지난해 美 우회조사 26건…2005년 이후 최고
中 제품 17건 중 1건 ‘한국 우회’…“韓 3건 문제”

부산항 신선대부두에서 컨테이너 하역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성우 기자] 미국이 최근 중국산 제품에 대한 ‘우회조사’를 강화하면서, 국내 기업도 대미 수출 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국산 제품을 미국에 수출할 때 중국산 소재·부품 사용에 주의해야 하고, 한편으로 중국산 제품의 ‘우회덤핑’이 많은 베트남에서 제품을 조립할 때도 미국 당국의 규제를 신경 써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18일 '미국 우회조사의 급증과 우리 기업의 대응방안'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우회조사’란 반덤핑·상계관세가 부과된 제품에 대해 제품의 생산이나 선적 방법을 변경해 기존 조치를 회피하려는 ‘우회수출’이 발생했는지 여부를 가리는 작업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이 지난해 진행한 우회조사는 총 26건으로, 2005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1년 2건, 2020년 4건, 2019년 17건에 비해 급증한 수치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중국을 대상으로 개시된 조사는 17건, 한국과 대만, 인도는 각각 3건이었다.

한국 대상 우회조사는 한국산 철강 제품이 베트남을 거쳐 미국으로 수출된 3건에 대한 것이었다. 베트남은 중국산 원재료를 사용한 제품이 완성돼 해외로 수출되는 국가다. 무역협회는 국내 제품에 대한 우회조사도 중국산 제품이 베트남 등을 거쳐 조립·완성되는 경우에 대한 조사에서 시작됐다고 봤다.

또 중국산 제품의 우회조사 17건 중 1건은 한국을 경유지로 봤다. 여기서 미국은 중국산 원자재를 사용한 한국 알류미늄 포일이 중국산 제품을 미국에 우회수출한 사례로 지목했다. 무협은 “한국 경유 케이스는 중국산 알루미늄 포일에 부과되는 반덤핑 조치를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면서 “한국을 경유지로 지목한 최초의 케이스”라고 설명했다.

대상이 된 알류미늄 포일은 중국산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증명해야만 한다.

그간 미국은 철강 및 알루미늄 제품의 수입 현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철강 수입 시에는 '제강'(melt and pour) 국가를, 알루미늄 수입 시에는 '제련 및 주조'(smelt and cast) 국가를 보고하게 하는 등 공급망 추적을 강화해 왔다.

이유진 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반덤핑·상계관세 조치 대상인 중국산 소재를 사용해 생산한 제품을 미국에 수출할 때 국내에서 중요한 형질 변경이나 충분한 부가가치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우회수출로 간주할 수 있다”면서 “원자재 사용에 주의해야 하는 한편, 일단 조사가 개시됐다면 조사 당국 요청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조사 결과 우회수출 판정이 내려져도 수급처를 변경하는 방법 등으로 규제를 피할 수 있다”면서 “조사에 성실히 대응하지 않을 경우 중국산 원재료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증빙 제출 자격을 박탈당할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zzz@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