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으로 수렴된 40년 추상 ‘한 점 하늘 김환기’전
리노베이션 마친 호암미술관 재개관 기념전, 5월18일부터 9월10일까지
한국 추상 개념과 형식 구축, 마침내 전면점화에 도달
유화, 드로잉, 조각, 스케치 등 120점 전시
청년시절 사진, 작가수첩, 편지 등 100여 건 자료도 처음 공개
‘친근한 자연과 전통을 그렸다, 예술의 시정(詩情)을 느끼게 한다, 사유의 순간으로 초대한다.’
김환기의 그림이 우리 마음을 앗아가는 이유다. 전문가들이 꼽는 3대 강점이다.
전통부터 현대까지 두루 아우르는 그의 40년 작품 세계를, 최근 리노베이션을 마친 호암미술관이 규모와 격조를 갖춰 온몸으로 품었다.
유화와 드로잉, 신문지 작업, 스케치북, 찰흙으로 만든 조각까지 120점을 선보인다. 그가 쓰던 화구, 24살 청년시절의 사진, 작품에 대한 구상이나 고민을 기록한 작가 수첩, 지인에게 띄운 편지, 애장했던 도자기 등 100여 건의 자료도 처음 공개된다.
‘점으로 수렴된 40년 추상 여정’을 끊김 없이 쭈욱 따라가며 관람하는 구성이어서 비교적 이해가 쉽다. 1, 2층 전관에서 그가 한국적 추상에 대한 개념과 형식을 구축한 후 치열한 조형실험을 거쳐 점화에 이르는 과정의 변화와 연속성을 살펴본다. 시대별 대표작은 물론, 도판으로만 확인되던 여러 초기작들과 미공개작들이 보는 재미를 배가한다.
1930년대 후반은 그가 한국의 전통과 자연에 눈을 뜨기 시작한 시기다. 민족예술 계승을 주창한 김용준, 이태준, 최순우 등과 교류하며 전통미술에 대한 식견을 키우고, 자연과 전통의 현대적 표현을 목표로 추상에 매진했다.
김환기는 전쟁 직후의 열악한 사회문화 조건 속에서도 우리 미술의 발전과 국제적 성장을 꿈꾼 리더이기도 했다. 동시대 미술과의 조화로운 융화와 동참을 열망하면서 스스로 국제 미술계에 도전한 그는 전통에 근간한 자신의 예술을 굳건히 지키고 한편으로는 미술 조류의 변화를 흡수하면서 집요하게 작업을 전개해 나갔다. 그의 한결같은 예술 여정을 이끈 것은 우리 것에 대한 굳은 신념과 자신감, 절망을 극복하는 인내였다.
50세에 건너간 뉴욕에서 김환기는 무수한 이방인 무명작가의 한 사람이었지만, 자신만의 독창적 예술을 찾기 위해 치열하고 꾸준하게 조형실험을 이어갔고, 만년에 이르러 자연과 인간, 예술에 대한 동양적 사유와 관조를 담은 전면점화에 도달한다. 그의 점화에는 1930년대부터 이어져온 그의 추상 여정이 함축되어 있고, 그 작은 점 하나하나에는 자연과 인간, 예술을 포함하는 보편적 세계에 대한 확장된 사유가 담겨 있다.
관람은 2층에서 출발한다. 김환기의 예술이념과 추상형식이 성립된 1930년대 중반부터 1960년대 초까지의 작업이다. 이 무렵 그는 한국의 자연과 전통을 동일시하며 작업의 기반을 다지고 발전시켜 갔다. 달과 달항아리, 산, 구름, 새 등의 모티프가 그림의 주제로 자리잡으며 그의 전형적인 추상 스타일로 정착되어 가는 과정을 볼 수 있다.
태현선 리움미술관 소장품연구실장은 “한국 현대 미술의 역사이자 상징같은 존재로서 ‘고전’을 만들고자 했던 그의 바람대로 김환기의 예술은 오늘날에도 공명한다”며 “그러나 그를 수식하는 최근의 단편적 수사들은 김환기의 예술세계를 다시 한번 총제적으로 살펴볼 필요성을 일깨운다”며 이번 회고전에 의미를 부여한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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