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젊은 수행자의 전설 깃든 '신안 중노둣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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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도와 반월도를 이어주던 돌로 만든 징검다리를 '중노두'라고 부른다.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어른거리는 자태만으로 박지도의 비구는 반월도 비구니를 사모하게 됐다.
썰물로 바닷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날 때마다 비구는 돌을 담아 날랐고 그렇게 몇 해 시간이 흘렀다.
비구니도 광주리에 돌을 담아 머리에 이고 박지도 쪽 갯벌을 향해 부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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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도와 반월도를 이어주던 돌로 만든 징검다리를 '중노두'라고 부른다. 이 노둣길에 전설이 전해져 온다.
옛날 박지도 암자에 젊은 비구 스님이 수도생활을 하고 있었다. 건너 섬 반월도에도 젊은 비구니 스님이 혼자 수도 중이었다. 얼굴이 보이지 않았지만 어른거리는 자태만으로 박지도의 비구는 반월도 비구니를 사모하게 됐다. 달빛 교교한 밤이면 낭랑하게 들리는 비구니의 목탁 소리가 비구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견디다 못한 비구는 어느 날부터 망태기에 돌을 담아 반월도로 향하는 갯벌에 쏟아 붓기 시작했다. 썰물로 바닷물이 빠져 갯벌이 드러날 때마다 비구는 돌을 담아 날랐고 그렇게 몇 해 시간이 흘렀다. 이심전심이었을까. 비구니도 광주리에 돌을 담아 머리에 이고 박지도 쪽 갯벌을 향해 부어나갔다.
또 많은 세월이 지났다. 청춘 남녀 스님 머리에도 서리가 내렸다. 양쪽에서 시작된 돌무더기 길이 드디어 만났다. 초로의 두 남녀는 손을 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어느덧 물이 들어올 시간. 바닷물이 불어나기 시작했지만 둘은 그 자리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둘은 끌어안은 채 급류에 휩쓸려가고 말았다. 다시 한 번의 물때가 지나고 바닷물이 빠지자 갯벌에는 돌무더기 길만 남았다.
월간산 5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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