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칼럼] 소비자를 위한 정책, 디테일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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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생활을 하다 보면 '방법이 이것밖에 없을까'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본질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소비자의 상당한 불편과 비용지출을 유도하는 강력한 디테일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온라인몰의 회원가입은 SNS를 이용한 간편결제 등으로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지만, 탈퇴를 복잡하게 설계하거나 소비자 모르게 서비스가 자동 결제되도록 하는 일명 '다크패턴'이라고 일컫는 눈속임 상술도 대표적인 디테일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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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생활을 하다 보면 '방법이 이것밖에 없을까'라고 고개를 갸우뚱하게 되는 순간들이 있다. 휴대폰 같은 전자기기의 충전기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주요 휴대폰 제조사가 충전단자의 구조를 다르게 설계하다 보니 종류별로 충전기를 구매해야 하는 가정이 많다. 물론, 충전기 구매 부담이 아주 크지는 않아 사소한 불편함 정도로 여길 수도 있으나, 전체 소비자를 생각하면 이는 결코 작은 문제가 아니다. 상당한 비용과 자원의 낭비이다.
작년 10월 유럽연합 의회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모바일 기기 충전방식을 USB-C로 통일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2024년 말까지 EU에서 판매되는 모든 휴대폰, 태블릿, 카메라는 USB-C 충전 포트를 탑재해야만 한다. 국내에서도 지난 3월에 소비자의 편익과 자원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충전이나 데이터 전송 기술표준을 강제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돼 논의 중이다.
상품이나 서비스에 관한 특정 표준이 제정되거나 지배적인 방식이 시장에 자리매김하면 사후적으로 이를 변경하거나 개선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다른 유사한 상품 또는 서비스로의 수요 이전이 어려운 '잠김효과(lock-in effect)'가 작용해 이를 바로잡는 데 높은 전환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우리가 컴퓨터나 휴대폰에서 자주 사용하는 영문 자판에서도 이를 찾아볼 수 있다. 자판 두 번째 배열 때문에 붙여진 QWERTY(쿼티) 형식은 1870년대 타자기가 실용화되면서 타이핑되는 글쇠가 서로 엉키지 않도록 하려고 자주 사용하는 글쇠를 멀리 배치하는 방식으로 개발됐다고 한다. 이후에 인체공학적 편의성을 높인 자판이 개발되었지만, 이미 많은 타이피스트들이 QWERTY 배열에 익숙하다 보니 이 배열이 업계 표준이 됐고 디지털화로 글쇠가 엉킬 우려가 없는 현재까지도 계속 사용되고 있다.
결정적인 문제가 아주 작은 세부 사항 속에 숨어 있을 때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The devil is in the detail)'라고 말한다. 이는 소비생활에서도 마찬가지다. 상품이나 서비스의 본질적인 것은 아니더라도 소비자의 상당한 불편과 비용지출을 유도하는 강력한 디테일이 곳곳에 숨겨져 있다. 온라인몰의 회원가입은 SNS를 이용한 간편결제 등으로 쉽고 빠르게 할 수 있지만, 탈퇴를 복잡하게 설계하거나 소비자 모르게 서비스가 자동 결제되도록 하는 일명 '다크패턴'이라고 일컫는 눈속임 상술도 대표적인 디테일 전략이다.
거래의 기준과 표준을 정하는 소비자정책은 시장 질서와 소비자 거래비용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시장은 갈수록 디테일을 통해 소비자의 지갑을 위협한다. 소비자정책이 그 이상으로 더 세밀하고 정교해져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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