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CFD

김재근 선임기자

금융시장에서 '필요악' 같은 것이 파생상품이다. 1970년대 이후 금융시장이 세계화, 자유화, 개방화되면서 주식과 금리, 환율의 변동 폭이 커졌다. 이런 환경 속에서 선물과 옵션, 스왑, 선도거래 등 다양한 파생상품이 등장했다.

파생상품은 주식이나 채권, 외환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여 그 가치의 변동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상품이다. 본래 미래의 가격변동에 대비한 헤지(위험 회피)가 목적이지만 레버리지(차입)를 이용한 투기가 더 기승을 부린다.

최근 주가 폭락 사태를 불러온 CFD(contract for difference 차액결제거래)도 파생상품이다. 실제로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채 진입할 때의 가격과 청산할 때의 차액만 현금으로 결제하는 방식이다. 현재 증권사들은 증거금률을 40-100%로 정해놓고 있다. 증거금률이 40%일 경우 1000원짜리 주식을 400원에 매수할 수 있는 것이다.

CFD 위험성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번 사태에서 보듯 주가조작 세력이 미리 종목과 물량, 가격을 정해놓고 사고파는 통정거래를 하기에 용이하다.

반대매매도 위험요소다. 개인이 증권사에서 빌린 레버리지 담보가 부족하면 주식을 강제처분하는데, 이번처럼 특정 회사 주식이 한꺼번에 쏟아져나와 폭락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주식시장의 불투명성 야기와 왜곡된 정보 유통도 문제다. CFD는 투자자가 국내증권사에 주문하면 국내증권사가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주식을 거래한다. 국내 투자자가 아니므로 지분공시 의무를 피할 수 있고, 마치 외국증권사(기관)가 특정회사의 주식을 거래하는 것처럼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금융당국이 CFD계좌에 대한 점검에 착수했다. 18개 증권사 3400개 계좌에 대해 주가조작 여부 등을 파악한다는 것이다. 만시지탄이다. 이번 SG증권 발 주가폭락으로 8개 회사의 시가총액이 7조원 넘게 날아갔다. 누군가 엄청난 손해를 본 것이다.

미국은 CFD의 위험성이 커 내국인의 거래를 금하고 있다고 한다. 차제에 우리도 증거금 비율 상향, 투자자 자격요건 강화, 내국인 거래의 경우 지분공시 의무화, 증권회사의 의심거래 보고 의무화 등이 필요하다. 파생상품 전반에 대한 점검도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