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 리더’ 김사부는 MZ세대의 이상형…왜요?
수술하다가 혈관을 건드려 당황하는 차은재(이성경)한테 김사부(한석규)는 말한다. “괜찮아. 당황할 거 없어.” 지금껏 의학드라마에서 리더는 이럴 때 불호령을 내리지 않았었나? “정신 안 차릴래!” 좋은 리더 화두의 시대, 더욱 업그레이드된 <낭만닥터 김사부>(SBS) 속 김사부의 리더십이 화제다. 시즌1 때는 마음과 다르게 말도 막 해서 수간호사 오명심(진경)한테 한소리도 들었던 김사부가 시즌3에서는 훨씬 더 부드러워졌다. 뛰어난 실력에 소통력도 좋은 리더를 원하는 엠제트(MZ) 세대들의 이상적인 리더상이다. 팀원·후배들을 대하는 게 어려운 상사·선배들이여 김사부한테 한 수 배워보자.
■ 김사부 리더십1-업무능력
미국의 한 연구기관에 따르면 18~25살 직장인이 원하는 좋은 리더는 일 잘하는 사람이다. 능력 하면 우리의 김사부다. 수술 성공률 97%로 국내 유일의 트리플보드(세가지 전문의 자격을 갖춘 의사)에 죽어가는 사람도 살려낸다는 신의 손. 김사부가 도윤완(최진호) 거대병원 원장의 계략에 분원인 작은 돌담병원에서 일하고 있지만, 후배들이 그 밑에서 배우고 싶어 하는 첫번째 이유도 실력이다. 시즌1에서 누구보다 성공하고 싶어했던 강동주(유연석)가 돌담병원에 발령받은 뒤 괴로워하면서도 마음을 잡은 이유는 그곳에 김사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시즌3에서 이선웅(이홍내)은 김사부가 수술하는 모습을 보고 “믿을 수 없다”며 놀란다. 판단력도 좋아야 한다. 김사부는 국가대표 스키 선수 환자는 직업까지 고려해 수술 순서를 과감하게 바꾼다.
■ 김사부 리더십2-소통과 설명 과거에는 실력만 좋으면 성격이 나빠도 좋은 리더였다. 2008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강마에(김명민)도 남에게 상처 주는 말을 많이 했지만 좋은 리더로 꼽혔다. 시대가 달라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30대가 선호하는 경영진 리더십 유형은 소통형(77.9%)이었다. 카리스마형은 13.9%에 불과하다. 김사부도 이 항목에서 다소 부족했는데, 시즌3에서 완벽해졌다. 말투부터 아주 부드러워졌다. 오죽했으면 수간호사가 후배를 다그치기만 하는 서툰 서우진(안효섭)을 보며 “김사부 예전 모습을 보는 것 같다”고 했을까. 시즌1보다 “잘했다”는 칭찬도 자주 하고, 힘들어하는 후배 어깨도 툭툭 쳐준다. 김사부는 갈등을 빚거나 불만이 있는 후배들한테 이유를 먼저 묻는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말한다. “이걸요? 제가요? 왜요?” 요즘 우스갯소리로 번지는 직장인 키워드 ‘3요’는 업무 분담을 명확히 해주고 충분히 설명해주는 리더를 원하는 세대의 바람이 담겨 있다.
■ 김사부 리더십3-솔선수범하라
혹시 “팀장인 나더러 이런 걸 하라고?”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좋은 리더가 될 수 없다. 큰 프로젝트는 선배가 하고, 자잘한 것은 후배가 한다는 생각도 버려라. 김사부는 다들 회식할 때 혼자 응급실에서 자며 환자들을 돌봤다. 후배한테 집도의를 맡기고 수술방 ‘어시’도 아무렇지 않게 해준다. 리더로서 팀원을 보호하고 책임질 줄도 안다. 시즌1에서는 바이러스로 위험한 상황이 된 응급실에 나서서 들어가려고 한다. 김사부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며 후배들은 맡은 바 업무에 더욱 충실한다. 리더십 관련 책에서는 “일하는 리더가 되라. 팀원을 쪼아 성과를 내려고 지시만 하면 안 된다”고 했다.
■ 김사부 리더십4-윤리와 원칙 지켜라
김사부는 의사로서 자신이 세운 원칙과 윤리를 지키며 일한다. “무조건 살린다.” “진료는 위급한 순서대로!” 리더십 관련 책에서는 “원칙이 흔들려선 안 되고, 한 말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되어 있다. 후배들은 돈과 양심을 바꾸는 시대에 의사로서 ‘낭만’을 저버리지 않는 그를 보며 알아서 느끼고 변한다. 시즌3에서 남북 고위급 실무자 회담에 영향을 줄까 봐 윗선에서 탈북자 치료를 막자 김사부는 외친다. “사람 목숨부터 살려야죠. 정치적 상황이야 정치하는 사람이 알아서 하시고!”
공사 구분도 확실하다. 그는 시즌1에서 자신을 모함해 병원에서 쫓아낸 도윤완 아들 도인범(양세종)의 실력도 인정해준다. 환자를 살리는 것 외에는 욕심내지 않는다. 시즌3에서는 차진만(이경영)이 권역외상센터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김사부를 제외시키려 하자 이에 응한다. “준공허가가 떨어지고 외상센터가 잘 운영되는 게 첫번째”라는 생각에서다. 분노하는 팀원들한테 김사부는 말한다. “노력과 헌신을 다한 순간 내려놔야지. 거기에 대가를 바라거나 지분을 주장하기 시작하면 진흙탕 되는 건 한순간”이라고.
■ 김사부 리더십5-할 말은 해라!
사람 좋고 실력 뛰어나더라도 ‘우리 팀장’이 매번 라이벌한테 져주기만 한다면, 팀원들의 사기는 떨어진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선·후배 눈치 보며 나쁜 말은 삼키는 시대에, 김사부는 결정적일 때 할 말은 한다. 의사의 기본 윤리를 계속 무시하는 후배한테는 “어떤 환자든 공평하게, 죽어가는 환자 앞에서 잘잘못을 가리고 차별하지 마라”며 소리치고 “이걸 깨달을 때까지 수술방 출입을 금지”시킨다. 자신이 아닌 자신의 팀원과 돌담병원을 없애려 하는 라이벌한테는 팩트로 대항한다. 시즌1과 시즌3에서 도윤완과 차진만이 그를 방해할 때도 그랬다. “도 원장이 내과 쪽이라 잘 모르나 본데 유착된 혈관 박리하다가 종종 건드릴 수도 있고 그래”라며 상대를 꼼짝 못 하게 한다.
시즌3에서 서우진(안효섭)은 “김사부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안심”한다. 시즌1에서 윤서정(서현진)은 김사부가 하자는 건 그게 뭐든 따른다. 드라마 속 얘기일 뿐이라고? 그런 생각부터 버린다면, 우리도 김사부가 될 수 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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